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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민들레 꽃 / 이은봉
기사입력: 2017/03/20 [10:35] ⓒ 문화저널21
서대선

민들레꽃

 

농협창고 뒤편 후미진 고샅, 웬 낯빛 뽀얀 계집애 쪼그려 앉아, 오줌 누고 있다

 

이 계집애, 더러는 샛노랗게 웃기도 한다 연초록 치맛자락 펼쳐, 아랫도리 살짝 가린 채

 

왼편 둔덕 위에서는 살구꽃 진자리, 열매들 파랗게 크고 있다

 

눈 내려뜨면 낮은 둔덕 아래, 계집애의 엄니를 닮은 깨어진 사금파리 하나, 반짝반짝 빛나고 있고.

 

# 식물도 지도를 바꿀 수 있다. 식물은 씨앗을 퍼트리고 뿌리를 내리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지도를 만들어 간다. 민들레는 지면에 붙어서 땅위를 따라 사방으로 뻗어가는 로제트식물(rosette plant)이다. 민들레는 땅위로 들어난 크기의 세배쯤 깊이 뿌리를 내려 단단하게 삶의 토대를 만들며, 한 뼘 한 뼘 대지를 채워 스스로 생명의 지도를 만들어 간다.

 

“농협창고 뒤편 후미진 고샅, 웬 낯빛 뽀얀 계집애”가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처럼 우리나라 어느 길가나 공터, 들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러 해 살이 풀이 민들레이다. 그런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조그만 민들레가 자신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 헬리콥터의 원리를 이용 한다. “민들레꽃”이 지면 흰 갓 털이 씨앗을 감싼 채 낙하산 같은 모양으로 하늘을 둥둥 떠다니며 자신의 새로운 영토를 향해 떠나간다. 

 

레겐스부르크 대학교 식물학 연구소의 논문에 따르면 민들레 꽃대 한 개에 붙어 있는 홀씨의 개체 수는 서양민들레의 경우 약 200개 정도이다. 10개의 꽃대에서 출발한 약 2000개의 홀씨 중에는 바람의 길이 좋은 날 100m이상 날아가는 씨앗도 있다고 보고하였다. 조그만 “계집애”같아 보이는 “민들레꽃”이 자신의 존재의 지평을 넓혀가는 전략은 마치 불의 심장을 가진 투사를 닮았다.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국민의 절대다수는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유명인도 아니고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실천되지 못할 공약만 남발하는 정치인이 아니다. 일터에서,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눈 내려뜨면 낮은” 곳에서 만나는 민들레처럼 작아 보이고 흔한 모습의 시민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뿌리는 곧고 깊으며, 바람 불어 좋은날 “민들레꽃”처럼 헬리콥터 전략으로 전국 어디서나 자신들의 지도를 만들어 간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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