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의 북칼럼]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

박항준 | 기사입력 2024/08/22 [14:10]

[박항준의 북칼럼]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

박항준 | 입력 : 2024/08/22 [14:10]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에서 주는 충격적인 메시지다. “우리는 개인의 성장과 학습의 발전 속도에 중대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더 빠른 것>을 <더 훌륭한 것>으로 동일시하고 있다. ‘젊고 두뇌 회전이 빠르고 첨단 지식으로 무장한 경영의 귀재’들이나 ‘이해가 빠른 사람’ 같은 말에는 빠를수록 더 똑똑하다고 믿는 우리의 문화적 신념 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학교에서의 시험은 항상 시간을 통제하며, 시간을 통제하는 행위가 다른 학생들에게 공정하다고 판단한다. 우리 교육은 심지어 두뇌 회전의 속도가 평균에 뒤처지거나 특정 분야에 이해가 빠르지 않은 이들을 장애로 판정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담임선생님들의 조사에서 경계성 장애에 해당하는 학생이 25%가 된다는 조사의 결과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더 빠른 것>이 <더 똑똑한 것>이라는 가정은 교육계 외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심지어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박혀 있다. 우리는 <더 빠른 것> 즉, <속도>에 관한 사회적 가치를 <표준>이라 불러왔다. 표준은 정상이라는 단어와 맥을 함께 한다. 표준에 미치지 못하면 비정상이 된다. 아무리 미술에 소질이 있어도, 과학적 탐구 능력을 갖췄어도 제시간에 시험문제를 풀지 못하면 장애인으로 판정받을 수 있다.      

 

<평균의 종말>의 작가인 토드 로즈 박사도 학습장애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으며, 학교에서는 그를 "문제아"로 보았었다. 그는 교사와의 갈등, 학습에 대한 동기 부족, 그리고 집중력 문제 등으로 인해 학업에 지속해서 어려움을 겪었으며 결국 고등학교를 중퇴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책에서는 인간의 가치가 평균치에 얼마나 근접하는가를 측정함으로써 평가하는 케틀레의 유형화와 인간의 가치는 평균치에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에 따라 더 잘 측정될 수 있다는 골턴의 계층화의 위험 모두를 경고하고 있다. 엘리트 위주의 평균주의를 지향하는 사회 운영 방식에 문제점을 지적한다. 학교는 표준화 대상이 아닌 타고난 재능에 따라 기회를 주는 곳이어야 한다.      

 

평균주의에 빠지면서 이상적 기준 그대로를 정상으로 강요하고 자극하는 <평균 포르노> 사회가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평균주의로 인해 우리는 범죄, 자살, 결혼, 실업, 근무시간, 집중도, 상식, 정신, 사회화, 문해력의 통계를 시대적 균일성의 증거로 받아들이게 되며, 이로써 자칫 우리는 가치 있는 구성원이기보다는 인간 군상으로 취급된다.      

 

1945년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당신은 전형적인 여성, 노르마입니까’ 경연 대회를 보자. 참가자들은 키, 몸무게, 가슴둘레, 엉덩이와 허리둘레 등을 제출해야 했는데, 이는 1942년 디킨스 박사에 의해 1만 5천 명의 여성의 신체 지수 자료를 바탕으로 빚어낸 평균 신체 지수를 가진 조각상이 ‘노르마’였다. 대회는 ‘노르마’와 신체 규격이 똑같은 여성을 찾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4천 명의 여성이 지원했으나, 단 한 명도 일치하지 않았다. 당시 ‘평균적인 미국인’을 대표한다는 ‘노르마’였는데 말이다.      

 

위 행사가 70여 년 전 비과학적인 비웃음거리의 행사로 치부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아직도 인종차별,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통계>라는 이름의 <평균의 함정>에 빠져 살고 있다. MBTI, IQ, 혈액형, 관상과 사주, SKY대학, 운동량, 체중, 학업 등수, 결혼 비용, 평균 소득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평균의 은밀한 독재와 포르노>에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지는 않은가? 연예인들이 사는 모습, 이웃들의 소비성향, 내 자녀가 좋은 대학을 나오면 훌륭하고 성공했다는 생각, 예쁘면 착할 거라는 착각 등은 모두 <평균 독재의 결과물>들이다.      

 

물론 평균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평균은 이동될 수 있고, 재분배될 수도 있으며 소멸할 수도 있다. 정규분포상 평균과 다른 생각과 다른 시간이 있어야 하는 이들이 항상 30%는 존재한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평균의 특성상 <평균>이 표준이라는 생각, <평균>이 정상이라는 생각, 평균을 넘어서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해방되지 않으면 우리는 항상 루저(패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산업화 시대! <속도>는 최고의 가치였다. 의무 공교육으로 빠르게 속성 엘리트를 양성하고, 수많은 지식을 한 번에 배우기 위해 빠르게 진도를 나가야 했다. 대학은 집단지성과 분업화를 통해 학문을 연구함으로써 인류문명의 발전에 이바지해왔다. 그러나 <속도>의 중심에는 항상 <평균>의 함정이 숨어 있었다. 평균의 함정에 빠져들면 들수록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는 철저히 무시된다. 개인의 다양성(Diversity) 부족은 표준의 함정 속에서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만을 낳게 되며, 평균이 평등이라는 함정 속에 형평성(Equity)은 무시된다. 다양성과 형평성을 간과하다 보면 실천을 위한 포용성(Inclusion)은 사회적 가치에서 우선순위에 밀리게 된다.      

 

그리스 로마신화에는 헤라클레스의 딜레마가 나온다. 神인 아버지와 인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는 신적인 능력을 갖췄기에 신의 영역에 도전하려는 욕망에 불끈거렸지만, 인간이라는 한계도 함께 가지고 있었기에 때문에 영웅적 삶 속에서도 번번이 좌절하였고, 고통에 몸부림쳐야만 했다.

 

최근 DEI가 무분별한 도입으로 인한 역차별과 평균주의 잣대의 오류에 의해 위협받고 있지만 생성형 AI와 통신 기술로 신적 능력과 인간의 한계성을 함께 갖게 되는 헤라클레스와 같은 미래세대에게 바른 DEI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공동체적 사회 성향에서 점차 탈피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세대의 요구에 대처할 수 있는 논리와 학습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평균>을 강요하다 보면 세대 갈등이 일어나고 꼰대가 된다. DEI가 바르게 도입되고 적용되기 위해 <평균의 종말>을 의식하는 자세가 시작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박항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반려가족누림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한국디지털웰니스협회 부회장

디케이닥터 대표이사

누림경제발전연구원장

기술거래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공)저서. 더마켓TheMarket / 스타트업 패러독스 / 크립토경제의 미래

좌충우돌 청년창업 / 블록체인 디파이혁명 / CEO의 인생서재

/ 이노비즈 CEO독서클럽 선정도서 21選 (사회관 편) (세계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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