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초국가(Hyper-State) 시대의 도래

박항준기자 | 기사입력 2025/09/25 [15:42]

[박항준 칼럼] 초국가(Hyper-State) 시대의 도래

박항준기자 | 입력 : 2025/09/25 [15:42]

세계는 지금 초국가화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한때 세계화는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국가 간 분업 체제를 정교하게 완성했다. 원자재를 공급하는 나라, 제조를 담당하는 나라, 금융과 기술을 통해 전체 구조를 지배하는 나라가 역할을 나누며 글로벌 공급망을 형성했고, WTO와 같은 국제기구는 이 체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팬데믹, 미·중 갈등, 지정학적 위기, 양자철학적 인식 전환과 디지털 기술의 가속화는 이 국제분업 체계를 사실상 붕괴시켰다. 이제 각국은 상호 의존에 기댈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스스로의 자급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KF-21 보라매 전투기다. 한국은 국산화율 80%라는 성과를 통해 단순한 조립국가에서 자립적 항공기술 보유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맞서 독자적인 AI 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각국이 ‘국제분업의 사슬’에서 벗어나 자립적 역량을 축적하며 초국가적 존재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새로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초국가의 개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초국가는 ‘super-state’가 아니라 ‘hyper-state’다. 슈퍼국가는 힘을 과시하며 제로섬의 질서 속에서 number one을 차지하려는 국가다. 반면 21세기형 초국가는 only one 국가를 지향한다. 단순히 생존 경쟁에서 강해지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그 가치에 맞춰 교육·국방·경제·법 체계를 변환시키는 국가다. 독립적인 제조나 에너지 생산 능력은 고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기반이다.

 

이 차원 전환은 운동과 퍼스널 트레이닝(PT) 의 차이에 비유할 수 있다. 운동이 단순히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적 활동이라면, PT는 자기 관리와 훈련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행위다. 마찬가지로 초국가는 힘의 과시를 넘어, 스스로 가치의 수준을 올려 ‘하이퍼화’되는 국가다.

 

앞으로의 세계는 단순한 국제 분업의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각국은 자신만의 기술과 자원을 기반으로 독립성을 확보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네트워크적으로 협력하는 새로운 문명 질서를 만들어갈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동맹 관계의 재편, 전통적 가치의 붕괴와 갈등, 기존 법 체계에 대한 변화 요구는 모두 초국가화의 서막이다. 대한민국이 이 흐름을 읽고 빠르게 준비한다면, 단순히 선진국이라는 슈퍼포지션을 넘어, 초국가라는 하이퍼포지션을 가진 국가로 퀀텀점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AI, K-드라마,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경제, 제조 능력 환원, 동맹의 재편 등 오늘날의 일련의 사건들은 모두 하나의 점을 향해 수렴하고 있다. 국가가 그 목표점을 더 빨리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교육, 문화, 경제 전반에 걸친 사회철학적 뒷받침이며, 무엇보다 국민 개개인의 역량이다. 다행히도 국민 1인당 GPT 유료 사용자 세계 1위라는 지표만으로도 대한민국 국민의 역량과 자격은 이미 입증되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에 초국가(Hyper-State) 라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나아갈 미래를 위한 비행선을 설계하며, 그것을 직접 운행하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이미 그 길을 준비하는 선행학습을 경험하고 있다. 바로 KF-21 독자 개발이다. KF-21은 4.5세대 전투기로 시작했지만, 그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역량은 6세대 전투기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 단순한 무기 체계를 넘어, 독자 개발을 통해 세계적 수준으로 점프하는 메커니즘 자체가 곧 대한민국이 나아갈 초국가적 학습 모델이다. 

 

KF-21의 성공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전투기의 완성이 아니라, 초국가(Hyper-State)로 도약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학습 모델이다. 이제 우리는 KF-21의 선행학습을 기반으로 사회·경제·문화 전 영역에서 ‘하이퍼포지션’을 완성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작금의 혼탁한 세계 질서의 늪 속에서 온전히 퀀텀점프하는 길이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펫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사회관 편) (세계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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