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칼럼] 100년 전 외교 무대 덕수궁 돈덕전 재개관의 의미사교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와 세게 시민의 품격을 배우는 곳
갈등과 반목의 세계 분쟁 녹이는 화합과 존중의 장으로
100여 년 전 열강의 위협 속에 대한 제국이 외교의 꿈을 펼쳤던 덕수궁 돈덕 전이 다시 돌아왔다. 돈덕전의 역사성을 고려해 대한제국 외교사 중심이었던 만큼 전시와 기록 보관, 도서 열람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고 특히 영상 등을 활용해 보다 역동성을 부여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돈덕전은 덕수궁 석조전 뒤쪽에 있는 프랑스식 2층 건물이다. 대한제국 당시 고종이 즉위 4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행사장으로 1902~1903년에 걸쳐지었다.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프랑스식으로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박상규 학예연구사는 “이 건물을 지을 때가 절체절명의 시기였다”면서 “정부는 벨기에나 스위스를 보고 저렇게 하면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건축미보다는 국제 정세와 역학관계에 관한 판단 속에서 양식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개관식에는 한덕수 총리를 비롯해 주한 미국대사, 각국 외교관 사절들, 문화재청장 등 국내외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공간의 재탄생으로 그동안 청와대 영빈관에셔 하던 손님맞이의 상당 부분을 이곳에서 하게 될 것 같다.
아시다시피 오늘날 시간이 흐를수록 국제사회는 심각한 갈등과 반목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까지 겹친 상황에서 외교는 더욱 복잡한 양상이다. 외교의 친밀성과 확장성이 더욱 필요한 때에 고종 때와 달리 바야흐로 한국이 중심이 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니 격세지감이다. 따리서 돈덕전은 사교장뿐만 아니라 시민 역사 교육장으로서도 충분히 활용되어야 한다. 한창 불고 있는 한류로 K 콘텐츠 수출이 정부 어젠다인 만큼 다양한 K 컬처의 소개와 마케팅 전시장 기능도 가능할 것 같다. 특히 지구촌 젊은이뿐만 아니라 한국을 선망하는 사람들에게 K관광의 첨병 역할도 기대가 된다.
궁(宮)은 누구에게나 더없이 매력적이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유독 강조된 키워드가 떠오른다. ‘글로벌 스텐다드’와 ‘세계 시민’이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문법을 넘어 세계 소통의 공통 문법 개발이다. 넘치는 것은 줄이고 부족한 것은 보충해서, 글로벌 표준에 적응하는 노력을 국민들이 해 달라는 요청이다. 그래야 달라진 위상에 맞는 당당함과 품격과 리더 국가로서의 격에 맞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도 심각한 갈등과 반목, 묻지마 식의 극단적 위협 등 불안정의 골이 깊다. 여기에 문화가 순화 기능을 하고 궁이 숨을 내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세련된 사교문화를 제대로 볼 곳이 없었다. 그래서 파티 사교 문화는 아직도 몸에 베지 않은 어색함이다. 화사한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의 모습은 궁과 너무 잘 어울렸다. 빼곡한 고층의 빌딩 숲에서 피곤함을 느끼는 시민들이 덕수궁을 통해 휴식과 문화를 체험하는 일상이 되었으면 한다. 덕수궁측도 담장이 낮으면서도 한국의 미(美)를 잘 보존하는 곳이 되도록 운영 채비를 갖추고, 정부도 옹색한 예산 때문에 초라한 손님 초대가 되지 않도록 각별한 지원이 요청된다. 이 날은 다양한 이벤트가 풍성해 출발에서 부터 한껏 기대를 안겨준 즐거운 궁의 하루였다.
탁계석 음악평론가 한국예술비평가협회장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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