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법부·의료법 비웃는 대리수술 의사들…"매출 늘어 축하"

최재원 기자, 이한수 기자 | 기사입력 2024/09/02 [09:13]

[단독] 사법부·의료법 비웃는 대리수술 의사들…"매출 늘어 축하"

최재원 기자, 이한수 기자 | 입력 : 2024/09/02 [09:13]

한 방송에 출연한 의사가 퇴행성 관절염에 대해 설명하면서 "작년 11월에 비해서 올해 5월달에 20% 정도 환자들이 늘었다"고 말하자 패널들은 웃으며 "이번달에 매출이 많이 늘으셨네요. 축하드립니다"라고 농을 던진다. 

 

해당 내용은 올해 6월 7일 방영된 한 방송에서 나온 이야기로 해당 의사 J씨는 5월 29일 대리수술 지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당사자다. 심지어 대리수술을 총괄 지시했던 병원 원장은 이번달에도 방송에 출연하는 등 병원 홍보 활동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렇듯 대리수술을 지시해 의료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 의사들이 현재 버젓이 개인 병원을 운영하며 방송출연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대리수술 혐의로 지난 5월 검찰에 기소된 관절전문병원 Y관절병원 병원장(사진 위)과 해당 병원 출신으로 최근 개원한 J씨가 방송에 출연한 모습. T씨도 병원을 개업해 언론사에 칼럼을 게재하는 형태 등으로 병원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국내 최대 로펌을 변호인단으로 둔 이들의 행동은 마치 법원이 자신들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 방송사 화면 갈무리

 

의료법 위반 불구속기소에도 병원 운영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얼굴 알리기도

 

각 병원 관계자 "우리 병원과는 상관 없는 일"

변호사 "의료법 위반으로 면허 취소 시 병원 운영 못하는데.."

의료법 위반, 사법부 판결도 안나왔는데 병원 개업해 운영

 

국내 최대 로펌 변호인단으로 꾸린 의사들

업계 관계자 "방송 출연 등 대한민국 사법부 비웃는 행위"

 

본지가 단독으로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최근 대리수술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J씨 그리고 T씨는 자신의 병원을 개업해 방송에 출연하고 언론사에 의료칼럼을 게재하는 형태로 활발히 홍보활동을 펼치면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법원에서 '의료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면허가 취소되는 상황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병원을 개업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의사는 서초구의 Y관절병원에서 정형외과 의사로 근무하면서 대리수술 행위에 참여한 당사자들이다. 병원장의 지시에 따라 자신이 집도하는 수술 중 필요한 경우 의료기기 납품업체 영업부 직원 또는 간호사, 간호조무사에게 의료행위를 시키기도 했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송명섭 부장검사)는 지난 5월 29일 Y관절병원 병원장과 소속 정형외과 의사 4명, 간호조무사 1명, 의료기기 납품 업체 영업부 소속 직원 4명 등 10명에 대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J씨는 2017년 1월1일부터 2021년 8월2일까지 375건의 무릎인공관절치환술, 근위경골절골술 등을 집도했고 해당 수술에는 영업사원들이 참여했다.  

 

검찰 공소장에 명시된 한 예를 보면 그는 2021년 5월 3일경 Y관절병원 수술실에서 환자 이OO 씨에 대한 인공관절치환술을 집도하면서 그곳에 있던 비의료인인 납품업체 직원에게 리트랙터를 사용해 환부를 벌린 후 고정하고 석션 기기를 사용해 환부의 피 등을 제거하게 했다. J씨에게는 의료법 제87조의2 제2항 제2호, 제27조 제1항, 형법 제30조 등이 적용됐다. 

 

T씨는 같은 병원에서 같은 기간 637건의 수술을 집도하면서 대리수술을 지시하거나 유령수술을 자행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1년 6월 29일경부터 7월 28일경까지 본인이 집도한 환자 총 8명에 대한 수술기록지 및 마취기록지에 피고인인 원장을 집도의로 거짓 기재하기도 했다. 

 

검찰은 T씨에게 의료법 제87조의2 제2항 제2호, 제27조 제1항, 제88조 제1호, 제22조 제3항, 형법 제30조, 제37조, 제38조 등을 적용했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제22조 제3항은 '의료인은 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사항들을 위반할 경우 제87조의2 제2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J씨는 현재 서울 영등포구에서, T씨는 경기 시흥시에서 각각 개인 병원을 운영 중이다. J씨는 2022년 3월에, T씨는 2023년 3월 개원했다.

 

본지는 J씨와 T씨가 대표원장으로 있는 병원들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관계자는 "아는 바 없다", "우리 병원과는 상관없는 일이기에 따로 드릴 말이 없다"라고만 되풀이하면서 의사와의 연결을 적극적으로 막는 모습이었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YK 신은규 변호사는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일이기 때문에 안 만나려 할 것"이라며 "대리수술은 문자 그대로 수술을 의료인인 의사가 해야되는데 의료인이라고 볼 수 없는 사람이 수술을 하는 것으로 명명백백한 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제약회사·영업기기 회사 영업직원 등 수술이나 수술기법에 전혀 숙련되거나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에게 수술을 시키면 수술받는 환자에게 큰일이 생길 수 있다"며 "이것에 대해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같은 의료인이긴 하지만 간호사한테 수술을 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도 하면 안된다"며 "간호사와 의사가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다르고 간호사가 의사일을 하면 무면허 의료행위이고 의사는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리수술로 의료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받게 되면 면허 자격 정지가 나오든 면허 취소 처벌이 나올 수 있다"며 "개원한 의사라도 병원을 운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신들이 검찰에 기소될 지 몰랐더라도 새로 병원을 차려 운영하면서, 방송출연과 언론보도를 전문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고 모든 수술에 자신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기존의 대리수술을 자행하던 병원과 같은 방식이 아닌가"라면서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법원 판결이 끝날 때 까지는 환자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방송이나 매스컴에 출연해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 등은 보이지 말아햐 하는게 상식"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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