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경제협력 50년 회고와 전망

[한-독 경제수교 50년 특집 3]

이성봉 | 기사입력 2011/09/05 [09:51]

한·독 경제협력 50년 회고와 전망

[한-독 경제수교 50년 특집 3]

이성봉 | 입력 : 2011/09/05 [09:51]
이성봉 교수
[문화저널21 이코노미컬쳐 9월호]
한·독 경제협력 50년의 의미

한국과 독일 양국은 1955년 12월 1일에 국교를 수립했지만, 1961년에 “대한민국 정부와 독일연방공화국 정부간의 경제 및 기술협조에 관한 의정서”를 체결한 이후부터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011년 올해는 한국과 독일이 경제협력을 시작한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2010년 말 기준으로 한국과 독일의 경제 관계는 총 교역규모가 252억 달러(독일로 수출 107억불, 독일로부터 수입 143억불), 총 직접투자 규모가 122억 달러(독일로부터 투자 92억불, 독일로 투자 30억불)에 이르는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독일은 한국의 제6대 교역국이며, 한국 외국인투자 순위 제5위의 투자국이기도 하다.

한국이 전쟁이후 절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기 시작한 1960년대 초 서독정부는 국제사회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자본과 기술원조를 제공했다. 이후 독일은 한국이 1970년와 1980년대를 걸쳐 국제경제 무대에 등장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했다. 한국도 독일 기업에게 좋은 사업기회를 제공하며 독일 기업의 아시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시 독일 기업은 다른 어느 나라 기업들보다도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에 투자함으로써 한국의 대외신인도 회복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극복이후 한국과 독일 간 교역 및 투자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한·EU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어 한·독 경제협력이 더욱 심화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

초기 20년간 일방적 경제원조를 통한
한국경제 도약 계기 마련

지난 50년 동안 한국과 독일 간 경제협력의 내용은 시기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한·독 경제협력의 시기는 크게 세 개의 기간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시기는 독일의 한국에 대한 일방적인 경제원조가 이루어졌던 기간으로 1960년대 초부터 1980년대 초까지의 기간이다. 정확하게는 앞서 언급된 “경제 및 기술협조에 관한 의정서”를 체결한 1961년부터 시작하여 독일 정부의 공공차관 도입을 위한 마지막 협정이 체결된 1982년까지의 기간이라고 하겠다. 이 시기에는 독일의 한국에 대한 공공차관, 상업차관 및 기술원조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던 기간이다. 따라서 이 시기의 경제협력은 ‘일방적 원조단계’라고 부를 수 있다.  

공공차관인 재정원조의 경우 1961년 의정서에 따른 1,500만 마르크를 필두로 1982년까지 총 12건의 재정원조협정을 통해서 모두 5억3천776만 마르크가 지원되었다. 이 공공차관을 우리 정부는 주로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사용하였다. 구체적인 사업으로 전화설비, 전기공급, 철도신호체계, 부산상하수도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농촌개발사업, 우유가공공장, 공공금융기관을 통한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제공, 광산개발, 의료시설의 확충 등으로도 사용되었다.

상업차관의 경우 공공차관과 같이 유리한 조건은 아니었지만 우리에게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절에 경제개발을 위한 다양한 사업에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1961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상업차관은 모두 9억1천800만 달러로 동 자금은 시멘트 공장, 전기기계 공장, 인조견직물 공장, 인천제철소, 제지 공장, 화학비료 공장, 섬유기계 공장, 나일론 공장 등의 건설을 위해서 사용되었다.

기술지원의 경우 1961년 체결된 '직업학교 설치에 관한 각서교환'에 의해서 설립된 한·독 직업학교가 효시라고 하겠다. 동 직업학교에서는 기계, 전자, 용접 등의 분야에서 매년 60명의 학생이 기술교육을 받았으며, 한국 기술자들이 독일에 파견되어 기술연수도 받았다. 본격적인 기술지원은 1966년 9월 28일에 체결된 ‘기술협력에 관한 협정’을 통해서 시작되었으며, 주요 기술지원 사업들은 직업훈련, 연구개발, 농림수산 및 광업, 중소기업지원 등 4개 분야로 구분될 수 있다. 직업훈련 분야의 경우 부산직업훈련소(한·독 기술센터) 설립, 통신기술훈련소, 창원기능대학, 충남대 공업교육대학 등의 사업을 통해서 양질의 산업인력 공급에 크게 기여하였다.

