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욕심을 털어버리고 사는 친구가 내 주위엔 그래도 1할은 된다고 생각할 때,
옷 벗고 눈에 젖은 나무여! 네 뜻을 알겠다 포근한 12월을
너는 저 설목雪木처럼 견디고 그리고 이불을 덮은 심사로 네 자리를 덥히며 살거라
# 올해 나는 내 “욕심을 털어버리고” 몇 번이나 지며 살았을까. 가족에게, 친구에게, 이웃에게 얼마나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며 살았는가 반성해 본다. 질 수 있다는 것은 마음이 약하거나 착해서라기보다 그들과의 관계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욕심을 털어버리고/사는 친구가 내 주위엔/그래도 1할은 된다고 생각”했던 시인이 부럽다. 욕심을 털어버리고 사는 친구들이 곁에 있었으니, 시인의 삶도 맑은 쪽으로 흘렀으리라.
이 세상에는 크게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자기 손해는 보지 않으려는 사람과 타인과의 상생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욕심을 내려놓고 자기 손해를 감수하려는 사람이다. 식당 계산대 앞에서 서로 밥값을 내려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들을 만나는 날은 마음이 푸근해진다. 밥값을 먼저 계산하려는 사람은 돈이 많거나 손익계산을 따지기보다는 밥을 같이 먹는 사람과의 관계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폐휴지 리어카를 끌고 힘겹게 언덕을 오르는 할아버지에게 달려가, 함께 밀고 끌어주는 학생들의 모습에선 타인을 배려하는 다정한 마음이 보인다. 타인을 배려하는 상생의 마음은 호모사피엔스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회적 관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옷 벗고 눈에 젖은 나무여!/네 뜻을 알겠다” “너는 저 설목雪木처럼 견디고” 있는가 자문(自問)하면서, ‘방하착(放下着)’을 생각한다. 방하착이란 마음속에 있는 욕심, 번뇌, 갈등, 집착, 원망을 비워라. 마음을 내려놓아라.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그 생각조차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하지만, 12월이 오고 인간이 만든 달력의 마지막 장을 펼치면 옷깃을 여미고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나온 시간을 미련 없이 털어버린 나목(裸木)을 바라보며, 아직도 어떤 욕심과 집착과 원망을 거적처럼 뒤집어쓰고 손해보지 않으려 버둥거리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보는 12월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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