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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관절 수술을 하기 위해선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반드시’ 수술방에 들어가야 합니다”
지난 9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7차 공판장에서 나온 이 한마디는 참관인 모두를 술렁이게 했다. 피고인은 연세사랑병원 병원장과 해당 병원 전문의, 영업사원. 혐의는 의료법 위반 이른바 '대리수술'이다. 해당 발언은 연세사랑병원측 변호인단이 내뱉은 말로 영업사원이 없으면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펼친것이다.
병원 측 변호인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순환간호사 A씨를 상대로 “교육을 받은 영업사원들은 인공관절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들이 반드시 수술실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A씨가 “모른다”고 답하자 변호인은 “그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단정했다.
이 대화는 픽션이 아니다. 법정에서 실제로 오간 발언이다. 의료인이 아닌 자가 수술실에 출입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치부하는 발언. 이들에게 환자는 하나의 ‘시술 대상’이었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안전은 완전히 무시됐다. 의료진의 전문성은 조롱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이미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미국 ‘입회’까진 허용, 하지만 ‘손대는 순간’ 징역 10년 연세사랑병원 측이 주장한 “영업사원 없이는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설 자리가 없는 발언이다. 일부 국가에서 영업사원의 수술실 입회(observation)자체는 허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의료행위에 관여하는 순간 곧바로 ‘레드라인’을 넘는 범죄로 규정된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사례를 보자.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의 의료행위법(Medical Practice Act)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중범죄(Felony) 등으로 분류해 엄중히 처벌하고 있으며, 텍사스주의 직업법(Texas Occupations Code)은 3급 중범죄(Felony of the third degree)로 다루고 있다. 이는 납치나 총기위협과 같은 중범죄와 동일한 수준의 처벌로, 최대징역 10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영업사원의 불법의료행위를 지시하거나 방조한 의사 역시 동일한 형사책임을 지도록 규정되어있다. 즉, ‘지시자와 실행자’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국외과학회(ACS) 역시 2016년 공식 가이드라인에서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들어올 수는 있으나, 멸균 구역(Sterile field)에 접근하거나 환자와 접촉하는 것은 명백히 금지된다”고 못 박았다. 사실상 수술실 ‘입회’는 참관 수준에 불과하며, 실제 의료행위와는 철저히 단절된 역할만 허용된다는 의미다.
일본 후생노동성 “영업사원은 치료팀 구성원 아냐” 일본은 이보다 더 구체적이다. 후생노동성은 2006년 ‘의료기기 영업사원 수술실 출입 관련 지침’을 제정해, 연간 최대 4회 출입만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의사는 환자에게 영업사원의 입회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고, 입실확인서를 받아 5년간 보관해야 한다. 지침은 2008년부터 시행 중이며,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기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진다.
후생노동성은 해당 지침에서 “업체직원(비의료인)은 환자 치료팀의 구성원이 아니며, 어떠한 형태로도 의료행위나 그 보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는 의료 현장에서 영업사원의 역할과 의료인의 경계를 제도적으로 구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영업사원의 수술실 입회나 역할 범위에 대해 의료법령상 구체적으로 규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법원이 내린 개별 판결과 행정처분에 의존하는 구조다. 보건복지부가 자체적인 조사로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재판중인 사건에는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해당 병원이 의사와 환자를 조롱하면서까지 존재 하지 않는 논리를 앞세워 법정에서 끈질기게 다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원판결이 곧 행정처분의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취재가 불쾌한 병원들 “관례는 무슨.. 상식이잖아요”
“관례는 무슨, 당연한 상식 아닌가요. 저희는 영업사원이 수술실 근처도 접근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취재를...” 관절전문병원 관계자의 말
연세사랑병원 측이 법정에서 “영업사원이 없으면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이후, 본지는 국내 주요 병원들의 실제 운영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과 전문병원 등 총 12곳 이상에 관련내용을 전달했다.
대형병원 “외부인은 등록·승인 없이는 출입 불가” 전문병원들 “입회조차 허용 안한다”
상급종합병원 6곳 가운데 대부분은 영업사원의 수술실 출입을 불허하거나, 오직 관찰(observation) 목적에 한해 수술 외부 구역에서의 참관만 허용하고 있었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수술실 운영은 전담조직이 관리하고 있어 외부인의 출입은 반드시 사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영업사원은 필요시 참관으로만 가능하며 이마저도 멸균구역(수술방) 진입은 철저히 금지돼 있다”고 밝혔다.
