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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결산-정치,②하반기] 최순실과 ‘촛불’…그리고 탄핵
 
박영주 기자 기사입력 :  2016/12/2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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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게이트 사태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씨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출석했다.   ©박영주 기자

 

2016년 하반기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전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분노를 ‘촛불’로 승화시켰고, 사상초유의 사태 앞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자랑하는 국민들의 모습을 외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경북 성주군에의 사드 배치, 김영란법 합헌,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논의, 경주에 발생한 5.8의 강진 등 숨막힐 정도로 많은 사건들이 하반기를 장식했다. 

 

“민중은 개돼지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 “이러려고 대통령했나 자괴감 들어” 등 국민들은 분노하게 한 말들도 주로 하반기에 몰렸다. 

 

얼마 남지 않은 2016년, 최순실 사태에 실망한 국민들은 외친다. “잘 가라. 병신(丙申)년아.”

 

# 7월-“하필 그걸 보셨네”, “민중은 개돼지”…국민들이 뿔났다

 

7월은 ‘다시 세월호’였다. 현 새누리당 대표인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다. 그가 홍보수석이었을 때, 김시곤 당시 KBS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에 대한 비판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압박했던 녹취록이 6월30일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녹취록에서 이 의원은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 아이고 한번만 도와주시오”라고 사정을 한다.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야권을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언론보도를 통제하며 참사에 대한 책임은폐를 시도했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 국민을 분노케 한 발언이 7월7일 교육부의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입에서 나왔다. 기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던 도중 나 기획관은 기자들의 만류에도 계속 이같은 말들을 뱉었고 해당 발언들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나 기획관은 11일 국회 교육문회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울먹이며 “죽을 죄를 지었다”고 말했지만, 결국 파면처분을 받았다. 그런 그가 최근 법원에 “파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경북 성주지역에 사드가 배치된 것도 논란을 불러왔다. 한미양국은 다소 급박하게 사드배치를 결정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통보해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사드배치와 관련한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당시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만 견지했다.

 

한 장관은 “사드가 배치되면 제일 먼저 레이더 앞에 서서 제 몸으로 직접 시험하겠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기도 해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가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사전합의도 없이 졸속으로 진행시킨 사드 배치에 성주군에서는 거센 항의시위가 열렸고, 설득을 위해 성주로 내려간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계란세례를 받기도 했다. 

 

7월 중순경에는 ‘진경준 게이트’ 사태가 불거졌다. 진경준 검사장이 넥슨의 김정주 회장으로부터 무상으로 받은 주식이 120억 상당으로 밝혀지면서 뇌물수수혐의가 논란이 됐다. 여기에 조선일보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 소유의 부동산을 넥슨이 사줬다고 보도하면서 우병우 수석을 둘러싼 논란들의 폭로가 이어지게 됐다.  

 

7월28일에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이 내려져 농축산업계의 대대적 반발이 뒤따랐다. 

 

▲ 새누리당의 신임 당 대표인 이정현 의원이 9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양손에 꽃다발을 들고 당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박영주 기자

 

▲ 추미애 신임 당 대표가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박영주 기자

 

# 8월-거대 양당의 전당대회, 친박·친문 강성 등장…건국절 논란 불거져

 

8월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의 전당대회가 열렸다. 9일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는 친박계인 이정현 의원이,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친문계인 추미애 의원이 각각 당 대표로 선출됐다. 

 

양측 모두 강성인 인물들이 선출되면서 협치 보다는 대립 구도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이는 2016년 후반기로 접어들며 점점 현실화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8·15 광복절 축사를 통해 건국절 발언을 하면서 ‘국정 역사교과서’의 초석을 닦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광복절 전날 독립운동가로부터 건국절 주장은 역사왜곡이라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 말해 1948년8월15일이 건국절이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건국절 주장이 헌법에 명시돼 있는 임시정부 설립이라는 역사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박 대통령의 발언을 강력 규탄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아예 건국절 제정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박 대통령의 건국절 발언은 이후 11월경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 때문에 광복절에서의 건국절 발언이 역사교과서의 당위성을 내세우기 위한 포석이 었다는 분석도 있었다.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8일 오후 새누리당 의원들 및 당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눈물 흘리고 있다. ©박영주 기자

 

# 9월-대한민국 떨게 한 5.8 강진…하반기엔 ‘필리단식터’

 

9월1일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사를 통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사드 문제를 거론하면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즉각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밤 11시에 의장실을 찾아가 점거하고 사과하라고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의장실 경호원의 멱살을 잡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현직 국회의원이 경호요원을 상대로 ‘멱살잡이’를 시전한 것은 두고두고 논란이 됐고, 전·현직 경찰관들이 한 의원을 규탄하며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후 9월9일에는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권 수립일을 기념하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실험이 성과적으로 진행됐고, 핵물질 방사성 물질 누출현상이 전혀 없었다”며 “핵탄두를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국회는 북한 5차 핵실험 규탄 및 핵 폐기 촉구와 관련한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채택,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대북압박에 뜻을 함께했다.

