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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갈등…예술·인문으로 성찰하는 ‘여전한 갈등의 시대’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 “생산적 에너지로의 방안 모색”
 
이영경 기자 기사입력 :  2017/03/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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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외적·내적 평화를 꿈꾸지만 삶의 현장에서 인간의 주체성은 주로 갈등과 논쟁, 투쟁으로 증명된다. 인간은 말로, 개념으로, 논리로 다투며 성장하고 역사 발전 역시 갈등 위에서 다듬어졌다. 충돌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습관적으로 시도하는 ‘대화와 타협’은 대부분 논쟁을 잠정적으로 무마시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본질 바라보기’를 통한 이해와 실천적 접근이다. 여전한 갈등의 시대를 바라보고 성찰하는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이 시작된다.

 

▲ 지난 15일 ‘두산인문극장 2017: 갈등’ 제작발표회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왼쪽부터) 김요안 프로듀서, 안은미 예술감독, 김은성 작가, 전인철 연출, 양종욱 양손프로젝트 대표, 김재엽 연출, 주일우 문학과지성사 대표, 정진우 두산갤러리 큐레이터가 참석했다.    © 이영경 기자

 

올해 두산인문극장은 네 편의 공연과 전시, 강연, 영화 상영으로 구성됐다. 다시 공연되는 무용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연극 ‘목란언니’, 연극 ‘죽음과 소녀’가 연이어 무대에 오르며 신작 연극 ‘생각은 자유’와 전시 ‘또 하나의 기둥’이 준비 중이다. 김요안 프로듀서는 “두산아트센터가 선보였던 공연 중 여전히 유효한 갈등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을 생각했고, 관객 설문을 통해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이 무엇인지 조사해 겹쳐지는 것들을 살펴봤다”고 밝혔다.

 

‘갈등’이라는 주제가 선정된 것은 지난해 중반 즈음이다. 인문극장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주일우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아직 탄핵국면으로 들어가기 전이었지만 정치적 갈등이 심했고 한·미·일을 비롯해 지정학적 갈등도 있었다. 거시적으로 보면 환경문제 등이 화두로 떠올랐기에 여러 가지 형태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갈등이 어떤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이동할 때 에너지가 되어주기도 한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가도록 돕는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고민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 몸은 갈등을 인식하는 첫 번째 구조

# 여전한 시의성, 변하지 않은 남북관계, 변하는 관객들

 

가장 먼저 공연되는 작품은 무용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3월 25일~26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다. 두산아트센터와 안은미컴퍼니가 ‘한국인의 몸과 춤’에 대한 리서치를 통해 2011년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무대에 오르는 할머니들은 안은미컴퍼니와 함께 ‘단발머리’, ‘백만송이 장미’, ‘낭만에 대하여’ 등 가요에 맞춰 막춤을 선보인다.

 

안은미 연출은 “우리나라가 가진 무용의 이론적 배경을 살펴보면, 인간문화재 등 전통 위주로 기록돼 있을 뿐 시대춤에 대한 관심은 미미하다. 그것에 관심을 가졌고, 이 중점에 선 게 교육받지 못한 여자들, 사회에서 리더가 되지 못한 여자들이다. 이 여성성이 가지고 있는 몸의 기록을 찾아가겠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안은미는 “예전에 ‘춤바람’이라고 해서 춤은 저속한 것, 천한 것, 지적이지 못한 것이었다. 즉 나는 천한 계급에 있던 사람이다. 어머니도 ‘기생이 하는 것’이라며 말렸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춤은 가장 근본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사회에서 자연인으로 몸을 바라보는 시점이라는 게 있었던 적이 없다”면서 “할머니를 시작으로 청소년, 아저씨들의 몸에 관해서도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저씨들은 더 갇혀있다. 그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인격적 자유가 뭔지에 대한 공간을 확보해본 적이 없다. 춤이 왜 쑥스럽나. 거기에서부터 질문하는 거다. 몸은 갈등을 인식하는 첫 번째 구조다.”

