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홍신선

서대선 | 기사입력 2011/08/15 [15:53]

이 아침의 시 / 홍신선

서대선 | 입력 : 2011/08/15 [15:53]
로프 맨

                 홍신선
 
1.
생각을 걸레가 되도록 닦아야
허공엔
중심도 변두리도 없다.
허공 안에 허공이 없고
허공 밖에도 허공은 없다,
내 마음이 놓였던 자리
비로소 들춘
거기에도.
 
2.
외벽타고 들여다보는 고층건물 사무실 내부처럼
휑뎅그렁 텅 빈
허공,
하늘색에 제 아무리 하늘색 덧칠로 도색해도
덧바른 하늘색은
제 몸 결코 나토지 않는 것을
로프 맨처럼 몸 묶은 외가닥 정신을 풀고 땅에 내려서야
나는 봤다.
 
 
# “먼로바람”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먼로바람”이란 상공에서 부는 바람이 고층 건물에 부딪치면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현상으로 빌딩과 빌딩 사이를 지나는 돌풍이 소용돌이치며 가속도까지 붙게 되어 로프를 타고 고층 빌딩 외벽이나 유리창을 닦는 로프 맨들에겐 생명을 위협하는 바람이랍니다. “먼로바람”이란 헐리우드 영화 “7년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에서 지하철 환기통으로 치솟아 올라오는 바람으로 마릴린 먼로(marliyn monroe)의  스커트가 확 위로 솟구치는 장면에서 따온 바람의 이름이랍니다.
 
고층 빌딩의 경우 정기적으로 외벽과 유리창을 닦아주어야 하는 데, 몸에 로프를 묶은 로프맨들이 옥상에서부터 거꾸로 내려오며 오래 묵은 먼지와 오염을 직접 닦아내야 하는 어려운 일이지요. 고소공포증이 없더라도 고층 빌딩 옥상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면 결코 쉽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들의 정신도 주기적으로 “생각을 걸레가 되도록 닦아야” 늘 새롭고 날카로운 사유를 지속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실은 “내 마음이 놓였던 자리/비로소 들춘/거기에”는 “중심도 변두리도 없다./허공 안에 허공이 없고/허공 밖에도 허공은 없”는 것이지요.
 
“외벽타고 들여다보는 고층건물 사무실 내부처럼/휑뎅그렁 텅 빈/허공” 같은 정신임을 통찰하게 되면 “하늘색에 제 아무리 하늘색 덧칠로 도색해도/덧바른 하늘색은/제 몸 결코 나토지 않는 것을/로프 맨처럼 몸 묶은 외가닥 정신을 풀고 땅에 내려서” 볼 수 있는 거지요. 이러한 정신의 조망 능력을 갖을 수 있다면 “먼로바람”에도 정신을 잃는 일은 없을 거예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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