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문화로 세상보기] 신은 말이 없다, 영화 ‘사일런스’

정재영 청소년기자 | 기사입력 2017/03/10 [10:00]

[17세, 문화로 세상보기] 신은 말이 없다, 영화 ‘사일런스’

정재영 청소년기자 | 입력 : 2017/03/10 [10:00]

하나님이여 침묵하지 마소서 하나님이여 잠잠하지 마시고 조용하지 마소서 (시 83:1)

 

▲ 정재영 청소년기자 (용인외대부고 1학년)    

카쿠레키리시탄. 탄압 받는 일본 가톨릭 신자들의 은신 기간을 뜻하는 말이다. 포르투갈의 예수회 선교자들로부터 가톨릭 신앙을 얻은 일본은 약 250년간 신부 한 명 없이 버텨왔다. 에도 정부는 예수의 형상을 밟게 하면서 가톨릭 신자들을 구별했고, 골라진 이들을 처형하며 천주교를 박해했다. 엔도 슈사쿠의 종교 소설 ‘침묵’을 원작으로 한 마틴 스콜세지의 ‘사일런스’는 신의 침묵에 대하여 당돌한 질문을 던진다. 본래 성직자를 꿈꿨지만 후에 신앙을 잃은 가톨릭 교도인 스콜세지 자신의 고뇌를 가장 잘 옮겨놓은 동시에, 가톨릭과 종교라는 무거운 주제의 본질에 대한 의구심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그리스도의 평등사상은 일본에겐 너무나도 진보적이고 이상적이었다. 그는 세금과 끝없는 노동으로 심신이 지친 평민들에게 ‘너의 모든 것은 의미가 있다’ ‘죽음 뒤에 파라다이스가 너를 기다린다’고 위로했다. 그러나 이는 귀족들에겐 너무 위험하고 도발적인 사상이었다. 이방인 ‘로드리게스’는 ‘기치지로’의 도움을 받아 이러한 분위기의 일본으로 들어간다. 그의 선교 활동은 곧 나가사키 봉행소에 붙잡히며 끝나게 되고, 배교의 회유와 협박 속에서 그의 고난은 지속된다. 그가 평생 동안 존경했던 ‘순교’의 초라함과 그리스도의 침묵으로 그의 신앙심은 점점 사라진다.

 

‘사일런스’는 ‘신’이라는 대상 앞에서 인간이 취하는 다양한 태도를 보여준다. ‘로드리게스’는 굳건한 믿음아래 자신이 섬기는 하느님의 뜻을 펼치려고 노력하지만, 일본에서 마주한 사건들로 인해 배교의 위기를 맞는다. ‘가르페’는 순교의 이상향과 거리가 먼 죽음을 맞이하며 ‘로드리게스’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고해성사를 위해 지속적으로 그를 찾아온 일본인 ‘기치지로’는 종교 앞에서의 가장 현실적인 인간상을 보여준다. 그를 팔아넘기고, 돌아와 용서를 구하고, 다시 배신하기를 반복한다. 엔도 슈카쿠와 스콜세지의 종교/인간에 대한 관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이미지제공=㈜메인타이틀 픽쳐스)    

 

신은 말이 없다. 행동하지도, 발언하지도 않고 침묵을 유지한 채 지켜보기만 한다. 이러한 전지적 특성 때문에 사람들은 신의 존재에 대하여 의문을 갖는다. 과연 저 위에서 누군가 바라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나의 고통을 나 혼자만 아는 지에 대하여 질문한다. ‘사일런스’가 택한 촬영 앵글은 바로 이 ‘관전자’의 시점이다. 버드아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거나. 아니면 아무 행동도 할 수 없는 ‘로드리게스’의 시점으로 바라본다.

 

‘사일런스’에서는 BGM의 사용이 최소화됐고 오히려 장작이 불타는 소리, 파도 소리, 숲의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사용한다. 대게 이러한 소리들은 침묵으로 끝이나 긴장감을 풀어준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침묵은 안심보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고문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소리, 공포에 사로잡혀 비명을 지르는 소리, 그리고 물속에서 익사하는 소리. 그 소리들 끝의 침묵에는 죽음이 존재한다. 관객은 ‘신’의 관점으로 무기력함과 전지전능함을 동시에 느끼며 영화 도중 계속해서 찾아오는 침묵을 두려워하게 된다.
                           