 

▲ (왼쪽부터) 무용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연극 ‘목란언니’ (자료제공=두산아트센터)

 

이어 ‘목란언니’(3월 28일~4월 22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가 공연된다. 2011년 두산아트랩(DOOSAN Art LAB)에서 낭독공연으로 선보인 후 2012년 두산아트센터 경계인 시리즈를 통해 소개된 작품이다. 분단된 남북처럼 갈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탈북 여성 조목란의 시각으로 담아내고 있다.

 

작가 김은성은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우리끼리라도 남으로 내려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낯선 단어가 되어버린 통일에 대해서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쓴 글”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0년 겨울 즈음부터 작품을 쓸 당시 남북관계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됐다. 이후 6년 정도가 지났는데 상황은 훨씬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놀랍게도 작품의 시의성이 아직 살아있다는 게 기뻐해야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인철 연출은 “‘목란언니’가 초연된 2012년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었고, 재공연 됐던  2013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 작품에서 유신정권 등 남한의 정치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초연 때는 관객이 이러한 부분을 유머로 받아들였다. 이후 재공연때는 관객들이 같은 내용을 경직된 언어로 받아들이는 걸 느꼈다. 어떤 남성 관객은 공연 중 일어나서 배우들에게 욕을 하는 바람에 공연이 중단된 적도 있다. 2017년이 됐다. 개인적으로, 관객들이 어떤 얼굴로 이 연극을, 이 인물들을 바라볼지 흥미롭다”고 전했다.

 

- 우리는 세계 시민이자 난민
- 나와 타인을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끈, 보이지 않는 갈등 

 

‘죽음과 소녀’(5월 2일~14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대표작으로,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에서 이름을 딴 희곡이다. 칠레의 독재정권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두산아트센터 창작자육성 프로그램 아티스트인 양손프로젝트가 2012년 두산아트랩(DOOSAN Art LAB)에서 워크샵으로 처음 선 보인 후 같은 해 11월에 본 공연화 됐다. 이번 공연에서 양손프로젝트는 원작의 8개 장면 중 3개 장면을 선별, 압축해 선보인다.

 

배우 양종욱은 “초연 후 5년이 지났다. 작품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은 같지만 생각과 관점이 많이 달라졌을 거다. 또한 이제는 이야기자체나 형식이 덜 신선해진 부분도 있다. 처음 작품을 만들 때 했던 생각이나 언어들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  (왼쪽부터) 김은성 작가, 전인철 연출, 안은미 연출, 양종욱 배우, 김재엽 연출   © 이영경 기자

 

이어 신작 ‘생각은 자유’(5월 23일~6월 17일, 두산아트센터 Space111)가 무대에 오른다. 연출가 김재엽이 독일 베를린에서 1년 간 생활하며 겪은 일들로 구성된다. 그가 쓴 일기와 창작노트, 현지 인터뷰 등을 활용해 세계시민, 이주민 그리고 난민의 시각으로 바라본 한국과 베를린의 예술과 사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김재엽 연출은 “용산 참사를 다루는 연극을 한 적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오셔서 좋은 이야기들을 해주셨으나 ‘내가 이것은 단지 소재로만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내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베를린에서 한시적인 이주민의 시각으로 보게 됐다. 한국사회를 돌아봤을 때 전쟁과 독재, 민주주의를 거치면서 국가나 자기 정체성을 상실한 뒤 조작된 부분이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 세계적인 의미에서 난민이라는 것도 있고,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는 시각에서 난민이라는 측면도 고려했다. 우리는 세계시민이면서 난민으로서 살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전시는 샌정과 홍범의 ‘또 하나의 기둥’(4월 12일~5월 27일, 두산갤러리)이 진행된다. 회화의 근본적 의미를 탐구하며 개인 사유의 과정을 그림에 담는 작가 샌정은 회화 작품을, 공간과 장소의 기억에 대해 드로잉, 영상, 설치 작업을 하는 작가 홍범은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정진우 두산갤러리 큐레이터는 “전시에서는 갈등이라는 현상, 직접적인 모습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두 작가는 한 개인이 타인과 주변들로부터 어떻게 연결이 되고 분리가 되는지, 그 미묘한 차이들에 의해 어떠한 갈등들이 발생하는 지를 작업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문화저널21 이영경 기자 lyk@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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