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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라, 21세기 글로벌 권력 구도를 뒤흔들며 세계 질서를 새롭게 설계하려는 전략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외교·안보·경제 정책은 단순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넘어, 동맹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새로운 압박 외교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단순한 주변국이 아니라 글로벌 정세의 시험대 한가운데 서 있다.
트럼프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호하고 명료하다. “공짜는 없다.” 이 한마디에 방위비 증액, 고율 관세, 기술 패권, 외교적 부담까지 모두 함축돼 있다. 문제는 이 '청구서'가 점점 더 구체화되고 거칠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우리는 이 청구서를 무조건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방식으로 협상 테이블을 다시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경제적 압박은 한국 산업의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다. 철강, 반도체, 전기차 등 한국의 핵심 수출 산업이 미국의 관세 정책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이는 단순히 수출의 문제가 아닌 수많은 일자리, 중소기업의 생존, 국민의 삶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며, 자립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산업안보 전략을 정권과 무관하게 지속 가능한 형태로 제도화하고, 중소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을 적극 지원하며, 디지털·AI 기반 산업구조로의 전환도 병행해야 한다.
안보도 예외는 아니다. 주한미군 문제나 방위비 분담은 단순한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 동맹은 신뢰와 가치로 유지되는 관계이며, 일방적 거래로 환산될 수 없다. 여기에 북한의 핵 위협, 일본의 핵능력 보유 가능성 등 동북아 정세의 변화는 한국 안보전략의 재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실적 대안도 논의되어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 NATO식 핵공유 모델, 독자적 핵개발 등의 방안은 더 이상 금기시할 수 없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도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다자 안보협력 체제나 국제적 보증 장치를 활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독자적 전략을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공론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핵과 군사력은 단지 전쟁 억제 수단이 아니라, 외교와 경제를 뒷받침하는 국가 역량의 본질이다. 따라서 한국도 전략기술 자립 역량을 키우고, 원자력 고도화를 포함한 이중용도 기술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체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경제·안보·외교가 맞물려 돌아가는 복합위기 시대에,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감정이 아닌 원칙으로, 외침이 아닌 전략으로, 임기응변이 아닌 설계로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길은 정치·외교·국방·산업이 함께 짜는 종합적인 생존 전략에서 나와야 한다.
지금 이 순간, 한국의 정치인들, 특히 보수 정치권은 반성과 전환이 필요하다. 반대를 위한 반대, 진영을 위한 진영싸움은 국민에게 피로감을 넘어 절망을 안기고 있다. 지금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존립을 우선해야 할 시점이다. 국가의 위기 앞에서 정치란 오직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그 책임은 무겁다. 정파적 이익보다 나라를 살리는 전략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길이며, 국민이 바라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트럼프의 청구서 앞에서 우리는 어떤 국가인가? 외풍에 흔들리는 나라가 아니라, 원칙을 가진 강한 국가임을 세계에 보여주어야 한다. 진정으로 강한 나라는 위기 앞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나라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 갈림길에 서 있다.
최세진 한국경제문화연구원 회장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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