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유튜브에 색다른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성공방정식이나 끌어당김의 법칙과 같은 소위 ‘돈’을 버는 방법에 관한 유튜버들이 떡상했다. 월 천을 지나 월 1억, 연봉 10억, 자산 수십억 등등 제목만 봐도 무척이나 자극적인, 하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콘텐츠들이 넘쳐났다.
그중에서도 2030 사이에서 어마무시한 인기를 누린 몇몇 유튜버가 있다.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그들이 내놓는 강의, 책, 제품들은 날개가 돋힌 듯 팔려나갔다. 불과 3~4년 정도 만에 그들은 nobody에서 성공의 신이 되어있었다. 미친 듯 올라가는 집값과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로 사람들이 점점 더 ‘돈’에 목이 말랐고, 이런 현상이 그들의 인기를 가속화했다.
처음에는 나도 자극적인 제목에 딸린 내용이 궁금해서 보게 되었다. 20, 30대인 젊은 사람들이 연봉이 몇억, 몇십 억대 자산가가 되었다는데 신기하지 않은가. 도대체 무얼로 그렇게 빨리 돈을 벌었다는 건지 솔직히 궁금했다. 그들이 올려놓은 콘텐츠를 보면서 ‘우와~’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때로는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강의를 구매해 배워보려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런 느낌이 들었다.
‘뭔가 좀 이상하다.’
자신이 어떻게 돈을 벌었다, 성공했다 말하는 것이야 본인의 자유겠지만, 어떤 말들은 듣고 있자니 불편한 지점들이 있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유명해진 사람 중 몇몇은 ‘무조건 내 말이 맞아’ 같은 억지스러운 면도 있었고, 남을 깎아내리기도 하고, 스스로를 과하게 추켜세우기도 했다. ‘내가 이런 걸 해냈어요!!!’ 와 ‘내가 이런 걸 해낸 걸 보니 대단하지 않나요?!!’ 는 좀 다르지 않나.
전자는 내가 각고의 노력 끝에 원하는 것을 이루어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감사함의 표현이라면, 후자는 ‘ 나, 이런 사람이야~~’ 라고 으스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으스대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것이 과해지면 듣는 사람은 불편해진다. 그가 얼마를 가졌든 어떤 성공을 했든 자신감이 과하게 표출하면 자만이 되고 그의 성공은 퇴색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요즘 한때 잘나갔던 몇몇 유튜버가 신랄한 저격을 받고 있다. 저격을 받는 이유는 그가 이뤄낸 성공이 그의 말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성공을 이루기 전에 좋은 집, 값비싼 차 등을 구비해 큰 성공을 이미 이룬 것처럼 포장해두고, 사람들이 혹할만한 과장된 문구들로 현혹한 다음, 그를 바탕으로 돈을 벌었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니 그의 성공방정식은 유효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게 성공방정식을 알려주겠다던 몇몇 유튜버들이 한 말이 많은 부분 거짓이거나 과장되었다는 것이다. 증거를 찾아 ‘민낯’을 밝히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 일선에는 돈 버는 법을 강의하는 유명 유튜버들이 올라있다. 이런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신흥 유튜버들이 단순히 자정작용을 원해서 인지, 아니면 그들 자신도 성공하고 싶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이런 현상들로 인해 유튜버들의 거품이 서서히 꺼지면서 실제 알맹이가 드러나고 있다.
저격을 받은 유튜버들과 진실을 밝히겠다는 유튜버들의 공방으로 요즘 유튜브는 조금 시끄럽다. 내가 불편했던 지점들은 남들도 불편했을 것이다. 그 불편함이 누군가로 하여금 진실을 밝히고 싶게 만든 것은 아닐까.
우리 사회는 점점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만큼 경쟁이 치열한 유튜브의 세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면 현란하고 강력한 이야기들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금 더 세게 자극적이게 말을 하다 보면 선을 넘기 쉽다. 게다가 유명해지고 잘나갈 때면, 우리는 그에 취해 중요한 것들을 잊기 쉽다. 그럴 때일수록 한 걸음 한 걸음 조심해야 앞으로 다가올 음의 시간이 별 탈 없이 지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잘했으니 잘했다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하겠지만, 과하면 모자라니만 못한 것이다. 그들이 잘나갈 때 조금만 신중했더라면, 지금처럼 역풍이 몰아닥칠 때 적어도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지 않고, 자신이 했던 말의 가치를 지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리고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진실도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다.
음양오행으로도 가장 어두운 시간은 빛을 불러오고 가장 밝은 시간은 어둠을 불러온다고 했다. 뜨는 시간이 있다면 지는 시간이 있고, 행복한 시간이 있다면 불행이 찾아오는 시간도 있는 것이다. 나의 말과 행동이 나를 다치게 하지 않게 잘나갈 때도 못 나갈 때도 언제나 중도를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 이 상황에 필요할 것 같은, 어떤 유명 연예인의 어머니와 파라다이스그룹 수장이었던 전낙원 회장의 말로 끝맺음을 하고 싶다.
“작은 찬사에 동요되지 말고 큰 비난에 아파하지 말자”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길 때, 도취하지 말고, 발 빠르게 손을 떼고 질 때, 미련 없이 후퇴해야 한다.”
홍사라 전형적인 이공계생의 머리와 문과생의 감성을 가지고 있다. 어릴때부터 음악과 미술, 동물과 책을 좋아했다. 전공과는 다르게 꽃과 공간을 다루는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을 선택해 호텔에서 ’꾸미는 사람‘으로 오래 일했고, 세계 최초의 플로리스트 협회이자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AIFD(American Institute of Floral Designers)의 멤버이다. 꽃일을 하는동안 있었던 일들을 ’꽃 한 송이 하실래요’라는 책으로 엮어 출판했다. 꿈꾸고 감사하고 사랑하는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추구해야 할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지독한 ’풍류가‘ 이다.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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