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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봄비에 젖은 / 길상호
기사입력: 2017/02/27 [08:19] ⓒ 문화저널21
서대선

봄비에 젖은

 

약이다

어여 받아먹어라

봄은

한 방울씩

눈물을 떠먹였지

 

차갑기도 한 것이

뜨겁기까지 해서

동백꽃 입술은

쉽게 부르텄지

 

꽃이 흘린 한 모금

덥석 입에 물고

방울새도

삐! 르르르르르

목젖만 굴려댔지

 

틈새마다

얼음이 풀린 담장처럼

나는 기우뚱

너에게

기대고 싶어졌지

 

# 땅의 입술 여기저기가 부르터있다. 마당 곳곳에 벌어진 “틈새”가 눈에 띈다. 낮에는 따뜻하지만 밤이 되면 추워지는 환절기에 땅도 면역력이 약해졌나보다. 그래도 마음이 뜨거운 나무뿌리들은 땅이 주는 영양분을 우듬지까지 실어보내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생강나무랑 매화 꽃망울들이 초경 시작한 여자애 젖꼭지처럼 부풀어 있다. 건조한 공기 때문인지 굴참나무랑 오리나무도 가끔 쿨럭 거린다. 어서 봄이 다가와 “약이다/어여 받아먹어라”하며 감기약 시럽 같은 “봄비” 한 숟가락 떠먹여주면 으스스한 몸살기운이 가실 것도 같은 날들이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는 심한 일교차로 담장이나 땅에 균열이 가는 것처럼 우리 몸과 마음에도 “틈새”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틈새마다/얼음이 풀린 담장처럼” “기우뚱” “기대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었구나. 마음의 “틈새” 사이로 “봄비”처럼 스며들고 싶어 하는 사랑도 오고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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