 

이후 13일 대한민국을 지진의 공포로 몰아넣은 5.8의 강진이 경주에서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나 가습기살균제 사태 등 각종 사건사고에서 미흡함을 보여줬던 컨트롤타워는 이번에도 ‘부재상태’였다.

 

국민안전처는 지진이 발생하고 9분이 지난 후에서야 뒤늦게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그마저도 발송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폭염경보는 지나칠 정도로 울었는데 정작 재난발생시에는 재난문자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후대책이 늦는 박근혜 정부는 이번에도 지진발생 2시간30분이 지나고 나서야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이후 경주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 불안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2016년 상반기를 장식한 것이 ‘필리버스터’라면 하반기에는 ‘필리밥스터’가 장식했다. 26일부터 시작된 2016년도 국정조사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원 불참을 선언했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그 이유는 24일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야당의 단독 처리로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수적우세에 있는 야당이 협치의 정신을 무너뜨리고 대통령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며 국정감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재수 장관을 박근혜 대통령이 전자결재라는 방식을 통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며 단독처리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을 폈다.  

 

더욱이 김 장관은 청문회 이후 경북대 동문회 사이트에 “이번 청문회 과정서 온갖 모함, 음해, 정치적 공격이 있었다. 언론도 당사자 해명은 듣지 않고 야당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을 상대로 법적조치를 추진하겠다”는 글을 게재하면서 자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 국정감사 3일째인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는 여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했다.     ©박영주 기자

 

▲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국방위 국정감사를 열고 선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감 보이콧이라는 당론을 깨고, 국정감사를 열어 새누리당 지도부로부터 비난을 듣기도 했다.   ©박영주 기자

 

새누리당이 필리밥스터를 시전하면서 국정감사는 시작부터 ‘반쪽국감’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나마 야당 의원들이 위원장으로 있는 위원회는 야당의원들이 단독으로 국정감사를 이어갈 수라도 있었지만, 여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위원회는 아예 국정감사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

 

참다못한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이 당론과 반대되는 행보를 보이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이를 막으면서 사실상 ‘감금’과 다를 바 없는 행동을 했다. 

 

김 위원장은 “그저 기본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새누리당 지도부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며 당론과 배치되는 행동을 보이는 의원들을 상대로 단속을 했다.

 

새누리당의 불참으로 국정감사가 계속 열리지 않자, 여론은 “뭐하는 짓이냐”라며 비판하기에 이르렀고 이후 이정현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단식을 중단하면서 새누리당은 전원 국감장에 복귀했다.  

 

# 10월-돌아온 새누리, 국정감사서도 ‘최순실 지켜라’

 

우여곡절 끝에 새누리당이 국정감사장으로 돌아왔지만, 야권에서는 ‘차라리 돌아오지 않는게 나을 뻔 했다’는 푸념을 쏟아냈다. 새누리당이 최순실과 관련한 증인채택은 전면거부하면서 국정감사에서의 검증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만큼 불꽃튀기는 상임위는 없었을 것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 최순실 딸 정유라의 교육농단, 승마계 비리와 각종 체육 비리. 최순실과 관련된 의혹들 대부분이 교문위에 해당하는 이슈들이었다. 

 

최순실과 관계자들을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부르려는 야당 의원들과, 어떻게든 이를 막으려고 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대립이 연일 계속되면서 낮에는 국정감사가 파행하고, 밤에 진행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그 결과 ‘주파야감’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국정감사에서도 국민들을 분노케 한 말들이 쏟아졌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들 중에는 우병우 아들의 운전병 채용특혜와 관련해 “코너링이 굉장히 좋았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늘어놓는 서울지방경찰 관계자부터, 화장실로 가서 “내가 안하고 말지.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게 수모를 당하고”라고 불평을 늘어놓은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세월호 참사 보도 외압과 관련해 “답변하지 마”라고 지시한 고대영 KBS 사장 등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의원들의 질의에서도 황당한 말들이 쏟아졌다. 김제동을 국정감사장에 부르겠다는 백승주 새누리당 의원에, MS오피스를 MS에서 구입했다고 교육감 사퇴하라고 외친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 9월초부터 멱살잡이를 시전해 논란이 됐던 한선교 의원의 “내가 그렇게 좋아?” 발언까지. 수많은 말들이 국정감사에서의 촌극으로 기록됐다. 

 

국정감사 막바지에는 여당 측에서 송민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를 꺼내들며 문재인 전 대표의 종북 논란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해당 논란은 JTBC가 최순실의 ‘태블릿PC’를 입수해 보도하며 사그라 들었다.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아 수정했다는 보도에 대한민국은 충격에 빠졌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 11월-대통령의 대국민담화, 그리고 어둠을 밝힌 ‘촛불’

 

11월 한달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계속됐다. 3차에 걸친 대국민 담화가 이뤄졌지만, 국민들은 그 안에 진심이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1차 대국민담화는 10월25일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 수정 의혹에 대해 “좀더 꼼꼼히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 의견을 들은 적이 있지만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후에는 그만뒀다”고 해명했다.

