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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풍속도 ‘인형뽑기’…조작에 우는 소비자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조이스틱 조작해 인형 싹쓸이 한 20대 고발돼
인형뽑기 기계에 들어가는 절도죄까지 속출…불황 속 그림자
기사입력: 2017/02/23 [16:21] ⓒ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있는 한 인형뽑기 가게. 주로 중고등학생들이나 2~30대가 많이 이용한다.  © 박영주 기자


눈에는 눈 이에는 이…조이스틱 조작해 인형 싹쓸이 한 20대 고발돼

인형뽑기 기계에 들어가는 절도죄까지 속출…불황 속 그림자 

 

“어! 올라온다 올라온다!”

 

크레인이 들어 올린 인형은 뽑힐 것 같다가도 갑자기 덜컥 아래로 떨어져버린다. 뽑힐 듯 뽑히지 않는 인형에 약이 오른 듯 소비자들은 ‘한번만 더, 한번만 더’를 연발하며 기계에 돈을 밀어 넣는다.

 

‘재미삼아 한번, 뽑히면 좋고’라는 생각으로 하다보면 오천원, 만원은 잠깐 사이에 사라져버린다. 인형의 크기에 따라 횟수제한도 달라지지만 오천원을 넣으면 6회, 만원에 12회 상당의 기회가 주어진다. 

 

최근 ‘포켓몬고’ 게임의 열풍에 힘입어 포켓몬 캐릭터 인형을 뽑으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인형뽑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적은 돈으로 손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인기를 끄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부터 활발하게 생기기 시작한 인형뽑기방은 전국적으로 900여개 가량이 넘는다. 등록절차를 밟지 않은 곳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1000개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고 일어나면 집 근처에 인형뽑기 방이 생긴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가 아닌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형뽑기가 인기몰이를 하는 이유에는 경제적 불안심리가 깔려있다고 말한다. 노동량만큼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제구조에서는 사람들이 사행성 게임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큰 이득을 보려는 심리가 인형뽑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인형뽑기에 거액의 돈을 쓰고도 인형이 뽑히지 않자 아예 인형뽑기 기계에 들어가 인형을 훔치는 신종 절도죄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광주에서는 인형 배출구로 몸을 집어넣어 인형을 훔쳐낸 10대 소년들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고, 지난해 10월에는 한 20대 여성이 인형 배출구에 들어갔다가 몸이 끼여 119구조대의 도움을 받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3일에는 인형뽑기 매장을 돌며 현금교환기에서 돈을 훔친 30대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되기도 했다.  

 

절도로 보기는 어렵지만, 특정한 방식으로 조이스틱을 조작해 인형을 210개나 싹쓸이 해가는 사건도 벌어졌다. 

 

지난 6일 29살 이모씨 등 20대 남성 2명은 대전시 서구의 인형뽑기 매장에서 약 2시간 동안 인형210개를 몽땅 뽑아갔다. 

 

만원으로 12회를 도전해도 인형 1~2개, 혹은 하나도 뽑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은 특정한 방식으로 조이스틱을 조작해 뽑기 확률을 높여 인형을 모조리 뽑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가게의 점주는 아침에 출근해 텅빈 인형뽑기 기계를 보고 CCTV를 확인한 뒤, 이들을 신고했다. 30번에 한 번씩 힘이 들어가게 돼 있는데 이를 조작했다는 것이 해당 점주의 주장이었다. 

 

인형을 전부 뽑아간 남성들이 과연 절도죄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인형뽑기 가게. 기계 속에 인형들이 가득 들어있다.  © 박영주 기자

 

노량진 인형뽑기 매장에서 만난 A씨(17)는 “인형 뽑기가 운이라고는 하지만, 실력도 있는 것아니냐. 돈을 안 넣고 뽑은 것도 아니고, 돈을 넣고 인형을 뽑아갔는데 무슨 죄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소비자 B씨(24)는 “인형뽑기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집게를 조작해서 사람들이 인형을 뽑지 못하게 한다더라. 30번에 1번으로 조작해놨다는게 문제 아니냐. 소비자 우롱하면서 쉽게 돈 벌어먹다가 뒤통수 맞으니까 열 받아서 신고한 것밖에 더 되냐”고 비꼬기도 했다. 

 

알고 보니 조작(?)…인형 못 뽑는 것은 기계 탓

이용자에게 난이도 고지해야…지키지 않는 업주들 많아

 

인형뽑기의 확률 조작은 실제로도 이뤄지고 있다. 일명 랜덤값이라 불리는 확률을 설정해 20회나 30회에 1번씩 힘을 주게끔 조작할 수 있다. 이는 집게의 흔들림이나 쥐는 힘을 미묘하게 조절해 마치 조금만 더 하면 뽑을 수 있을 것처럼 소비자들의 눈을 속인다.

 

집게의 쥐는 힘도 설정에 따라 들어 올리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고, 들어 올렸다가 떨어뜨리게끔 하는 방법, 들어 올리고 일정구간까지 오면 떨어뜨리는 방법 등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인형뽑기와 관련된 커뮤니티에서도 ‘새로 생긴 가게는 손님을 끌기 위해 조작이 덜 하다’, ‘손님이 어느정도 확보되면 그때부터 조작이 시작 된다’, ‘바로 도전하지 말고 사람들 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 집게 테스트 해보고 도전하라’라는 등등의 팁들이 올라온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뽑기 게임물의 등급분류기준을 강화해 이용자가 알 수 없는 ‘난이도·이벤트 설정 기능’, ‘구간별 힘(난이도) 조절 기능’ 등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이용자에게 고지를 의무화하는 방침 등을 밝혔다. 

 

하지만 불법 인형뽑기 매장들이 꾸준히 생겼다 사라지고를 반복하는 사이에 소비자들만 상술에 속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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