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한복판의 전봇대는 치웠건만,

전봇대가 없어도 휠체어는 어려워

이복남 | 기사입력 2011/08/12 [17:44]

인도 한복판의 전봇대는 치웠건만,

전봇대가 없어도 휠체어는 어려워

이복남 | 입력 : 2011/08/12 [17:44]
오래전 필자가 중학교를 다닐 때 영어 선생님은 지금은 고인이 된 양주동 박사 이야기를 즐겨 하셨다. 양주동 박사가 독학으로 영어 공부를 하면서 ‘삼인칭단수(三人稱單數)’라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 인도 한복판의 전봇대는 치웠건만     © 이복남
 

양주동 박사는 어느 겨울 이른 아침, 눈길 30리를 걸어 읍내 보통학교 교장을 찾아 물어 보았으나, 그분 역시 모르겠노라고 했단다. 다행히 젊은 선생이 그 말뜻을 설명해 주었는데 그 뜻을 알았을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 할 수가 없어 배고픈 줄도 모르고 밤새도록 책상 앞에서 그 메모를 외웠다고 했다. 

‘내가 일인칭(一人稱), 너는 이인칭(二人稱), 나와 너 외엔 우수마발(牛杏馬勃)이 다 삼인칭야(三人稱也)라.’ 

나는 아이(i), 너는 유(you), 그 밖에는 모두가 다 히, 쉬, 잇(he, she, it)이라는 것이다.

도로에 관한 자료를 찾다보니 문득 양주동 박사가 생각났다. 도로란 차와 사람이 다니고 그밖에 모든 것 즉 우수마발이 다니는 길이다.

그런데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차로'의 경우 도시지역 차로의 폭은 2.75미터 이상으로 할 수 있으며, 고속도로 등은 한 차선의 폭이 3.5미터 이상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사람이 다니는 길 즉 보행자전용도로의 폭은 얼마나 될까. 보도는 2미터 이상이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1.5미터 이상으로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 전봇대가 길을 막아(좌) 전봇대를 치운 길(우)     © 이복남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전부개정 2009.2.19 국토해양부령 제101호)

제16조(보도) ① 보행자의 안전과 자동차 등의 원활한 통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도로에 보도를 설치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보도는 연석(緣石)이나 방호울타리 등의 시설물을 이용하여 차도와 분리하여야 하고,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른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차도와 보도를 구분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른다.
1. 차도에 접하여 연석을 설치하는 경우 그 높이는 25센티미터 이하로 할 것
2. 횡단보도에 접한 구간으로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른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며, 자전거도로에 접한 구간은 자전거의 통행에 불편이 없도록 할 것

③ 보도의 유효폭은 보행자의 통행량과 주변 토지 이용 상황을 고려하여 결정하되, 최소 2미터 이상으로 하여야 한다. 다만, 지방지역의 도로와 도시지역의 국지도로는 지형상 불가능하거나 기존 도로의 증설·개설 시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1.5미터 이상으로 할 수 있다.

④ 보도는 보행자의 통행 경로를 따라 연속성과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설치하며, 보도에 가로수 등 노상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노상시설 설치에 필요한 폭을 추가로 확보하여야 한다.

필자는 지난 6월에 기장 중앙사거리에 휠체어가 다닐 수 없는 길이 있어 [인도 한복판에 전봇대가 기가 막혀]라는 기사를 썼었다. 당시 그 사실을 제보했던 이종태씨에게서 전봇대를 치웠다는 연락이 왔다. 

이종태씨에게서 연락을 받고도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다가 며칠 전 이종태씨에게 연락을 하고 기장 중앙사거리를 다시 찾았다. 

6월에 왔을 때는 인도 한복판에 전봇대가 버티고 있어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었는데, 과연 듣던 대로 전봇대는 한신아파트 방음벽 너머로 옮겼기에 휠체어가 지나갈 수는 있었다. 그러나 인도의 폭은 1.2미터 정도에 불과해서 휠체어가 겨우 지나갈 판인 길에 전봇대는 없어졌으나 신호등과 가로등은 여전히 버티고 서 있어 사람조차 다니기 힘들었다.

근처 가구점 아르떼 김대정 대표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지만 김대정 대표도 기 막혀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봇대는 옮겼지만 좁은 길에 가로등과 신호등이 버티고 있어서...방음벽을 뒤로 좀 물리면 좋겠습니다.”

▲ 전봇대가 없어도 가로등과 신호등은 여전히 길을 막고     © 이복남

‘한국전력공사 부산본부/기장지점’에서 신속하게 전봇대를 옮긴 것은 기사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그 기사를 보고 해운대기장방송 헬로tv에서 취재 보도를 한 것도 일조를 한 것 같다. 

그러나 인도 한복판에 있던 전봇대는 옮겼다해도 여전히 보도의 폭은 좁고, 그 좁은 보도에 가로등과 신호등이 버티고 있으니 사람들은 어디로 다니라는 말인지 그저 암담할 뿐이다. 

기장 중앙사거리와 한신아파트 사이에는 방음벽이 설치되어 있고 전봇대는 방음벽 너머로 이전이 되었다. 방음벽을 누가 설치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전봇대를 방음벽 너머로 이전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 방음벽을 1~2미터 쯤 뒤로 물리는 것은 어떨까 싶은데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장애인을 위해서 그리고 교통약자를 위해서 어떤 곳에서는 육교를 철거하고 횡단보도를 만들기도 하는데 아직도 보도의 폭이 좁아 다니기 어려운 길이 있다는 것을 몸소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제2도시라는 부산광역시 기장군 중앙로 사거리에 아직도 이런 길이 버젓이 존재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임은 어찌하랴.  

* 이 내용은 에이블뉴스(http://ablenews.co.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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