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view] 최윤숙 작가의 ‘간보기II’, 서사적 흐름에 따른 개인과 군중 그리고 소통

이현주 | 기사입력 2011/05/09 [10:01]

[전시 view] 최윤숙 작가의 ‘간보기II’, 서사적 흐름에 따른 개인과 군중 그리고 소통

이현주 | 입력 : 2011/05/09 [10:01]

듣고 보이는 세상의 형태는 스멀스멀 아련하게 그려지고, 듣도 보도 못한 세상은 뜨거운 붓질과 화려한 색감이 등 푸른 미나리밭 저녁놀처럼 뒤엉킨다. 향긋하고 보드라운 내면세계로 통하는 소용돌이 문이 되어 나를 이끄는 힘, 화가 최윤숙의 작품세계다.
 
최윤숙이 지향하는 무의식 그곳의 세계는 ‘뭔지 모를 축축하고 은밀해진 공감대 앞에 발목이 붙들리는’ 공간이다. 원초아(id)는 프로이드가 무의식이라고 불렀던 성격의 한 부분이다. 공격적이고 동물적이며 조직되지 않은 것으로서, 규칙도 따르지 않는 개인에 내재하는 정신적 원동체이며 개인의 생의 기초가 된다.
 
융은 말했다. ‘무의식을 의식화 하지 않으면, 무의식이 우리 삶을 결정하게 되는데 우리는 이것을 운명이라 부른다.’
 
작품 앞에서 우리는 무의식인지 데자뷰인지 알 수 없지만, 묘한 이끌림 속에 살아온 지난 시간을 반추한다. 현대인으로서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거나 방치할 자신감이 없다. 권태와 허무를 섬세한 감수성으로 목도하면서 이미 권태와 우울, 허무와 냉소는 익숙한 불편함으로 자리 잡혀있다.
 

영화 ‘김씨표류기’를 보면 이러한 현대인의 고독이 극적으로 잘 드러난다. 여자 ‘김씨’가 소통하는 단 하나의 공간은 인터넷이고 그 안에서 자신을 포장하고 매일 같은 일상으로 자신을 가둔다. 최윤숙의 작품은 여자 ‘김씨’와 남자 ‘김씨’에게 찾아온 ‘사이’, ‘간격’, ‘틈’에 대한 화두로 시작된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이념과 이념 등 존재와 가치관의 다양한 간극에서 시작한 작업은 내 안의 의식과 무의식간의 소통 의지까지 보여주는 사이에 대한 고찰, 간間보기이다. 모든 인간이 근원적으로 갖고 있는 빛과 어둠의 불균등한 상존에 대한 이야기이자, 평범한 인생과 그 내면의 가득한 욕망에 대한 합창이라 할 수 있다.
 
최윤숙 작품의 시리즈는 작가 인생의 서사적 흐름에 따른 개인과 군중, 그리고 소통을 소재로 펼쳐 보이고 있다. 군중은 단순한 개인들의 집합체가 아니다. 군중은 사람 내면의 무의식에 숨은 정신이 특수한 상태에서 집중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군중은 그것이 나타나는 발현의 위계에서 스스로 이미지의 볼모가 된다. 군중 상징의 볼모가 되어버린 사람들은 개별적 존재가 갖는 분별력과 이성의 통제력, 자유의지, 도덕성 등을 더는 발휘하지 못한다.
 

작품에서도 실루엣만 어렴풋이 남아있을 뿐, 눈 코 입이 지워진 얼굴과 뒤통수로 가득 차있는 시끌벅적한 이미지 속에는 뭔가 작가의 비밀스러운 사연이 숨어 있을 것만 같고, 낯선 공간에 대한 무지를 두려워하는 현대인의 불안함은 독특한 이미지를 촉발시킨다. 집단 속 개인의 고독과 그림자, 그리고 그 안에 감춰진 짐승 같은 ‘이드(id)가 막 잡은 활어처럼 펄떡거리며 커밍아웃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집단 속에 틈을 메우며 사이를 좁히고 의식하지 못한 나의 무의식까지 끌어안으라고 이야기한다. 바로 우리가 다 알지만 하지 못하는 마이너에 대한 ‘사랑’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사랑이란 한 사람과 다른 모든 사람들 사이에 있는 차이를 심각하게 과장한 것이다. 비빔밥 같고 합창가 같은 최윤숙 작품 앞에 서면, 얽히고 설켜 있는 하나하나의 작은 봄나물 맛과 가냘픈 작은 소프라노 목소리까지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글 이현주 gallery ag 큐레이터
salome033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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