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서 제조업은 미친 짓"…가업승계도, 생존도 벼랑 끝

배소윤 기자 | 기사입력 2025/04/17 [14:50]

[기자수첩] "한국서 제조업은 미친 짓"…가업승계도, 생존도 벼랑 끝

배소윤 기자 | 입력 : 2025/04/17 [14:50]

▲ 경상남도 양산에 있는 공장 전경(=자료와는 상관 없는 사진). / 문화저널21DB

 

자녀는 안 받겠다 하고, 직원도 못 뽑고

이대로 가면 제조업의 뿌리가 뽑힐 수도

 

"한국에서 제조업은 미친 짓이다" 국내에서 수십 년간 제조업을 운영해온 한 중소기업 오너 2세가 한 말이다.

 

한 중소 제조업체의 2세 경영인은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는 모든 제조업체에 해당하는 얘기"라면서 "요즘 분위기를 보면 2세들이 가업승계를 안하고 싶어한다. 내·외부 영향으로 일도 힘든데 그만큼 인정받지도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를 팔면 팔수도 있겠지만 물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쉽지가 않다"고 했다.

 

그는 상속세 부담, 인건비 상승, 구인난, 그리고 제조업 자체에 대한 사회적 기피 현상까지 겹쳐 "이 나라에서 제조업을 계속해 나갈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많은 중소 제조업체 경영자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사업을 물려줄 자녀가 있더라도, 정작 자녀는 "차라리 팔고 돈으로 달라"며 가업승계를 거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 북부의 섬유업계만 보더라도, 2세들로 구성된 차세대 리더스 교류회의 경우 10년 전 60명이었으나 현재는 12명으로 줄었다. 이는 가업승계를 포기하고 폐업하거나 외부에 매각하는 경우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동 강도가 높은 제조업은 구인도 어렵고 규제는 강화됐으며 인건비도 크게 올라 중소기업에게는 '삼중고' 그 자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4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녀에게 가업을 승계하지 않으려는 이유로 가장 많은 응답은 '자녀가 원하지 않아서'(38.8%)였고 '자녀에게 무거운 책임을 지우고 싶지 않아서'(26.9%)가 뒤를 이었다. 부모 세대의 의지가 있어도 자녀 세대의 현실적인 거부감이 크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창업 1세대 경영자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기 CEO의 약 24%가 60세 이상이며 70대 이상도 2만 5000명에 달한다. 지난 2월 발표된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조사에서 가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10년 내 32만 개의 중소기업이 사라지고 최대 300만 명의 실직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한 이유다.

 

97.7%. 이는 국내 제조업체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들이 무너지면 한국 제조업 전체, 더 나아가 경제의 성장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업계는 "무리한 상속세와 노동 규제 완화 등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면 남은 기업들도 한국을 떠나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가업을 이어갈 수도, 외부에서 인재를 찾을 수도 없는 구조 속에서 한국 제조업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문화저널21 배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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