연구개발 분야의 첫 기술지원은 1972년에 체결된 ‘초지연구소의 설치에 관한 약정’에 따른 우유생산과 관련한 연구소 설치에 대한 지원이었다. 이후 정밀기계선터, 기계금속시험연구소 설립, 표준연구소 지원 사업 등을 통해 연구소 운영지원 및 독일전문가 파견, 연구장비의 제공, 한국 연구원의 독일내 교육 등이 이루어졌다.

또한 농촌종합개발연구사업을 통해 한국 농촌개발에 대한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접근이 이루어졌고, ‘트리스탄 에이’라는 원자력 축전지 제공을 통해 한국의 원자력분야 연구와 실용화에 기여했다.

농림수산 및 광업분야의 기술지원은 국내 대학을 통한 지원과 산림녹화 및 탄광관련 지원사업 등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지금 우리나라의 울창한 산림의 조성은 상당 부분 70년대 이루어진 독일의 기술지원에 따른 것이다. 탄광분야의 경우 주로 재해방지를 위한 노하우 전수에 집중되었고, 이는 많은 광부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독일은 1978년부터 기술지원의 일환으로 한국 중소기업의 수출확대 및 국제화 역량 제고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개시하였다. 동 사업들은 주로 독일기술협력공사가 독일 산업전문가를 한국에 파견하여 한국 기업들이 독일 기업에 수출하는 것을 자문하거나, 한·독 기업간 합작기업의 한국내 설립과 합작기업의 독일 및 유럽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수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매칭형태의 기술지원을 통한 한국경제체질 강화
한·독 경제협력의 두 번째 시기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시기로, 정확하게는 기술협력 사업에서 한국측 비용부담을 명시한 ‘기술협력사업 한국측 부담금 설치운영에 관한 약정’이 체결된 1984년 이후부터 한·독민간과학기술협력위원회가 설치된 1995년까지의 시기이다. 이 때 독일의 한국에 대한 원조는 공공차관이나 상업차관이 아닌 기술지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기술지원의 방식도 이전까지의 일방적 시혜 형태의 지원에서 벗어나 비용의 상당 부분을 한국정부가 매칭으로 부담하는 형식을 취하게 된다. 따라서 이 기간의 경제협력은 ‘기술지원 전환 단계’라고 부를 수 있다.

이 기간에 이루어진 주요 기술지원 사업들 중에는 새로운 사업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개시된 사업들의 연장, 확대 및 조정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한국과학기술대학 교원훈련사업, 충남대학교 공업계 교원훈련 사업, 직업훈련사업의 통합(노동부 독일 자문단, 창원기능대학 기능장 훈련, 한·독부산직업훈련, 과학기술대학 훈련교사 양성과정, 천안직업훈련대학 교사양성과정의 통합 지원), 농촌종합개발 연구사업 연장, 초지연구사업 연장, 한국표준연구소 지원 연장, 산림녹화사업 연장 등을 들 수 있다.

   중소기업분야의 지원은 1980년대 중반에도 계속되었는데, 한국의 중소기업분야의 수출알선, 기술이전, 투자의 촉진사업 공동 수행을 통해 한국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고용창출을 도모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구체적인 지원방법은 독일의 협력전문가를 한국 중소기업진흥공단에 파견하고, 독일 퇴역기술자협회의 전문가를 한국 중소기업에 파견하는 것이었다. 이 지원 사업은 한국 중소기업의 국제화 역량의 제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동반자적 협력을 통한 양국 상호 이익 증진
 
한·독 경제협력의 세 번째 시기는 199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로 기술원조 차원의 사업들도 종료되고, 산업협력 및 과학기술협력 등 양국이 상호이해의 증진을 위해서 대등한 입장에서 다양한 경제협력 사업들이 시행되어온 시기이다.