‘로드리게스’는 결국 후반부에 예수의 석판 앞에 서게 된다. 일본인 가톨릭 신자들을 고문으로부터 구출해 내기 위해 그는 배교를 강요받고, 그의 고뇌는 침묵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때 침묵 속에서 그는 신의 음성을 듣는다. ‘너의 고통과 함께 했다. 너의 행동을 이해하고 용서하겠다’하며 그의 배교를 유도한다. 여기서 제기할 수 있는 질문, 이 음성은 ‘로드리게스’ 자신의 음성인가 아니면 그를 용서하는 신의 음성인가? ‘사일런스’는 관객이 가톨릭을 믿는가 안 믿는가에 따라 급격하게 변화한다. 일부에게는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과 그에 보답하는 연약한 신자의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고, 자기정당화와 정신승리로 자신을 위로하는 나약한 사상가의 모습을 보여줄 수 도 있다. 지금은 신앙을 잃어버린 마틴 스콜세지의 입장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감수=문화저널21 이영경 기자 lyk@mhj21.com

저널21
썸네일 이미지
[단독] 적십자사 '비프탈레이트 혈액백' 검토 안한다
저널21
[단독] 적십자사 '비프탈레이트 혈액백' 검토 안한다
대한적십자사의 혈액백 입찰을 두고 프레지니우스 카비와 GC녹십자가 경쟁하는 가운데, 국정감사 당시 녹십자라는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발언을 한 양승조 보건복지위원장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산업/IT
썸네일 이미지
김연아 앞세운 ‘SKT 평창올림픽 광고’ 결국 광고 중단
산업/IT
김연아 앞세운 ‘SKT 평창올림픽 광고’ 결국 광고 중단
SK텔레콤이 ‘피겨 여제’ 김연아를 내세워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캠페인 광고’를 방영했다가 창피를 당하게 됐다. 특허청이 해당 광고를 부정경쟁행위로 판단, 광고 중단 시정권고를 내린 것이다. 공식후원사가 ...
소비/트렌드
썸네일 이미지
[알고먹자] 미세먼지엔 커피보단 보리차(茶)
소비/트렌드
[알고먹자] 미세먼지엔 커피보단 보리차(茶)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건강을 염려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폐쇄성 폐질환과 천식, 심장질환 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등의 관리가 필수적이...
소비/트렌드
썸네일 이미지
‘술인 듯 음료수인 듯’…1인가구가 만든 ‘과일·탄산주’ 열풍
소비/트렌드
‘술인 듯 음료수인 듯’…1인가구가 만든 ‘과일·탄산주’ 열풍
‘혼술족’ 및 ‘YOLO’ 힘입어 국내시장 정착술 못해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 심리 ‘명중’다양한 주류 카테고리 확대 ‘포문’ 열기도  지난 2015년 ‘자몽에이슬’과 ‘부라더소다’ 등으로 시작된 과일리큐르(...
사회일반
썸네일 이미지
알바 '을질'에 한숨쉬는 고용주…손놓은 구직업체
사회일반
알바 '을질'에 한숨쉬는 고용주…손놓은 구직업체
최근 '알바추노'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알바추노는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생)이 아무 예고없이 연락을 끓거나 잠적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신조어로, 각종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알...
저널21
썸네일 이미지
비트코인은 어떻게 시장의 ‘신뢰’를 얻었나
저널21
비트코인은 어떻게 시장의 ‘신뢰’를 얻었나
비트코인, 가상화폐가 뭔가요? 인류는 끊임없이 편의를 추구하는 동물이다. 생각까지 귀찮아진 인류는 급기야 생각을 대신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해 4차 산업이라는 덧을 씌우고 상상하지 못할 속도로 기계...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광고
[MJ포토] '시민들이 속탄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