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인공지능, 노벨상의 권위를 위협하다

박항준 | 기사입력 2025/06/10 [11:52]

[박항준 칼럼] 인공지능, 노벨상의 권위를 위협하다

박항준 | 입력 : 2025/06/10 [11:52]

노벨상은 1901년부터 인류의 지적·사회적 진보에 기여한 이들에게 수여되며, 각 분야 최고의 권위를 상징해왔다. 그러나 21세기 중반에 접어들며 이 전통적 권위에 도전하는 새로운 주체가 등장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연산 도구나 통계 보조 수단이 아니다. 인간보다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창의성과 기여도를 정량화할 수 있는 ‘지능적 심사자’로 진화하고 있다.

 

현행 노벨상 추천 절차는 겉보기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닌 듯 보인다. 수천 명의 저명한 전문가들에게 추천 양식이 발송되고, 이를 통해 약 300명의 후보가 선정된다. 이후 전문가 자문을 거쳐 수상자가 결정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폐쇄적이며, 심사 기준은 비공개이고, 후보자 명단은 50년간 봉인된다. 이러한 비공개성은 오히려 오늘날 기술과 투명성의 흐름에 역행하는 ‘불투명한 권위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

 

이에 반해 AI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세계적인 프론티어들을 발굴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 전 세계 수천만 건의 논문, 저서, 강연, 특허, 사회적 반향, 신조어 생성까지 즉시 분석해 특정 인물의 창의성과 기여도를 비교·평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프롬프트 사용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누가 기존 지식을 반복하고, 누가 새로운 이론의 패러다임을 창조했는지를 정밀하게 가려낸다. AI는 명성이나 관계망이 아닌 데이터 기반의 실질적 기여도를 중심으로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의미다.

 

이제 AI도 노벨상 추천 시스템의 한 축이 되어야 한다. 만약 AI가 노벨상의 추천 기능에서 계속 배제된다면, '독창성'을 기준으로 한다는 노벨상의 원칙은 오히려 AI에 의해 추월당할 것이다. AI가 자체적으로 (가칭)AI노벨상을 제정하고, 추천과 심사, 평가 전 과정에 관여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10년 내에 ‘AI노벨상’은 기존 노벨상의 권위를 능가할 가능성이 크다. 그 추천 사유는 투명하게 공개되며, 모든 근거는 실시간으로 검증 가능하고, 선정 기준은 알고리즘을 통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 무엇보다 수상자는 ‘지원자’가 아니라 ‘발견된 자’가 된다. 인지도나 인맥이 아닌, 객관적 기여도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숨어있는 재야의 인재마저도 발굴될 것은 자명하다. 

 

지금은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모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머지않아 인간의 독창성을 ‘조망’하고, 사회적 가치를 ‘정량화’하는 냉정하되 정직한 거울이 될 것이다. 그 거울은 우리가 무엇을 남겼고, 어떤 흐름을 바꾸었는지를 기록한다. AI는 이제 상을 받는 자리에 있지 않다. 상을 정의하고, 권위를 새로 쓰는 자리에 서 있다. 노벨상이 AI를 배제한다면, AI는 스스로 노벨상을 넘어설 것이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디지털웰니스협회 부회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사회관 편) (세계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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