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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기획, 실버 취업자-①] “몸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다”
[‘인생 제2막’을 열다] 은퇴 14년, 치기공 택배원으로 새 삶 꾸려가는 83세 윤여관 씨
기사입력: 2016/10/31 [10:50] ⓒ 문화저널21
조우정 기자

65세 이상 고용률 30.6%로 증가세가 추춤…55~79세 고령층 절반 이상 여전히 일하기 원해

 

“노인 인력 활용 제도는 미비, 일자리는 한계”

“노후생활 보장할 수 있는 일자리 많아졌으면”

 

[문화저널21=조우정 기자] “음악가들은 은퇴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어요. 음악가들은 그들 안에 음악이 없을 때 멈추죠. 저는 제 안에 아직 음악이 있다고 장담합니다.”-영화 ‘인턴’ 대사

 

성공한 주부 CEO 줄스(앤 해서웨이)는 자신의 쇼핑몰의 인턴으로 70세 벤(로버트 드 니로)를 뽑는다.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가진 벤은 젊은 직원보다 여유롭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뽐내며 줄스를 돕고 조언해준다. 영화 ‘인턴’이 담고 있는 줄거리다. 해당 영화는 우리나라 실버 세대가 꿈꾸는 제2의 사회생활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경제활동을 이어갈 젊은층이 줄고 고령자들이 늘면서 부양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빨라진 사회 은퇴 시기에도 기대수명이 늘어 노년기가 길어지면서 ‘실버 취업’을 원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실제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내국인)의 13.2%를 차지하는 657만명으로 10년 전인 2005년에 비해 약 220만 4천명이 증가한 규모다. 이 중 지난해 65세 이상 고용률은 30.6%로 증가세가 추춤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55~79세 고령층의 절반 이상이 장래에 일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고령으로 접어든 노인을 받아줄 일자리 찾기는 쉽지 않을 뿐더러 노인 복지정책도 아직까지 미비하다. 박근혜 대통령 시정연설에서도 노인 일자리 5만개 확대라는 내용이 담겨있을 정도로 정부에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는 문제다.

 

이런 열악한 상황속에서 은퇴 노인의 취업을 도와주는 비영리 단체 ‘대한노인회 도봉 통합취업지원센터’와 새로운 일자리로 ‘인생 제2막’을 살아가는 실버세대를 만나보았다.

 

대한노인회 도봉 통합취업지원센터 “인지도는 약하지만 발걸음 끊이질 않아”

“부족한 예산과 노인 인력 활용할 제도없는 현실 힘들어”

 

2010년 문을 연 대한노인회 도봉 통합취업지원센터(이하 도봉 센터)는 60세 이상의 은퇴 노인들을 위해 취업을 연계해주는 비영리 센터다. 복지부의 국고 보조금으로만 운영하기에 열악한 환경에도 취업 희망자들에게 맞춤 일자리를 제공해야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매칭에 임한다.

 

한석삼 사회복지사 센터장은 민간기관이기에 약한 인지도에도 아침 9시부터 노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말한다. “이곳에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와요. 자영업부터 대기업 직원이었던 사람들까지 취업을 희망하는 다양한 경력자들이 방문해요.”

 

일자리의 수요와 공급이 일정치 않아 미스맺칭도 발생하지만, 다른 기관에 비해 맺칭 성공률이 높다. 체계적인 관리로 한 달 평균 50명 이상 취업을 연계해주고 있으며, 현재까지 500여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희망자를 모집해 좋은 곳으로 알선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심층상담과 이력서를 작성해 사후관리도 힘쓰고 있죠.”

 

연이은 전화와 방문상담으로 많은 업무량 속에도 틈나는대로 노인 취업 희망자를 모집하는 민간사업체를 발굴한다. 처음엔 고령의 취업자를 받아줄 사업체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현재는 설득과 신뢰로 연계기관이 500여곳으로 늘었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는 것 같아요.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만큼 바빠도 맺칭 성공과 취업자들의 홍보로 힘이 나요.”

 

▲ (왼쪽부터) 윤여관씨와 이정호 대한노인회 도봉 통합취업지원센터 팀장     © 조우정 기자


지난해엔 고용서비스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로부터 인증마크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도봉 센터는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반면 운영 상황은 녹록치 않다. 부족한 예산과 무엇보다도 노인 인력을 활용할 제도가 없다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일본 나리타 공항만 보더라도 60세 이상의 노인분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노인 인력을 활용하는 가장 좋은 예시죠. 우리나라는 노인이 일할 일자리의 한계가 있어요. 사회적 합의 도출이 정부·민간 주도를 통해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도봉 센터에 따르면 60·70·80대가 주를 이루는 고령 인구 대부분의 일자리는 열악하고 봉급도 적은 ‘박봉’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구하지 못해 도봉 센터를 방문하는 노인들이 태산이다. 이들은 영화 인턴처럼 수트를 입고 출근하는 일자리가 아닌, 일을 하며 자신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직업을 통해 ‘인생 제2막’을 만들어가고 싶은 것이다.

 

은퇴한지 14년…80대 치기공 택배원으로 ‘제 2의 인생’

“제 몸이 허락하는한 일하고 싶어요. 아직 일할 수 있으니까요”

 

올해 83세인 윤여관 씨는 3년전 도봉 센터를 방문하고 EDS물류센터의 치기공 택배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은퇴한지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회활동은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휴식기를 가질 나이지만 윤 씨는 오히려 일하는게 행복하다. 

 

“은퇴하고 보니 세상이 비의욕적이고 건강도 악화됐죠. 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알아보던 중 도봉 센터로 와서 일자리를 소개받어요. 가정생활에도 보템이 되니 가족들도 호응을 해주더라구요.”

 

그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동안 근무하고 있다. 택배원이라는 직업 특성상 근무지는 야외가 대부분이고 이동이 많다. 그래도 힘들다는 생각보단 건강해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업무를 통해 알게된 지인들이 많아져 보람을 느낀다.

 

“업무 전에는 모든지 할 수 없다라는 마음이 많아 모든 것에 부정적이었어요. 지금은 몸과 마음 모두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변했어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죠. 더구나 이 업무를 하면서 단골도 생겼고, 서로 인사하고 챙겨주고 친절히 대해주니 회사에서도 믿고 일을 맡겨요.”

 

처음 택배원으로서 일을 접했을 때는 갑작스러운 활동으로 다소 지치고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업무에 익숙해지고 나니 이제는 숙련 직원이 됐다. 윤 씨는 주변에 일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80, 90대 나이에도 일자리를 갖는게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같이 퇴직한 주변인들이 많이 부러워해요. 지금은 일자리가 없어서 못하니까요. 노후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는게 현실이에요.”

 

실제로 삼각지에 위치한 EDS물류센터로 업무를 하기 위해 의정부에서 오는 장거리 노동자도 있다. 성과제와 짧은 업무시간으로 급여가 많진 않지만, 노인들의 노동을 위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윤 씨는 일을 원하는 주변 지인들에게도 도봉 센터를 소개해주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우리 나이대에는 아무일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니깐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일자리를 갖게 돕는거죠.”

 

일을 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현실에 그가 바라는게 한 가지 있다고 한다. 바로 노인 일자리 창출이다. 노동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신체와 마인드가 있기에 새 삶을 시작할 기회를 원하는 것이다. 

 

“운동선수도 시기를 놓치면 운동을 못하듯이, 우리도 몸이 허락하는한 일을 하고 싶어요. 아직 일할 수 있으니깐요. 노후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cw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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