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수술 오명’ 연세사랑병원…수술보조 혹은 궤변

이한수 기자 | 기사입력 2024/06/10 [11:41]

‘대리수술 오명’ 연세사랑병원…수술보조 혹은 궤변

이한수 기자 | 입력 : 2024/06/10 [11:41]

'대리 수술' 논란에 휩싸인 연세사랑병원이 "대리 수술이 아닌 수술 보조행위였다"고 밝혀 논란이 더욱 거세다. 간호조무사에게 수술 보조행위를 지시했다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알면서도 저지른 '불법 행위'다. 고발 주체인 시민단체 측은 "황당한 궤변"이라고 일갈했다.

 

대리 수술은 수술청약상 의료행위를 제공하기로 되어 있는 집도의 이외의 다른 의사가 수술을 집도하거나, 의료진이 교체돼 사실상 대신하는 경우를 말한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또는 아예 의료인이 아닌 자(의료기기 영업사원 등)에게 수술케 하는 행위도 총칭한다.

 

수술은 환자의 생명권을 좌우한다. 마취 이상이나 출혈, 쇼크 등이 발생할 경우 약간의 처치 미흡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대리수술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동의서(수술·시술·검사·마취·의식하진정) 표준약관을 개정(‘16. 6. 22.)했다. 참여의료진 항목을 신설해 수술에 참여하는 모든 주치의의 실명과 전문(진료)과목을 기재하고 수술의사 변경 시 수술 시행 전에 환자 또는 대리인에게 구체적인 변경사유를 설명하고 서면동의를 얻도록 했다.

 

  © 문화저널21

 

연세사랑병원 원장·의료진 의료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시민단체 "무면허 의료자 무릎인공관절치환술·절골술 등 참여"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부장검사 송명섭)는 병원 원장 A씨와 의료진, 의료기기 업체 직원 등 10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최근 불구속 기소했다. 의료사건을 전담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은 서울중앙지검에 직무대리 권한을 받아 서울중앙지법에 이들을 기소했다.

 

A씨는 인공관절 및 연골 치료제 등을 공급하는 의료기구 업체 영업사원들을 수술에 참여시키는 등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의료기기 업체를 자회사로 설립한 뒤 업체 소속 영업사원에게 대리수술을 시켰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병원 의료진 5명에 대해서도 A씨가 수술 집도를 직접 끝낸 것처럼 의무기록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을 고발한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관련 영업사원들은 2017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병원 의료진을 도와 무릎인공관절치환술, 절골술 등 1만 건 이상의 수술에 참여했으며, 무면허 의료행위로 병원이 취한 부당이득은 1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이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국내 의료법상 의료법 제27조에 따라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할 시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심지어 선진국에서는 대리 수술을 '살인'에 준하는 강력한 범죄로 보고 있다. 실제 미국은 약 30년 전부터 대리 수술을 중대 상해죄로 규정하고 있다. 1983년 뉴저지 대법원은 "환자의 동의 없이 행하는 수술은 폭행이며 의료가 아닌 사기, 상해, 살인미수"라고 판시한 바 있다.

 

연세사랑병원 원장, 대리 수술 의혹 전면 반박

"대리 수술 아닌 수술 보조행위"

"수술실 보조인력은 공공연한 사실"

 

시민단체 "황당한 궤변"

간호조무사도 무면허 의료행위 대상

 

연세사랑병원 관계자는 지난 4일 "검찰이 10여건의 수술보조행위에 대한 위법 의혹에 따라 기소한 것은 맞지만, 연세사랑병원이 1만 건의 대리수술을 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며 "검찰이 연세사랑병원 의료진과 직원 등에게 제기한 의료법 위반 혐의는 대리수술이 아닌 간호조무사가 수술을 보조한 행위에 대한 위법 여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세사랑병원은 한해 진행하는 관절수술만 1만 건이고 인공관절 수술은 2500~3000건"이라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업체 직원은 간호조무사로 석션과 같은 수술을 보조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원장 A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관절전문병원으로서 수술보조행위로 인한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국민과 환자분들 및 임직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2021년 대리수술을 했다는 고발이 접수돼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지만, 대리수술이 아닌 수술 보조행위로 결론났다"고 밝혔다. 

 

이어 "대리수술은 환자에게 직접 수술하는 집도의사가 아닌 사람이 수술을 하는 것으로, 수술 보조행위와 대리수술은 분명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수술실 보조인력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수술보조인력이 없다면 사실상 대부분 병원이 수술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수술 보조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지시·감독을 받아 의료행위를 보조하는 간호조무사나 의료기사도 비의료인으로 판단한다. 때문에 의사의 지시를 받은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가 의사만이 시술해야 하는 척추마취를 시술해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을 받은 대법원 판례도 있다.

 

보건당국이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장기화로 진료보조인력(PA) 간호사의 수술 보조행위와 동맥혈 채취 등 의료행위를 가능하게 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내놨지만, 이 마저도 올해 3월 배포된 것이다. 문제가 된 2017년~2021년은 해당되지 않는다.

 

무면허 의료행위는 의료법 제27조와 제8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경우 가중 처벌(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 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병과)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수술을 앞둔 의료진으로서 사전에 수술에 필요한 인력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수술이 안전하고 원활하게 진행하도록 조치해야 하는 것이 의사의 도리다. 

 

시민단체는 "병원 영리를 추구한 불법이 마치 열악한 대한민국의 의료환경 때문이라는 편법으로 포장되어선 안된다"며 "그렇게 병원에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면, 왜 본인은 매번 KBS 방송 출연과 잦은 외부활동으로 병원을 비웠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화저널21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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