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해부②일·가정 양립] ‘사랑위해 일 포기해야 하나’…둘다 잡을 순 없나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7/03/03 [15:10]

[대선공약해부②일·가정 양립] ‘사랑위해 일 포기해야 하나’…둘다 잡을 순 없나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7/03/03 [15:10]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커다란 문제 두 가지가 청년 실업문제와 인구감소 문제다. 일을 못하는 청년들은 결혼도 못한다, 아이도 못 낳는다고 하소연한다. 이 때문에 두 문제는 어쩌면 같은 맥락에서 이어진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들은 갈수록 아이들이 줄고 있다며 울상을 짓는다. 아이들이 없는데 선생님을 얼마나 더 뽑을 수 있겠느냐는 한탄은 교사의 꿈을 가진 청년들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인구감소는 수요감소를, 수요감소는 일자리라는 공급의 감소를 불러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인구가 감소해 경제 자체가 위축되는 인구절벽,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소멸될 것이라는 공포는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대선주자들은 입을 모아 ‘일·가정 양립’을 강조하고 있다. 일자리 문제와 인구문제라는 두 마리 토끼는 동시에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주자들은 어떤 공약을 앞세워 인구절벽과 실업문제 두 가지 난관을 헤쳐 나갈 생각인걸까. 

   

#1. 문재인·안희정 “엄마만 애 키우나? 아빠도 키워야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아빠의 육아휴직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제도가 필요하다”며 “육아와 일이 양립하도록 부모가 아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아의 책임이 엄마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빠에게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인데, 이를 위해 문 전 대표는 △노동시간 단축 △육아휴직 보장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을 언급했다.

 

문 전 대표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칼퇴근(정시퇴근)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취학아동을 자녀로 둔 부모에 대해서는 임금감소 없이 근무시간을 오전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줄이는 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동시에 일과 가정을 떠안는 것이 아니라 아빠도 함께 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남성의 육아휴직 할당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근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역시 육아문제와 관련해서는 문 전 대표의 공약과 대부분 비슷하다. 아빠 육아휴직 할당에도 같은 입장을 보였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인센티브냐 패널티냐 혹은 여성이냐 부모냐의 문제라고 볼 수 있겠다.

 

문 전 대표는 기업별로 여성임원을 일정 수준 할당하고 이를 공시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앞세웠지만, 안 지사는 직종과 성별의 임금정보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문 전 대표의 공약은 자칫 여성채용 등에 대한 기업의 기피현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지만, 안 지사는 그보다 조금 더 성차별 문제 해소에 집중했다는 강점을 지녔다. 

 

뿐만 아니라 문 전 대표는 여성채용이나 육아휴직 사용자에 대한 회사의 불이익을 적발해 엄벌에 처하겠다는 패널티 공약을 앞세웠지만, 안 지사는 일자리 개선 등에 모범을 보인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압박에 따른 반강제적 변화냐 혹은 자발적인 인식의 변화냐를 생각한다면 안 지사의 공약이 더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는 있지만, 기업들이 얼마나 자발적으로 참여할지가 관건인 만큼 문 전 대표의 공약이 더 실효성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앞세운 공약들은 보육업계와 워킹맘들, 자녀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던 아빠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회사에 사정사정해서 6시에 퇴근해 어린이집으로 달려가면 아이는 혼자 티비를 보며 엄마를 기다리고 있고, 어린이집 선생님도 뒷정리를 하면서 엄마가 아이를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워킹맘의 현실이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누군가에게는 엄마라는 생각을 하면 워킹맘들은 자녀에게도, 어린이집 교사에게도, 회사에게도 죄인이 된다.

 

아빠들 역시 주구장창 일만 하느라 자녀들에게 아빠대접을 못 받는다고 하소연한다. 열심히 돈을 벌어다 바치지만, 아이들이 가끔 보는 아빠의 얼굴을 낯설어할 때마다 ‘이러려고 돈 버나 자괴감 든다’고 말하는 아빠들이 많다. 

 

이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아빠와 엄마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일·가정 양립인 것이다.    

 

#2. 유승민·이재명 “육아휴직 3년으로 확대…소득 대체율도 인상해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기존의 육아휴직 제도를 더 확대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이들은 1년의 육아휴직을 3년으로 확대하고, 소득 대체율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유 의원은 공공부문 근로자들과 동일하게 민간부문 역시 육아휴직을 최장3년까지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상임금 40%의 육아휴직 수당을 60%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유승민 의원의 공약은 육아휴직법 개선과 칼퇴근 정착을 골자로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공약도 이와 유사하다. 똑같이 3년으로 육아휴직을 확대하되 수당 확대폭이 80%다. 여기에 더해 0세~12세 아동에게 100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까지가 육아와 관련한 공약에 들어간다. 

 

문제는 두 사람의 공약이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다. 일각에서는 “1년 밖에 되지 않는 육아휴직도 회사에서는 눈총을 주는데 3년이나 되는 휴직을 누가 인정해주겠느냐”고 하소연한다. 

 

이를 해결하고자 유 의원과 이 시장은 감시·감독을 통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대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 육아휴직을 대부분 여성이 쓰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중소기업에서는 여성을 채용하지 않으려는 성차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점에 대해서는 유 의원보다 이 시장이 진일보했다. 이 시장은 여성의 의무고용비율을 도입하고, 공공기관 평가에 남성 육아휴직률을 반영하는 등 남녀 공동의 일‧가정 양립, 여성채용 확대에 힘을 쏟았다.

 

두 사람의 공약은 다소 워킹맘에만 집중돼 여전히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한계성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육아휴직을 쓰는 아빠가 점차 많아지는 상황에서 워킹대디를 겨냥한 공약들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3. 대선 주자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에 한 목소리

민간에만 떠넘기지 말고 정부가 같이 고민해야

 

각각의 대선주자들이 육아와 관련해 다양한 공약들을 내놓는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고 이용률을 늘리겠다는 것에는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에 대한 욕구가 높다는 것에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단순히 양육문제를 개개인이 떠안는 것이 아니라 정부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는 바람이 내재돼 있다. 

 

특히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적용돼 있는 육아휴직을 중소기업 전반으로 확대할 수 있느냐가 육아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인식의 개선도 물론 수반돼야 하지만, 육아휴직을 꺼려하는 중소기업들의 사정도 엿볼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은 “안 그래도 어려운데 어렵게 뽑은 직원이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면 어느 중소기업 사장이 반기겠느냐”며 “그럴 바에야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 남성을 뽑게 된다. 옳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당장 벌어먹기가 힘든데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한다. 

 

육아 정책이 단순 압박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지원을 수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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