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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결산-공연] ‘검열가위’에 맞선 ‘연극주먹’
‘김영란법’ 직격타 맞은 공연계·셰익스피어 400주기·대형 창작뮤지컬의 가능성
 
이영경 기자 기사입력 :  2016/12/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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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공연예술인들이 “나도 블랙리스트다”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최순실 게이트의 의혹 중 하나인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상당수 이름을 올린 공연계 인사들은 이미 지원 선정에서 떨어지고 작업 과정에서 제외되는 등의 사건을 통해 이 ‘수상쩍음’을 인지해왔다. 서울연극협회는 “예술가들을 잔돈푼 지원예산으로 줄 세우고, 정치 잡배로 내몰아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며 적으로 분류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국선언에 동참했으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공연의 형태로 세태를 풍자, 표현했다. 

 

▲ 검열의 가위에 맞서는 연극의 주먹, ‘권리장전權利長戰2016_검열각하’ 포스터    

 

# 연극계, 현 실태 고발하는 ‘검열백서’ 제작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작성된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에는 약 1만 명의 문화계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는 걸로 알려져 있다. 이념 성향에 따라 주관적으로 분류됐으며, 정부 지원 프로그램 참여 기회 박탈 및 검열을 위해 작성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무식하고 폭력적인 정부의 검열에 예술인들은 지적이면서도 날카로운 공연의 형태로 맞섰다.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가 5개월의 대장정을 성공리에 마쳤고, 21개 극단이 제작한 연극 22편이 무대에 올랐다. 검열 논란이 ‘블랙리스트’라는 실체로 드러나자 문화예술인들은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문화예술단체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 등을 특검에 고발했고, 현재 이들을 겨냥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변정주 연출가의 지휘 아래 뮤지컬배우들이 촛불집회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으며, 연극계는 이러한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는 검열백서 작업에 돌입했다.

 

# 낡은 관행 타파 VS 시장 위축, 김영란법의 직격타

 

소도둑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바늘도둑만 잡아내는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은 공연계에 직격타를 날렸다. 음식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정해진 틀에 맞추려다보니 사실상 공연의 초대권 활용이 불가능해졌다.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대형 공연의 경우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기업들의 후원이 끊겼다. 기업들은 협찬을 통해 받은 초대권을 고객 관리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그런 기업들이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리다보니 시장 전체가 흔들렸다. 법에 접촉되지 않는 선에 맞추려는 ‘김영란 티켓’도 등장했다. 공연을 보류하는 단체들이 생겼고 특히 클래식계의 타격이 컸다.

 

공연계의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긍정적 목소리와 함께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를 개선해나갈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수도 있지만 그를 위한 대책이 아직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 연극 셰익스피어 400주년, 전 세계 공연계의 축제

  

▲ (왼쪽부터) 연극 ‘햄릿’, 연극 ‘함익’, 오페라 ‘맥베드’, 연극 ‘실수연발’ 포스터 (자료제공=각 제작사 및 극단)   

 

2016년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나라는 내줘도 이 사람은 내줄 수 없다’고 말한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은 물론 세계 공연계가 셰익스피어로 가득한 해였다. 국내에서도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들이 장르를 불문하고 공연됐다. 묵직한 메시지를 성심껏 전달한 작품과 원작을 바탕으로 재창작된 작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 중 서울시극단의 ‘헨리 4세 Part 1 & Part 2-왕자와 폴스타프’가 무대에 올랐으며, 故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신시컴퍼니와 국립극장이 연극 ‘햄릿’을 공동 제작했다. 이 작품을 위해 손진책 연출, 박동우 무대디자이너를 비롯해 배우 권성덕,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등 연극계 거장들이 모였다. 또한 ‘햄릿’의 섬세한 심리와 그에 내재된 여성성을 중심으로 재창작된 김은성 작가의 연극 ‘함익’이 눈길을 끌었고, 구자범 지휘자와 고선웅 연출이 만나 무대에 올린 ‘맥베드’도 이슈가 됐다. 국립극단은 셰익스피어의 초기작 ‘실수연발’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했고, 현재 ‘로미오와 줄리엣’이 연극과 뮤지컬로 동시에 공연 중이다.

 

# 뮤지컬 막대한 자본 투자한 대형 창작뮤지컬들…엇갈린 평가

 

▲ (왼쪽부터) 뮤지컬 ‘마타하리’ ‘페스트’ ‘도리안 그레이’ ‘지킬앤하이드’ 포스터 (자료제공=각 제작사)

 

오랜 시간과 제작비를 들인 대형 창작뮤지컬들이 주목을 받았다. 먼저 지난 11월 7일 개최된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올해의뮤지컬상을 비롯해 3관왕을 차지한 뮤지컬 ‘마타하리’가 있다. 4년여의 제작기간이 소요됐고 약 250억원이 투입됐다. EMK뮤지컬컴퍼니 측은 “개막 후 8주 만에 관객 10만 명을 넘어섰으며, 평균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한 서태지의 음악으로 재구성된 뮤지컬 ‘페스트’는 6여 년의 기간을 거쳐 총 제작비 40억 원이 투입됐고,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도리안 그레이’도 이목을 끌었다. 옥주현, 손호영, 김준수 등의 스타들을 내세운 이 작품들은 개막 전부터 화제가 됐지만 빈약한 스토리와 산만함 등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다.

 

‘지킬앤하이드’를 국내에서 성공시킨 오디컴퍼니는 그간의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월드프로덕션을 구성, 세계무대로 나간다. 10년간 함께 이뤄 온 한국 창작진들은 전반적인 기획을 주도하며, 미국의 워크라이트프로덕션은 브로드웨이 캐스트와 투어 운영에 대한 부분을 맡았다. 12월 대구를 시작으로 2017년 3월 서울 공연을 확정됐다. 이후 아시아 및 유럽으로 뻗어나갈 예정이다.

 

문화저널21 이영경 기자 lyk@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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