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3년, 신동빈 리더십 시험대 올랐다

친정체제 구축, 그러나 잇단 악재 속 리더십 '흔들'

박현수기자 | 기사입력 2014/02/07 [13:46]

취임3년, 신동빈 리더십 시험대 올랐다

친정체제 구축, 그러나 잇단 악재 속 리더십 '흔들'

박현수기자 | 입력 : 2014/02/07 [13:46]

 
【문화저널21 = 박현수 기자】 지난 2011년 신동빈 롯데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뒤를 이어 롯데그룹을 이어받았다. 취임 후 그가 신조로 삼은 것은 ‘거화취실’. 그의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에 걸려있는 이 사자성어는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배제하고 내실을 지향한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실속을 강조한 신동빈 회장이 취임한지 3년. 이제 그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신동빈의 실속경영 취임식도 없었다
2011년 2월 11일 롯데의 수장이 된 신동빈 회장의 첫 출근길은 부회장 시절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수행비서를 따로 두지 않았고 서류가방을 직접 든 채 직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무실로 향했다. 취임식도 따로 치루지 않았다.

회장으로 승진한 후 처음 참석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만찬에서 내놓은 와인도 겉모습(가격)의 화려함보다는 내실(맛)을 택했다. 전경련 회장단 만찬을 맡은 신 회장은 롯데호텔 식당인 ‘피에르 가니에르’에서 ‘동 페리뇽 2002(샴페인)’, ‘조셉 드루앵 코동 샤를르마뉴 2007(화이트와인)’, ‘조셉 드루앵 포마르 2007(레드와인)’을 준비했다. 가격은 20만원선으로 저렴하지만 맛은 뛰어나다.

신 회장은 여느 회장들과 달리 모든 임직원에게 경어를 쓰고, 명함을 교환할 때도 늘 두 손을 사용한다. 이는 영국에서 익힌 비즈니스 매너가 크게 작용했다. 신 회장은 국내 대기업 오너로는 드물게 국제금융의 본고장인 영국 런던에서 투자은행(IB) 업무를 배웠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8년여간 근무하며 IB 업무와 국제금융경제를 익힌 IB 전문가로 통한다.

‘사람’ 중시하는 신회장, 3년만에 친정체제 구축
신 회장은 지난해 국내외 전 롯데 계열사의 인사노무교육 담당자 500여명이 모여 한 해의 주요 이슈를 논의하는 자리인 ‘2013 HR(인적자원) 포럼’에서 ‘롯데그룹 다양성 헌장’을 제정했다. 이 헌장에는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성별문화장애세대 등 각종 차별 철폐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는 ‘사람’을 중시하는 롯데그룹의 철학과 신동빈 회장의 인재 등용에 대한 의지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신 회장은 “다양한 사고를 가진 인재들이 차별 없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며 “태생적문화적외형적 차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는 개방적이고 공정한 조직문화를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3년차를 맞이한 올해 신 회장은 임원인사를 통해 본격적인 자기 색깔 내기에 돌입했다. 자기 측근들을 주요 요직에 앉히고 젋은 롯데그룹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롯데그룹은 28일 김치현 롯데 정책본부 사장을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발령하고 이동우 롯데월드 대표이사를 부사장으로 임명하는 등 214명에 대한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승진자 수는 그룹 사상 최대로 지난해(158명)보다 35% 정도 많다. 황각규 운영실장과 여성임원 2명을 포함한 신임 임원도 82명이 탄생했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동빈 회장의 친정체제 강화다. 신 회장의 핵심참모인 김치현 사장은 롯데건설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부진한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건설에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신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황각규 국제실장은 그룹 전체의 업무를 총괄하는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맡게 됐다. 또한 비전전략실장(전무)에는 임명된 임병연 정책본부 미래전략센터장(상무)은 황사장의 서울대 화학공학과 후배로 신동빈 친정체제의 일원이 됐다.

반면 그룹 핵심인 유통 부문 계열사 CEO였던 소진세 롯데슈퍼 겸 코리아세븐 대표는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총괄사장으로 보임이 변경되면서 2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소 대표의 빈자리는 롯데슈퍼 신임 대표엔 최춘석 전무가, 코리아세븐 신임 대표엔 정승인 롯데백화점 전무가 발탁됐다. 이들의 영입으로 롯데 유통부문 CEO들의 평균 연령은 62세에서 58세로 젋어졌다.

이밖에 해외사업을 강화하고 홍보실을 확대 개편한 것도 눈에 띈다. 몰튼 앤더센(44) 롯데호텔 모스크바 총지배인과 조셉 분따란(49) 롯데마트 인도네시아 도매법인장을 임원(이사대우)으로 발탁했다. 롯데는 정책본부에 대외·홍보·사회봉사를 총괄하는 커뮤니케이션실을 신설했다. 대홍기획 최종원 대표이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실장을 맡는다.

반현 롯데는 사의를 표명했던 롯데카드의 박상훈 대표와 임원진에 대해선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조속한 수습이 급선무라고 판단해 이번 인사에서 보류했다.

롯데는 “철저하게 성과와 실적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젊고 역동적인 조직을 구성하는 데 인사 초점을 맞췄다”며 “순발력을 갖춘 조직으로 새로운 사업기회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잇단 악재 속 신 회장 리더십 ‘흔들’
그러나 신 회장의 이러한 행보와는 반대로 롯데 그룹은 잇단 악재에 휩싸이며 신 회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은 롯데카드가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휘말리면서 시작됐다.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 등 카드 3사가 무려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를 유출시킨 것이다. 이 사건으로 롯데카드는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 됐으며 카드 해지건수는 지난달 1일까지 50만9000장에 달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신 회장은 해당 사건을 직접 챙기며 수습에 나섰다. 이달 3일 ‘롯데그룹 정보보호 위원회’를 개최하고 신 회장 본인이 직접 참석해 41개 주요 개열사 대표이사와 그룹의 정책본부 임원까지 모두 불러들였다. ‘롯데그룹 정보보호 위원회’는 롯데 계열사들의 정보·보안 담당 임원급이 모이는 실무 회의다. 신 회장의 참석은 그만큼 롯데카드의 고객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그룹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에 고심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날 위원회에서는 고객 정보의 접근 권한을 철저히 제한하고 회사 내부의 임직원뿐만 아니라 외부 협력업체에 대해서도 시스템적 관리 및 절차강화, 물리적 보안 등이 논의됐다.

정보보호 위원장을 맡은 채정병 롯데 정책본부 사장은 “고객 정보 보안에 대해 그룹 차원의 상시적인 점검을 실시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책임을 묻겠다”면서 “총력을 다해 사건 재발을 방지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롯데쇼핑은 세금탈루와 일감몰아주기로 국세청으로부터 600억이 넘는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지난달 롯데카드가 사상 최악 개인정보 유출사건에 연루된 지 채 1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그룹 측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친정 인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롯데 그룹을 이끌어 나가려던 신동빈 회장에게는 여러모로 ‘잔인한 2월'이다. 취임 3년차 신 회장에 대한 평가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phs@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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