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부터 불거진 위메프·티몬의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 문제는 위메프·티몬 모두 자본잠식 상태 구영배 큐텐 대표, 귀국했지만 공식 입장은 '아직'
큐텐그룹의 국내 이커머스 계열사 위메프·티몬의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가 일반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후폭풍이 거세다. 이에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가 "25일 중으로 모든 환불 및 정산을 완료하겠다"고 우선 나섰다. 하지만 정작 무리한 확장으로 원인을 제공한 구영배 큐텐(Qoo10) 대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 저녁부터 25일 새벽까지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는 환불을 요구하는 인파가 몰려 들었다. 이에 류 대표는 25일 본사에서 취재진을 만나 "소비자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오늘은 고객이 가장 급하게 원하는 환불을 완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주까지 위메프 정산 지연금은 400억 원"이라며 "현재까지 700건 처리를 완료했고 처리방식을 변경해 앞으로 더욱 빠르게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에 대해서는 "올해 2월 새로운 판촉시스템을 도입했는데 7월에 정산해야 하는 판촉 금액이 예상보다 훨씬 크게 나왔다. 확인해보니 시스템이 맞았고 사업부에서 실수한 것이었다"며 "당초 예상보다 몇십억원의 차이가 생기다 보니 정산에 문제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미숙했고 불안감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티몬과 위메프를 합쳐 판매사에 돌려줘야 할 미정산 대금은 큐텐 차원에서 확보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보상할 것이고 소상공인·자영업자 피해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큐텐은 2010년 싱가포르에서 설립한 한국계 기업으로 G마켓 창업자 구영배와 eBay(이베이)가 공동 벤처 형식으로 시작했다.
2022년 9월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2023년 3월 인터파크 쇼핑부문(인터파크커머스)을 물적분할해 인수, 2023년 4월에는 위메프 지분 전량을 차례대로 인수했다. 올해 2월에는 미국 플랫폼 Wish를 1억7300만 달러(한화 약 2300억 원)에 인수했다. 4월에는 AK몰까지 사들였다.
처음 논란은 7월 8일부터 위메프에서 일부 파트너사들이 대금을 정산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큐텐 측은 큐텐 산하의 계열사 내 총 6만여 명의 파트너사 중 일부인 500여 파트너사에게 대금 정산 지연 사례가 발생했다고 알리며 12일까지 400여 파트너사에게 정산을 완료, 나머지는 7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또 ▲큐텐과 위메프, 티몬을 포함 정산 지연을 겪은 모든 그룹사 파트너에 10%(연 이율)의 지연 이자 지급 ▲2주 이상 정산이 지연된 파트너에게 향후 3년간 큐텐의 글로벌 플랫폼인 Wish+ 및 Wish에서의 상품 등록 시 판매 수수료 3% 감면 ▲1개월 이상 정산이 지연된 파트너는 큐텐, 위메프, 티몬의 상장 시 큐텐 그룹 직원의 우리 사주 구매 조건과 동일한 수준으로 정산 지연금의 50%까지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기회 제공 등 보상안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티몬과 위메프는 판매자들에게 빠르고 안전한 대금 지급을 지원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산 시스템 도입을 결정했다. 제3의 금융 기관과 연계해 자금을 안전하게 거치하고 빠른 정산을 지원한다는 목표였다.
기존에는 고객들이 결제하면 각 회사에 대금이 보관돼 있다가 판매자별 정산 일자에 맞춰 지급되는 형태였다면, 새로운 시스템은 안전한 제3의 금융 기관에서 대금을 보관하고 고객들의 구매 확정 이후 판매자들에게 지급하는 형태다. 양사는 8월 중 새로운 정산 시스템을 판매자들에 공개하고 이용방법과 등을 안내한다고 알렸다.
문제는 인수할 당시 해당 쇼핑몰들이 모두 연간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메프의 경우 2023년 기준 자본총액은 -2441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1000억 원에 달했다. 부채비율도 2020년부터 자본잠식 상태를 유지했다.
티몬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2년 기준 자본총액은 -6386억 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영업손실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졌고 부채 비율도 2022년 122%를 기록했다. 티몬은 지난해 감사보고서도 제출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산 지연 사태가 불거지자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한 판매자 일부가 이탈해 매출이 급감, 유동성이 더욱 악화되면서 추가적인 정산지연이 발생한 것이다. 롯데쇼핑과 현대홈쇼핑, GS리테일, 신세계, CJ ENM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위메프, 티몬에서 판매를 철수했다.
여기에 신용카드 결제를 대행해주는 PG사도 승인을 막으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정산 대금을 제3의 금융 기관과 연계해 지급하는 새로운 정산 시스템 도입은 실행할 수 없게 됐다.
이에 구영배 큐텐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와 함께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 대표가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해 무리하게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이 모든 일의 원인이라는 해석이다. 구 대표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귀국해 해결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5일 오후 위메프, 티몬에 대한 합동 현장점검·조사를 실시, 소비자에 대한 대금환불 의무, 서비스 공급계약 이행의무 등 전자상거래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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