특히, 1995년 김영삼 대통령의 독일 방문시 한·독 민간과학기술협력위원회(2003년 한·독 과학기술협력위원회로 개편)를 설치하기로 합의하고 이에 근거하여 1996년 KIST 유럽연구소가 설치된 것과 1996년 2월에 한·독 산업협력위원회가 설치되었다. 동 시기는 ‘동반자적 협력 단계’로 부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주로 산업협력과 산업기술 및 과학기술 협력형태로 경제협력이 이루어졌다. 산업협력의 경우 자동차, 기계, 인프라 분야를 우선협력 분야로 선정하여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하였다.

산업기술 및 과학기술분야의 경우 한·독 과학기술협력위원회와 한·독 산업기술협력위원회를 통해서 기초연구 및 산업기술연구 분야의 협력사업들을 추진했으며, 2006년부터는 두 위원회가 한·독 과학산업기술협력위원회로 일원화되어 현재까지 다양한 과학산업기술 협력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양국은 국가 전략 분야에서 총괄계획 수립을 통해 체계적인 과학산업기술협력을 이루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독일의 기초 및 응용과학과 한국의 개발 및 상용화 기술 결합을 함께 논의함으로써 과학연구, 원천기술 개발 및 이의 산업적 응용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한·EU FTA 발효와
한·독 경제협력의 새로운 지평

한·독 경제협력은 초기단계 독일측의 일방적 지원에서 시작되었지만, 한·독 경제협력이 한국경제개발 촉진으로 연계되고, 나아가 한국경제가 성장발전하면서 이제는 대등한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되었다.

향후 양국의 대등하고 상호보완적인 경제협력이 한층 더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한·EU 자유무역협정이 올해 발효되면서 한·독 경제협력은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한·EU FTA가 한·독 경제관계에 미칠 효과와 관련,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양국의 무역과 투자가 모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수지 측면에서만 본다면, 한국의 대 독일 수출증가보다 독일의 대 한국 수출 증가 금액이 커서 독일의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EU FTA는 한·독간 무역측면에서는 한국에 다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의 생산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독일의 대 한국 투자의 증가 및 FTA에 따른 시장확대 효과를 주목하여 전 세계로부터 추가적인 투자 등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독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
한국과 독일 양국이 한·EU FTA 이후 글로벌 세계경제에서 양국의 경제발전을 촉진하고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동반자적 경제협력의 모델을 재설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방안을 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기업 중심의 협력적 사업의 확대를 위한 양국 정부차원의 지원 사업 수행이다. 한국 및 독일 경제는 모두 대외지향성이 매우 높은 구조를 갖고 있으며, 양국 기업들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국제화에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화의 핵심에는 해외 파트너와의 협력적 사업의 추진이 있다.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독 양국기업이 그들이 각자 갖고 있는 경영자원을 공유하고 위험을 분담하는 다양한 형태의 협력적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1964년에 체결된 한·독 투자보장협정을 투자자유화 협정으로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FTA와 달리 한·EU FTA에는 투자분야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는 투자분야는 EU 집행위원회가 대외협상권한을 갖고 있지 않고, 각 회원국이 협정체결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EU FTA를 통해서 한국과 독일의 경제관계가 크게 발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분야가 FTA에 포함되지 않아서 양국이 FTA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한·EU FTA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1964년에 체결된 한·독 투자보장협정을 최신의 투자협정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셋째,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협력을 강화하여 양국의 경제제도 관련 유사성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국간 다양한 분야의 정책협력을 통해서 장기적으로 양국의 제도의 유사성이 확대되는 방향의 노력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지난 50년 동안의 한·독 경제협력은 양자간 경제협력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 중 하나이다. 독일 정부의 경제원조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이며, 한국에게는 외국자본과 기술을 활용한 경제발전 모델을 창출했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과 독일의 경제협력이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 및 보완 관계의 강화를 통한 진정한 동반자적 협력을 실현해오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는 한국과 독일 기업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고, 동시에 자신들의 경쟁우위를 서로 보완하며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의 창출해나가고, 이를 통해 보다 더 큰 과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협력관계를 정립해야 할 것이다.
 
이성봉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독일만하임대학교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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