B대학병원 관계자 역시 “영업사원이 수술방에 들어온다는 건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전문의료 인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전문병원 6곳은 오히려 더 엄격했다. 대부분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며, 입회조차 허용하지 않는 정책을 운용하고 있었다.
한 정형외과 전문병원 관계자는 “영업사원이 들어온다는 얘기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그런 일이 발생하면 그 병원은 끝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 병원도 있다. 수술보조를 요구하는..
그렇다면 의료기기 업계는 의사가 원하면 수술방도 들어가고 수술을 돕기도 할까.
의료기기 업계에서 23년간 종사해온 A씨는 “의사의 요청으로 수술실 입회를 요구받는 일이 생각보다 흔하다”고 말했다. A씨는 “외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다. 복잡한 수술 과정에서 기기 사용에 대해 조언을 주기 위해 입회하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입회가 아니라, 실제 의료행위에 가까운 ‘수술 보조 요청’이다. A씨는 “말로 설명이 어려우니 직접 기기를 조작해달라는 식의 부탁을 받는 경우가 종종있다”며 “이럴 때는 관계를 떠나 무조건적으로 거절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법 이전에 상식적으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환자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병원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절감하고 빠르게 많은 환자를 보려는 기대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요청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되는 서비스를 제공해서 매출을 일으키는 방식은 엄연한 불법이고, 절대 해서도 안되고 대리점에도 못하도록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들은 그 기준(법을 지키는)이 높아서 본사에서 명확하게 지시가 내려온다”고 덧붙였다.
간호조무사를 향한 달콤한 유혹, 넘어가면 큰일나
재판장에서 연세사랑병원측은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들에게 (수술참여)자격을 주기 위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도록 하고 교육을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말처럼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면 수술 보조는 가능한걸까.
가장 쉽게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 물었다. 협회 관계자는 “병원 크기 별로 역할이 다양해지기는 하지만, 소규모병원의 수술실에서는 의사가 간호조무사에게 업무를 지시하면 예외적으로 수술 보조(간단한 업무)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술에 직접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재판장에 선 병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병원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적어도 의료법에서 예외로 지정한 병원은 아니라는 뜻이다.
의사의 지시가 있는 경우 수술에 직접 관여가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도 “수술 부위 봉합 등 의사가 할 수 있는 업무의 영역을 침범할 수는 없다”며 “의료법 위반이기 때문에 아무리 의사가 시킨다고 하더라도 넘어가선 안된다. 이 부분은 간호조무사 뿐 아니라 간호사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의사가 시켜도 하면 절대 안돼” 대한의사협회 “무면허의료행위, 무관용 원칙으로 처벌해야”
이는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집도의와 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역할을 철저히 구분하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는 인천광역시의료원 원장과 소속 직원에 대해 ‘의료법위반(무면허의료행위)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인천시의료원이 수년간 간호조무사가 집도의와 함께 수술실에서 봉합술, 리트랙션, 커팅 등 의료행위를 하도록 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간호조무사는 수술 전반에 참여하며 피부 봉합과 환자 드레싱, 씨암(C-arm) 촬영 등을 직접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임현택 의협회장 당선인은 “간호조무사가 수술방에 배치돼 의사 일을 한 것은 명백한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수술에 버젓이 무자격자를 고용해 의료행위를 교사한 일은 현행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의사 윤리에 크게 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0월 30일 정례브리핑에서도 “의료인이 아닌 자를 포함해 의료인이 면허 범위를 벗어나 의료행위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의 입장을 취하고 있고, 의료법 제27조에 따른 무면허 의료행위를 근절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하면서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이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 위해선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반드시’ 수술방에 들어가야 합니다”
상식을 무너뜨린 그 한마디, 법정에서 울려 퍼진 건 변명도 진술도, 관례도 아닌 ‘헛소리’ 그 자체였다.
최재원 기자 cjk@mhj21.com 이한수 기자 han@mhj21.com 이정경 기자 junglee@mhj21.com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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