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호의 고사성어와 오늘] 주극생란(酒極生亂) 낙극생비(樂極生悲)

송금호 | 기사입력 2024/05/08 [10:12]

[송금호의 고사성어와 오늘] 주극생란(酒極生亂) 낙극생비(樂極生悲)

송금호 | 입력 : 2024/05/08 [10:12]

 

술을 과하게 마셔 그 정도가 지나치면 어지러운 일이 생기고, 즐거움도 그 정도가 지나치면 슬픔이 온다는 말로, 모든 일에 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사기(史記) 골계열전(滑稽列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 위왕(威王)은 술을 좋아해서 2박3일 정도는 부어라 마셔라 할 정도였다. 말이 애주가(愛酒家)지 술로 인한 폐해도 많았다.

 

하루는 위왕이 술을 마시다가 신하인 순우곤(淳于髡)에게 물었다. 순우곤은 평소 재치와 해학이 넘치는 사람이다. “나는 며칠 동안 술을 마셔도 끄떡없는데 그대는 주량이 얼마나 되는가?” 그러자 순우곤이 대답하기를, “저는 때와 장소, 그리고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주량이 다릅니다.”라고 했다.

 

이에 위왕이 “무슨 그런 주량이 다 있느냐?”고 힐난하자 순우곤이 “저는 대왕 앞처럼 어려운 자리에서 술을 마시면 한두 잔 만 마셔도 취하고, 부친과 마시면 두세 잔이면 취합니다. 친구들과 마시면 두어 병은 마실 수 있고, 여인의 분(粉)냄새 나는 편한 자리에서 옷을 벗어재끼는 등 파탈(擺脫)하고 마시면 한 동이는 능히 마실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순우곤은 위왕에게 “대왕,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극에 달하면 어지러운 일이 생겨서 난리가 나고, 쾌락도 극에 달해 지나치면 모든 것이 어렵고 슬퍼집니다.(酒極生亂 樂極生悲)”라고 덧붙였다. 허구한 날 술을 마시고, 마셨다하면 며칠씩 마셔대는 위왕의 술버릇을 걱정하던 신하 순우곤의 간곡한 충언이였다.

 

위왕은 신하의 진언(盡言)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자칫 자신의 심기를 건드린 불충의 죄로 처벌할 수도 있었지만 왕은 정신을 차리고 자신을 돌아본 것이다. 그 때부터 위왕은 술을 마실 때는 항상 순우곤을 앉혀놓고 자신의 음주를 자제했다고 한다. 위왕은 제나라를 부국강병으로 이끌었고, 아버지 제환공(齊桓公) 이후 공(公)이 아닌 명실상부한 왕(王)으로 스스로를 칭했다.

 

어느 때였던가. 대통령의 미국순방길에 동행한 청와대 고위인사가 술에 취해 온갖 추태를 벌이는 통에 난리가 난적이 있었다. 개인의 망신은 물론이려니와 국격(國格)이 훼손되고 국민들은 창피해서 나라가 온통 들끓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툭하면 터져 나오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 공직자들의 음주운전은 여전히 우리사회의 고질병이다. 술로 인해 자신의 앞날을 망친 정치인, 고위공직자들이 수두룩하다.

 

적당히 마시면 서로를 즐겁게 하지만 넘치면 독(毒)으로 변하는 게 술이다. 어떤 이들은 술 많이 마시기 내기를 하면서 꺼드럭거리며 호기(豪氣)와 객기(客氣)를 부리기도 하니, 그로 인한 난리는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얼마 전 야당 지도자 중 한 분이 대통령에게 음주를 자제해달라는 메시지를 냈다. 개인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타인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주제 넘는 일이지만, 야당 지도자가 대통령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심상치 않는 것 같아 걱정이다.

 

하기야 대통령의 과(過)한 음주에 대한 인구의 회자(膾炙)는 어제 오늘이 아니다. 부산엑스포 유치전을 벌이면서 유럽에서 재벌들과 마신 술이 넘치고 과해서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다는 후문(後聞)이 유언비어처럼 나돌기도 했었다.

 

술을 마시든 춤을 추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요, 행복을 추구하는 한 가지 방법일수는 있다. 그러나 음주와 쾌락이 지나쳐 공적인 일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면, 그리고 과음에 대해 국민과 야당 정치인들이 지적을 하고 있다면 과감히 한 번은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2천350여 년 전, 신하의 충고를 받아들여서 고약한 술버릇을 고치고 개혁을 앞세워 나라를 부국강병으로 이끌었던 제나라 위왕, 목숨을 걸고 충언을 한 신하 순우곤의 이야기가 담긴 ‘주극생란 낙극생비(酒極生亂 樂極生悲)의 고사를, 오늘도 술로 지적당하는 분들에게 감히 권한다.

 

송금호(소설가)

※외부 필진의 기고·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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