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 손택수

서대선 | 기사입력 2011/06/06 [09:52]

이 아침의 시 / 손택수

서대선 | 입력 : 2011/06/06 [09:52]
아내라는 이름은 천리향
 
                                  손택수
 
세상에 천리향이 있다는 것은
세상 모든 곳에 천 리나 먼
거리가 있다는 거지
한 지붕 한 이불 덮고 사는
아내와 나 사이에도
천리는 있어,
등을 돌리고 잠든 아내의
고단한 숨소리를 듣는 밤
방구석에 처박혀 핀 천리향아
네가 서러운 것은
진하디진한 향기만큼
아득한 거리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지
얼마나 아득했으면
이토록 진한 향기를 가졌겠는가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것은
살을 부비면서도
건너갈 수 없는 거리가
어디나 있다는 거지
허나 네가 갸륵한 것은
연애 적부터 궁지에 몰리면 하던 버릇
내 숱한 거짓말에 짐짓 속아 주며
겨울을 건너가는 아내 때문이지
등을 맞댄 천리 너머
꽃망울 터지는 소리 엿듣는 밤
너 서럽고 갸륵한 천리향아
 
 
# 두 사람의 남녀가 부부가 된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도 복잡한 성인기의 과제를 수행하는 일이랍니다. 부부가 됨으로써 인간의 삶 속에서 가장 친밀함과 사랑과 우정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반면에 상대를 배신함으로써 가장 큰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거든요.
 
stinnett(1984)등은 부부간의 의사소통의 장애요인으로 “문화적인 차이”를 들었어요. “한 지붕 한 이불 덮고 사는/아내와 나 사이에도/천리”가 있을 수밖에 없고, “살을 부비면서도/건너갈 수 없는 거리가 어디나 있다는” 것은 부부가 되기 전 개인의 성장 시에 경험한 사회 경제적, 지역적, 종교적 환경 등에 의해 형성된 독특한 가치관이나 행동유형이 결혼생활에 “아득한”거리를 만들게 되는 것이지요. 서로 의견도 가치관도 다른 남녀가 결혼이라는 의식을 통하여 가정을 이루고 사는 과정에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파생 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갈등이라도 그 갈등이 그대로 존재해도 좋다는 말은 아니랍니다. 부부 간의 갈등해결을 위한 조건으로 성숙, 사랑, 집중을 제시하고 있어요.
 
즉, 성숙된 성격과 사랑을 가지고 상대방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제기된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집중하여야 한다고 하였답니다. “내 숱한 거짓말에 짐짓 속아 주며/겨울을 건너가는 아내 때문이지/등을 맞댄 천리 너머/꽃망울 터지는 소리 엿듣는 밤/너 서럽고 갸륵한 천리향”같은 아내의 곱던 얼굴에 늘어난 잔주름마다 묻어있는 외로움을 볼 수 있나요?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 한다>(김정운 저, 8쪽)에 나오는 대목 중 하나랍니다.

“당신, 진짜로 나와 결혼한 걸 후회해?” 나는 약간 주저하다 대답했다. “응, 가끔...”
아내는 잠시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바로 몸을 내 쪽으로 향하여 이렇게 말했다.
“난, 만족하는데.....” 내가 어찌 반응해야할지 몰라 쭈뼜 거리는데, 아내의 나지막한 한마디가 내 가슴을 깔끔하고도 깊숙하게 찌른다. “아주, 가끔...................”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신구대학교수 dsseo@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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