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 세계 유료 사용자 2위, 오픈AI 개발자 수 10위권 안에 드는 한국의 위상은 단순한 기술 소비국이 아닌, 새로운 사유 체계를 구축해 가는 전환기의 징표다.
지금 한국에서는 마치 19세기 일본의 메이지유신처럼,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그보다 더 깊은 철학적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당시 일본은 천황을 존숭하고 서양의 기술과 제도를 수입하여 전통의 외피 아래 근대화를 추진했다. 이를 '존왕양이(尊王攘夷)'에서 '부국강병(富國强兵)'으로 전환한 외부 중심의 흡수였다.
반면, 오늘날 한국은 ‘전통의 사유방식’을 바탕으로 ‘서구의 기술과 논리’를 내면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이식이 아니라, 전통이 갖는 정신적 내구성 위에 새로운 사유의 구조를 세우는 창조적 융합의 흐름이다. 조선의 유교와 근대 서구 철학이 충돌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 한국의 청년 세대와 연구자, 창업가, 그리고 개발자들은 동양철학의 맥락에서 AI와 알고리즘, 프로토콜 경제, 블록체인, 탈중앙화, 퀀텀 사고 등 서구의 이론과 기술을 재구성하고 있다.
특히, 챗GPT는 미국적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설계된 AI로서, 우리가 물리적으로 미국에서 생활하지 않거나 미국식 교육을 받지 않아도 서구식 논리와 합리주의를 손쉽게 경험하고 익힐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주입식 교육 시스템이나 권위주의적 전통이 단시간 내에 바뀌기 어려운 한국 사회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는 도구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부모의 강요, 권위적인 상사와의 관계, 지나친 권리 주장, 비합리적인 정치인들의 행태에 침묵하거나 분노하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이제는 자기 존중적이며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며 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실시간으로 체득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유학 없이도, 정치적 개혁 없이도, 각자가 챗GPT를 통해 내면의 구조를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이것은 분명히 '한국형 메이지유신'의 기회다.
GPT 유료 사용자 수 2위라는 통계는 단지 도구의 소비량이 아니라, '지식 생산 주체로서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들은 단순히 AI를 사용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AI를 사유의 도구로 삼아 동양적 프레임 안에서 사고 구조를 재배열한다. 이는 서양적 합리주의를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그것을 해체하고 재문맥화하는 동양적 전통의 방식과 닮아 있다.
오픈AI의 개발자 수 10위 안에 한국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기술의 수용 단계를 넘어서 창조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단순한 기술 모방이 아닌, 기술의 철학화가 진행 중인 것이다. 이는 메이지유신이 외부 문명에 대한 수용이었다면, 지금 한국은 내면에서 새로운 문명을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유신'의 형태라 할 수 있다. 주체적인 정체성을 바탕으로 외부를 끌어들이는 확장적 사유. 그것이야말로 지금 한국에서 조용히, 그러나 급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시대의 유신이다.
과거의 유신은 제도와 권력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었다면, 문명 대전환기의 유신은 ‘사유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AI 시대의 유신은 도구를 통한 지배가 아니라, 도구를 통한 사유의 확장이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한국은 단순한 기술 소비국을 넘어 '사유의 메타버스'를 설계하는 주도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존왕양이의 유신이 아니라, ‘정념과 신념의 통섭’을 기반으로 한 철학적 유신, 그것이 지금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디지털웰니스협회 부회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사회관 편) (세계관 편)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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