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finder] 소나기에 잠식된 세상 속 발화하는 욕망, 연극 ‘소나기마차’

이영경 기자 | 기사입력 2017/02/10 [13:27]

[VIEWfinder] 소나기에 잠식된 세상 속 발화하는 욕망, 연극 ‘소나기마차’

이영경 기자 | 입력 : 2017/02/10 [13:27]

 

▲ 2016년 창작산실 연극 ‘소나기마차’가 10일 개막, 26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 이영경 기자

 

무차별적으로 내리는 소나기에 잠식되어버린 세상. 한 유랑극단이 허름한 마차를 끌고 소나기를 피해 죽을힘을 다해서 달린다. 마을에 도착하면 공연을 통해 먹을 것을 얻고, 소나기가 내리면 다시 길을 떠난다. 달려야만 하고, 이야기해야만 살 수 있는 단원들이 모는 마차가 여기 왔다. 2016년 창작산실 연극 ‘소나기마차’가 10일 개막, 26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 이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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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CJ 크리에이티브마인즈 ‘핑키와 그랑죠’의 신채경 작가와 연극 ‘인간’ ‘블랙버드’ ‘맘모스 해동’ ‘지상 최후의 농담’ 등 공상집단 뚱딴지의 문삼화 대표가 ‘핑키와 그랑죠’에 이어 다시 만났다. 소나기가 세상을 지배하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인물들의 욕망을 무대 위에 펼쳐냈다.

 

소나기에 대한 두려움과 본능적으로 내재돼 있는 욕망,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가져온 고단함과 서로에 대한 불신 등이 축축하고 무거운 기운 아래서 엉키고 충돌한다. 단원들을 통솔하고 극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저만의 아집으로 점점 소외되는 단장 퍼그, 퍼그의 이야기를 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애꾸, 굶주린 단원들을 위해 몸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제인, 자꾸만 잠이 드는 아름다운 루비, 늘지 않는 연기에 괴로워하는 다다와 작은 존재감으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멸치 등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모든 것과 싸운다.

 

‘소나기’와 ‘유랑극단’이라는, 때로는 낭만적이고 때로는 처절한 이미지들이 예술, 이야기, 연극과 만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신채경 작가는 “폭우가 나에게는 제일 피할 수 없는 재앙으로 느껴졌다. 우수수수 쏟아지는 비를 막으려고 노력해도 결국 젖어들고 잠식된다. 자기 자신이 괴물이 되는 것도 모른 채 젖어든다. 여기서 사람의 몸이 녹는다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또한 계속 떠돌아다니고 회전하는 유랑극단의 삶이, 알 수 없는 길을 달려가는 예술가들의 삶과 겹쳐졌다”고 전했다.

© 이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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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은 1년여의 시간을 거치면서 수정, 보완됐다. 작가는 “대본을 쓸 때와, 공연화하면서 다시 다듬어갈 때의 내가 달랐다”고 말했다. “초고를 완성할 때는 쇼를 할 것인가, 힘들어하더라도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대본을 고치면서는 내면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구할 수 없다는 마음에 빠져있다면, 스스로를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과연 타인을 설득시킬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

 

지금 공연에서는 두 명의 여성이 살아남아 새 길을 떠나지만, 처음에는 애꾸가 남는 설정이었다. 작가는 “폭력의 대물림”에 대해 말했다. “연극에서 각자 자기의 욕망이 있고 그 욕망들이 부딪히면서 폭력을 낳게 된다. 원래 대본에서는 애꾸가 욕망을 얻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본 수정 이후)폭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된 상황에서는 이야기를 전하더라도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장 약하고, 때로는 가장 미움 받는 여성 둘만 구조선에 태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지난 9일 개최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작가 신채경(왼쪽)과 문삼화 연출   © 이영경 기자

 

문삼화 연출은 우리의 민낯이 보이길 원했고, 배우들에게 “좋은 척 하지 말자, 나쁜년놈들이 되자”고 말했다. “알고 보면 정말 나쁜 사람 없지만, 다 알고 난 후에 정말 좋은 사람도 없다. 삐걱거리는 게 맞다. 전형적인 캐릭터상이 있기 마련인데, 거기에 어깃장을 놓으려고 애를 많이 썼다. 배우들이 낯설어한 부분도 있다. 사실 극단적인 이야기다보니 연습하면서 기가 빨렸다고 해야 하나, 지친 부분이 없지 않다. 하도 달리니까. 처음에는 제목처럼 마차를 사용하려 했는데 무대디자이너가 자전거라는 아이디어를 줬고 그게 마음에 들었다. 끊임없이 달려야하는 기나긴 여정을 잘 드러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본의 아니게 배우들을 학대하게 된 것 같다(웃음).”

 

문화저널21 이영경 기자 lyk@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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