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청년실업 문제, 대기업과의 '딜'부터 끊어내야

대기업 위주 퍼주기식 규제완화로 일자리 거래하는 대한민국

박수민 기자 | 기사입력 2016/11/08 [17:11]

[초점] 청년실업 문제, 대기업과의 '딜'부터 끊어내야

대기업 위주 퍼주기식 규제완화로 일자리 거래하는 대한민국

박수민 기자 | 입력 : 2016/11/08 [17:11]
(편집=문화저널 21 / 자료=통계청 및 고용노동부)


지난 9월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지난 6일 고용노동부가 한국고용정보원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 등을 활용해 우리나라 장기실업자 현황과 원인을 분석한 결과, 8월 현재 국내 전체 실업자 가운데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수가 전년 동월대비 6만2000명이 증가한 18만2000명이었다.

 

전체 장기실업자 중 15~29세인 청년층의 비중이 44%로 가장 높았으며, 동기간 증가폭도 9.7%p로 다른 연령층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에서도 고학력 구직자들의 실업률은 특히 높다.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9월 대졸자 실업 증감률은 10.9%로 전년 동기 5.4%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발표는 그간 정부가 추진한 청년실업 정책이 모두 허상이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겨우 몇 글자의 숫자로 기록된 청년실업률 완화에만 눈이 멀어, 대기업 임원의 임금을 줄여 일자리를 만든다는 등의 임시처방으로 내놓은 정책들이 오류를 낳은 것이다.

 

급기야 이제는 청년실업 문제를 청년층의 취업의지 부족해 발생한 것으로 몰아가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최선을 다해 정책을 펼쳤지만, 청년들이 취업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해 실업률이 높아졌다는 게 정부 데이터의 골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국내 장기실업자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하면서, 장기실업자가 증가한 원인으로 더 나은 직장을 찾기 위해 ‘장기실업 상태에 머무는 청년층’이 늘어난 점을 주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목한 청년층이 장기실업자의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주된 원인은 ‘구인기업과 청년구직자간 미스매치’다. 기업들은 ‘회사에서 요구하는 경력과 학력, 자격을 갖춘 지원자가 없어서’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지 않았으며, 구직자들은 ‘근로조건이 기대 수준과 맞지 않고 채용 직종이 마음에 안 들어서’ 입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청년들은 ‘질 높은 일자리’를 원한다. 최근 들어 정부는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며 20조 원가량을 투입했지만, 질 높은 고용 창출은커녕 오히려 고용 시장이 후퇴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 많은 돈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출처는 찾을 수 없지만 확실한 점은 일종의 '딜'로 시작한 정부의 취업정책이 잘못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간 일자리 부족을 핑계로 대기업에게 규제개혁 및 완화 등을 내주고, 일자리를 구걸하는 형태로 모종의 거래를 해왔다.

 

대기업 중심의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간과한 채, 자신들이 편한 쪽으로만 정책을 펼친 것이다. 결국 이같은 정책들은 청년층의 눈높이에만 초점이 맞춰져 부작용을 양산하는 반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되려 악화시키는 꼴이 됐다. 같은 맥락에서 장기실업자가 증가한 원인은 청년층의 높아진 눈높이가 아닌 정부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단적으로 요즘 청년들은 취업을 위해 대학은 기본적으로 졸업해야 하며, 더불어 높은 학점과 토익점수, 어학연수 경험, 자격증도 취업의 필수 조건으로 준비해야 한다. 또 공모전 입상과 인턴 경력, 사회봉사, 심지어는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성형 수술까지도 ‘취업 9종 세트’라 불리며 취업을 위한 코스가 돼버렸다. 

 

또 신입으로 입사하기 위해 관련 직무 경력을 쌓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 조건, 이른바 ‘열정페이’를 받으며 이력서 한 줄의 스펙을 더 쌓기 위해 매달리고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스펙을 쌓아도 청년들의 취업길은 막막하기만 하다. ‘3포 세대’라 불릴 만큼, 힘겨운 취업과 사회 상황에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기도 한다. 주변 시선과 자신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청년들이 대기업 등 좋은 여건을 갖춘 직장으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청년들은 그저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서, 자신의 경쟁력을 위해 스펙을 쌓았고, 그에 상응하는 조건의 일자리를 찾았을 뿐이다. 

 

하지만 고용창출을 볼모삼아 정부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고 있는 대기업들이 구직자들을 위해 여는 취업문은 그리 넓지 않다. 오히려 매년 돌아오는 상·하반기 대기업 공채 시즌마다 줄어드는 채용 규모에 취업준비생들의 한숨은 늘어만 간다. 때문에 청년들은 탈락의 고배를 느낄 새도 없이 한 번만 더 해보자고 매번 자신을 다독이며, 장기 취준생으로 남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금도 전국경제인연합회로 대변되는 재계는 청년 실업률과 침체된 경제성장률을 미끼삼아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안 등을 철회하는 등 규제를 풀어 고용창출을 이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와 재계의 뜻대로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단적으로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대기업에 의존하는 경제구조와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며 결국 한진해운,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같이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단순히 수치화 된 청년실업 완화에만 급급해 대기업과의 '딜'이 아닌 전체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중견, 중소기업의 질적 성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정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질 좋은 일자리를 양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문화저널21 박수민 기자 sumin@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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