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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장벽 / 조정권
 
서대선 기사입력 :  2017/01/0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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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

 

고통과 대화를 하고

오랜 시간을 나눠도

고집을 꺾지 못했다

 

고집은 혼자 사신다

 

거식(拒食)하고 계신다

 

아무래도 나는 저 지독한 고집을

노인네처럼 강가에 혼자 버려두고 온 것 같다

 

투신해 버린 바윗돌덩이야

나를 건져다오

 

# “고집”에도 유형이 있다. ‘연습형 고집’은 일상의 동작을 습득하기 시작한 유아에게 나타나며, 무엇이든 자기가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욕구형 고집’은 하고 싶고, 가지고 싶고, 먹고 싶은 것과 같은 욕구를 조절하지 못하고 무조건 우긴다. ‘집착형 고집’은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과도한 집착을 보인다. ‘버티기형 고집’은 자신의 잘못이 명백하건만,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다. 거짓말이 들통 났음에도 펄쩍 뛰며 잡아떼는 고집으로, 미성숙한 대처 능력과 자기수치심에 직면하기를 거부하는 심리 때문에 부리는 고집이다.

 

“고집”에도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고집의 순기능으로는 영어권에서 ‘terrible two(미운 2살)’ 라고 불리는 시기다. 스스로 걷는 것이 가능해지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탐색이 늘어나고, 언어와 인지능력이 발달하게 되면서 자신이 독립적이고 자율적 존재임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시기다. 양육자인 부모와 힘겨루기를 시작하는 시기로, 유아는 ‘싫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고집을 부린다. 이 시기의 고집은 순기능적인 고집으로 유아가 자아를 인식하며, 확립해가는 정상적 발달의 시기에 나타나는 고집이다.

 

그러나 “고집”의 역기능으로 인해 죽음에 이른 경우도 있다. ‘휘질기의(諱疾忌醫)’란 병을 감추고 의사를 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채나라의 왕, 환후는 병들어 있었으나 고대 중국 최고의 명의인 편작의 충고를 듣지 않았다. 의사인 편작은 왕에게 ‘병이 살갗에 있을 때면 뜨거운 찜질로 고칠 수 있으나, 병이 살갗 속으로 들어가면 돌침으로 고쳐야 합니다. 병이 장과 위에 있을 땐 약재로 고칠 수 있으나, 병이 골수까지 파고들었으면 그것은 목숨을 관장하는 신의 소관이기에 의사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라고 고언 하였으나, 의사인 편작이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기 위해 왕인 자신에게 거짓말 한다고 생각해, 고집을 부리며 치료를 거부하다가 죽음을 맞았다. 

 

“고통과 대화를 하고/오랜 시간을 나눠도/고집을”을 부리는 경우는 “고집”이라는 “장벽” 속에 스스로 갇혀 자신의 솔직한 감정표현에 서투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고집을 내려놓으려면 우선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어떤 것인가를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집착을 내려놓는 훈련을 해야 하고,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 삶의 규칙을 만들어 상과 벌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하는 태도를 길러야 하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려 주위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면서 “장벽”을 치고 있다면, “고집”을 무시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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