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법적 요건 미달” 주장했지만, 법원 “거부처분 취소” 판결 노후도시특별법 근거로 재건축 본격화… 행정기관 협조 촉구
주민들 “재건축은 생존의 문제” 자비로 안전진단 받아 결국 행정소송 승소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에 위치한 군자주공11·12단지 아파트에서 재건축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행정의 벽에 가로막혔다가, 결국 법적 판단을 통해 재건축 추진의 물꼬를 텄다.
해당 단지는 준공 30년 이상이 지난 노후 아파트로, 실제 주민들은 “집 안에 물병을 놓으면 기울어져 굴러간다”며, 구조 안전성에 심각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세대는 균열, 누수, 단열 결함 등으로 실생활에 큰 불편과 위험을 겪고 있으며, 재건축 추진은 더 이상 '자산 가치 향상'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절박한 선택'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군자주공11·12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2023년 8월 9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12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구분소유자 10% 이상의 동의를 확보한 상태로 안산시에 안전진단 실시를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안산시는 한 달 뒤인 2023년 9월 8일, “해당 단지는 도시정비법상 정비계획 입안을 위한 안전진단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정비기본계획상 안전진단 수립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기술적 사유가 근거였다.
주민들, 자비로 안전진단… 결국 행정소송에서 승소
이에 납득하지 못한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비용을 모금해 법원 지정 안전진단 업체에 현지조사를 의뢰, 객관적인 위험성 검증에 나섰다. 안산시는 “객관적 위험도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법원은 주민들의 실사를 인정했다.
행정소송 결과, 법원은 안산시가 내린 안전진단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2025년 5월 28일자로 확정했다. 이 판결은 단순히 한 단지의 문제를 넘어, 지방자치단체가 형식적 요건만을 이유로 주민의 생명·재산 보호 요청을 기각한 사례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된다.
주민들은 이 판결을 계기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일명 '노후도시특별법')’에 따라 재건축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안산시의 실질적인 행정 협조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재건축 추진의 ‘절차적 요건’과 ‘현실의 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주민들이 구조적 위험을 호소하고, 실제 현장 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해도 기초 지자체는 ‘계획 미도래’, ‘요건 미충족’ 등 규정상의 사유만을 들어 주민 요구를 사실상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도시정비 전문가들은 “30년 이상 된 아파트에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고 주민들의 실질적 피해가 명백한데도, 행정기관이 기계적 법 해석만을 고수한 것은 행정 실익을 넘어서는 문제”라며, “정비사업을 둘러싼 사법적 판단의 기준이 ‘정량’에서 ‘정성’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보여준 판례”라고 평가했다.
법적 승소 이후… 안산시는 ‘협조’할 차례
법원의 판단이 주민 손을 들어준 만큼, 이제 공은 다시 안산시로 넘어갔다. 주민들은 법률 요건을 넘어 실질적 행정 절차를 밟기 위한 협조 행정, 즉 정비계획 입안과 관련한 전면 재검토와 승인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안산시는 단순히 행정적 거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협력 행정의 자세로 주민들과 함께 재건축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안산 군자주공11·12단지 사례는 재건축을 둘러싼 지역 주민의 절박한 현실과 행정 절차 간 충돌, 그리고 사법부의 실질 판단이 맞물린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제 관건은 행정이 법의 판결과 주민의 현실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이다. 단순한 판결 이행을 넘어, 시민 안전과 도시 노후화 대응이라는 공공 책임의식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화저널21 강영환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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