 

1분40초 밖에 되지 않는 짧고도 단순한 해명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해명문 발표에 국민들은 분노를 표출하며 1차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2만여 명이 광화문에 모였다. 이후 최순실이 국내로 들어오고, 각종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연설문 수정 외에도 최순실이나 차은택 등의 비선실세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청와대가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을 압박했으며, 각종 이권사업에 입김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11월4일 2차 대국민담화를 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대통령은 “진상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1차 때와는 달리 목소리는 떨렸고 간간이 울먹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했나 자괴감이 들어”라는 말까지 하며 한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음날인 5일 2차 촛불집회에는 20만명의 인원이 몰렸다.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들불같이 일어났다.

 

2차 담화 이후 더 충격적인 보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길라임’이라는 가명으로 차움 의원을 다녔다는 보도, 각종 미용주사를 비롯해 마취제까지 청와대로 들어갔다는 보도, 세월호 7시간 동안 머리 손질을 했다는 등 충격적 내용들이 연일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가 비아그라나 팔팔정 등의 발기부전치료제를 구매했다는 보도는 ‘파란집의 파란 알약’이라는 제목으로 외신에 보도되며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어두워지자 광화문 광장을 수많은 촛불들이 밝히고 있다.     ©박영주 기자

 

▲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국민들이 밝히는 촛불     ©박영주 기자

 

▲ 시민들이 3일 경찰의 차벽을 꽃벽으로 만들었다.     ©박영주 기자

 

12일과 19일 3·4차 촛불집회에는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광화문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거리로 나온 국민들은 입을 모아 “박근혜는 하야하라”를 외쳤다. 국민들은 분노했지만 평화로운 모습으로 집회를 이어갔다.

 

분노를 해학으로 승화시키고 콘서트를 즐기며 성숙한 촛불집회를 이어가는 모습을 외신들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과거 의경들과 충돌을 빚던 폭력적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집회가 끝나고 의경들에게도 고생했다고 따뜻한 말을 건네주고,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성숙함을 보여주는 척도가 됐다. 

 

촛불집회의 규모가 커진 것은 대통령의 안일한 상황인식, 쏟아지는 의혹들도 있었지만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촛불은 바람불면 꺼진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나도 연설문 쓸 때 친구얘기 들어 본다” 등 여당 의원들의 비호 발언 탓도 있다.

 

대통령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감싸기에만 급급한 새누리당의 모습에 국민들은 “새누리당도 해체하라”고 외쳤다. 

 

이처럼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와중에도 박근혜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비공개 밀실에서 추진하거나,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를 강행하는 등 국민 여론과 정반대의 행보를 취했다. 

 

29일 박근혜 대통령은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한다. 울먹였던 2차 때와는 달리 다소 담담한 태도로 담화문을 읽어내려갔다.

 

박 대통령은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살아왔다”며 “대통령직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결정을 국회결정에 맡기겠다”고 공을 국회로 돌렸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는 하지만, 박 대통령이 공을 국회로 돌리며 책임회피를 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11월 마지막 촛불집회였던 5차 촛불집회에는 200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광화문으로 나오게 됐다.     

 

▲국회 본회의장 내부모습. 12월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대통령 탄핵안이 최종 가결됐다. (사진=박영주 기자 / 자료사진)

 

# 12월-朴대통령 탄핵안 가결…이어진 최순실 청문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을 국회로 돌렸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상상을 초월했다.

 

분노한 민심은 국회의원들에게 ‘역사에 부끄럽지 않을 올바른 선택을 하라’고 촉구했고, 결국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게끔 만들었다. 

 

12월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전체 300표 중 불참이 1표(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찬성이 234표, 반대가 56표, 무효가 7표로 최종 가결됐다.

 

여기에 우주의 기운이 깃들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불참과 찬성, 반대, 무효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1234567’이 되기 때문이다.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최종 결정은 헌법재판소에게 돌아갔고,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행을 맡게 됐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탄핵안에 적시된 의혹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이어진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청문회에는 대기업 총수들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핵심 인물들이 대거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만한 답변은 나오질 않았다.

 

더욱이 핵심증인인 최순실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며 6차례나 이뤄진 청문회에 계속 나타나지 않았다.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을 우롱한 최순실의 태도에 국민들의 분노는 계속되고 있다. 

 

아직 대한민국은 ‘최순실 블랙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2016년이 시작될 때 국민들은 하필 이름이 ‘병신년’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병신년 말이 되자 국민들은 “병신년도 끝나 가는데 병신년아 그만하자”, “내년에는 제발 병신년으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꺼져라 병신년. 영원히 안녕” 등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지독한 병신(丙申)년을 겪은 대한민국이지만, 오는 2017년 정유년에는 국민들이 보다 행복해질 수 있는, 웃을 수 있는 소식들이 정치권에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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