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세사랑병원, 대리수술 영업사원 등급 매겼다

이한수 기자 | 기사입력 2025/04/24 [19:03]

[단독] 연세사랑병원, 대리수술 영업사원 등급 매겼다

이한수 기자 | 입력 : 2025/04/24 [19:03]

▲ (좌) 1어시스트(T사 직원)가 리트렉터를 잡고 있는 모습, (우) 1어시스트(T사 직원)와 2어시스트(T사 조oo)가 수술보조행위를 하고 있는 모습 / 방송화면 갈무리

 

대리수술 영업사원 '퍼스트'·'세컨드'로 등급 나눠 수술참여

'퍼스트'는 드릴질·부품조립, '세컨드'는 환부 고정·봉합 보조

 

연세사랑병원의 대리수술(의료법 위반) 재판에서 수술방에 참여한 영업사원들에게도 등급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법정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2단독 심리로 열린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을 비롯한 소속 정형외과 의사 4명, 간호조무사 1명, 영업사원 4명에 대한 5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전직 영업사원 A씨는 "수술에 의료기기 회사 영업사원 2명이 '퍼스트'와 '세컨드'로 분담해 참여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당시 의료기기 회사(前 티제이씨라이프)에 입사해 대략 2019년 5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연세사랑병원에 상주하면서 수술에 참여한 인물로 "인공관절 전치환술, 인공관절 부분치환술에 참여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증언을 통해, 수술실에 무자격자가 들어와 불법으로 의료행위를 했다는 의혹에 더해 수술에 투입되는 영업사원들 사이에서도 '퍼스트', '세컨드'로 역할이 체계적으로 구분돼 있었던 정황이 드러나게 됐다.

 

A씨는 수술에 참여한 구체적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는 "출근하면 남성 탈의실에서 환복한 뒤 수술 기구를 정리하고 간호사 스테이션에서 수술현황판을 본다. 이후 고참 선배들이 수술방을 '퍼스트'와 '세컨드'로 배정해준다. 수술이 끝나면 기구를 소독하고 정리하는 것이 하루 일과"라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퍼스트'는 수술기구 조작, 드릴링, 망치질, 인공관절 부품 조립 등의 핵심적인 의료행위를 담당하고 '세컨드'는 환자의 다리를 들거나 리트렉터로 절개 부위를 벌리고, 봉합 시 실을 자르는 등 의사를 보조하는 역할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술 전 정당한 교육 여부를 묻는 판사와 변호인의 질문에 A씨는 "병원에서 직접 교육을 받은 적은 없다"며 "처음 입사 후 자료를 숙지하고 병원에 출근해, 다른 직원들이 수술하는 것을 방에서 지켜보았다"고 답했다. 피고인 측은 수술실 내 이들의 역할을 '진료 보조행위'로 축소하려 했지만, A씨의 진술은 영업사원들이 적극적으로 수술에 참여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따라서 A씨의 이번 진술은 연세사랑병원의 대리수술 혐의들을 뒷받침할 강력한 증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술실서 소독·의료기기 고정 등 행위 지시 받았다"

보건복지부 "간호조무사라고 할 지라도 수술 자격 없다 "

 

앞서 검찰은 피고인들에 대해 '의료법 위반'을 죄명으로 ▲의료법 제87조의 제2항 제2호 ▲의료법 제27조 제1항 ▲의료법 제88조 제1호 ▲의료법 제22조 제3항 ▲형법 제30조 ▲형법 제37조 ▲형법 제38조 등을 적용한 바 있다.

 

의료기기 회사 직원 등 비의료인이나 수술 자격이 없는 간호조무사를 수술에 참여 시킨 '무면허 의료 행위에 의한 의료법 위반', 수술기록지 및 마취기록지에 집도의를 거짓으로 기재하는 등의 '진료기록부 거짓 작성에 의한 의료법 위반' 등 혐의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 역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보조해 진료 보조만 가능하며 의사의 수술 보조는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간호조무사조차 수술보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면허 영업사원의 수술방 참여 자체가 명백한 위법인데, 이를 뒷받침할만한 구체적 증언이 법정에서 나온것이다.

 

A씨의 증언은 꽤나 구체적이었다. A씨는 대략 2019년 5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연세사랑병원 수술실에서 고용곤 원장 등 집도의의 수술 보조를 맡으면서 수술 준비, 수술 부위 소독, 리트랙터로 수술 부위 고정, 수술 부위 봉합 보조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심지어 "수술 순서를 미리 확인할 수 있고 병원에서는 이 순서를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며 "제가 잘 못하고 있거나 실수하면 퍼스트가 바로 잡아주니까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업계에 있다보면 다양한 용어를 제대로 알아야 영업할 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숙지하고 있던 부분이 있어 설명을 알아듣기도 수월했다"고 밝혔다. 전문 의료인 자격을 갖추지 않은 영업사원들이 얼마나 쉽게 수술에 참여할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수술 참여, 단순 진료 보조행위?

자격 없는 인물의 수술 참여 자체가 의료법 위반

간호조무사의 경우, 간호사 보조 역할만 가능

 

피고인 측 변호사는 이러한 행위를 '의료 행위'가 아닌 '단순 진료 보조행위'로 몰아가기 위한 유도 질문도 던졌다. 

 

이들은 1차 공판에서부터 "(수술에서)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치의가 하고 나머지를 보조한 것"이라며 "저희가 한 행위에 대해 법리적인 부분을 해설할 때 의료 행위가 아닌 진료 보조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날 변호사는 A씨에게 "석션이나 리트렉션 등 옆에서 잡아주는데 여러 가지 행동이 있는데 의사 1명이 들어와서 진행할 때 혼자 그 일들을 한번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무릎 관절을 잘라내거나 못을 잡고 할 때 당연히 2~3명이 옆에서 잡아줘야 되고 피가 나오니까 석션도 해야 하고 환부도 벌려줘야 하는 등 다 옆에서 도와주어야 의사들이 필요한 절개라든지 아니면 드릴링을 할 수 있는 거죠?" 등 질문을 했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의료법 위반 행위를 덮으려는 유도 질문일 뿐이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 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변호사가 "참여한 수술에서 의사 빼고 다 간호사 내지는 간호조무사였던 것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A씨는 "그렇다"고 하면서도 "다른 영업사원들이 처음부터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갖고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일하는 기간 내에 자격증을 딴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자격증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진술했다.

 

만에 하나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영업사원이 따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A씨가 진술한 수술을 할 자격은 없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의원급, 병원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가 수술 보조행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간호조무사는 '의료법' 제80조의2 제1항에 따라 간호사를 보조해 진료보조 업무를 할 수 있다"며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하에 수술보조업무를 수행할 때 간호사를 보조 수행하는 것만이 가능하다"라고 답한 바 있다.

 

즉, 수술에 참여한 영업사원들이 자행한 행위 자체가 의료법 위반 사항인 것이다.

 

그는 연세사랑병원에서 영업사원들의 수술 참여와 관련해 "이미 수술에 누가 들어갈 지 다 정해져있고 수술 순서도 다 인지하고 있었다"며 "집도의가 따로 말을 안해도 알아서 직원들이 수술을 하고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할지까지 설명할 수 있었다"고 증언해 연세사랑병원 내에서 관행적으로 의료법 위반 행위가 일어나고 있었음을 알렸다.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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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격 2025/04/24 [19:22] 수정 | 삭제
  • 충격적이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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