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대학을 줄 세운다

공채 제도 개편안, '결국은 대학 서열화' 논란 가중

박진호기자 | 기사입력 2014/01/25 [23:58]

삼성이 대학을 줄 세운다

공채 제도 개편안, '결국은 대학 서열화' 논란 가중

박진호기자 | 입력 : 2014/01/25 [23:58]

【문화저널21 = 박진호 기자】삼성그룹이 발표한 공채 제도 개편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학력과 자격증 등 여러 스펙 위주의 선발 관행을 타파하고 현장에서 우수 인재를 찾겠다는 기존의 취지와는 달리 대학을 서열화 해, 오히려 학력 위주의 병폐를 고착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신입사원 채용제도의 전편 개편하겠다고 밝히며,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의 총·학장에게 인재 추천권을 부여하고 연중 수시로 지원자를 발굴할 것이라고 지난 15일에 발표한데 이어, 24일에는 해당 대학에 이들이 추천할 수 있는 신입사원 인원을 할당해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삼성그룹이 재단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성균관대가 115명의 추천권을 받아 가장 많은 인원을 배정받았고 서울대와 한양대가 110명, 연세대·고려대·경북대는 100명을 추천할 수 있게 됐다. 그 뒤를 이어 부산대와 인하대, 경희대, 건국대 등이 50명 이상의 추천권을 받게 됐다.

삼성그룹 측은 이전부터 산학협력을 맺고 있는 대학 출신 입사자가 많고, 사업 구조상 이공계 출신 인재들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산학협력을 맺은 학교에 추천 인원을 많이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각 대학들이 추천 방식에 대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스펙이나 외국어 능력보다는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많이 추천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나 삼성 측의 이러한 통보에 대해 많은 대학들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각 대학들과 사전 상의 없이 삼성이 일방적으로 할당을 했으며, 이공계 쏠림 현상은 물론 전체적으로 호남보다 영남지역이 더 많은 추천권을 확보하는 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할당인원 발표 자체가 삼성그룹에서 세워놓은 대학 서열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이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또한, 삼성측이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자율적으로 추천해달라고 전했지만, 결과적으로 학교 내에서도 학생들 간의 스펙 전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학교 측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총장 추천 대상이 된 학생들은 서류 전형만 면제를 받을 뿐 2차 필기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대학 입장에서도 필기시험에서 합격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을 추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할당 인원이 적은 대학들은 삼성 측의 선정 및 통보 절차에 대해 "불쾌하고 굴욕적"이라는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대한민국 재계순위 1위인 삼성이 제공하는 학생 체용의 기회를 거부하기는 힘들다며 당혹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삼성의 공채 제도 개편안에 대해 '국제적 흐름에 부합하는 선도적 변화'라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이들은 다음 달 5일 열리는 총장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대교협 역시 삼성 측의 할당 인원과 관련하여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 삼성그룹 신입채용 대학별 총장추천인원 할당 현황
성균관대 115명
서울대, 한양대 110명
고려대, 연세대, 경북대 100명
부산대 90명
인하대 70명
경희대 60명
건국대 50명
중앙대, 영남대, 부경대, 아주대 45명
동국대, 전남대 40명
광운대 35명
서울시립대, 숭실대, 이화여대, 전북대, 단국대, 한국외대 30명
국민대, 동아대 25명
강원대, 세종대, 숙명여대, 한동대 20명
성신여대, 서울여대, 상명대, 인천대 15명
동덕여대 13명
창원대 12명
경남대, 대구대, 덕성여대, 삼육대, 강남대, 목포대, 호남대, 제주대 10명
한예종, 동신대 8명
우송대, 한세대 6명
성공회대 4명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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