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단식정치 출구와 전리품

최병국 기자 | 기사입력 2023/09/14 [10:04]

이재명의 단식정치 출구와 전리품

최병국 기자 | 입력 : 2023/09/14 [10:04]

지난달 31일 시작된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어느덫 15일째를 맞고 있다. 단식 장소도 국회광장 천막에서 당대표실로 바뀌었다. 단식의 장기화 따른 건강훼손 등을 염려하여 야권 원로인사 및 당 관련 인사들이 단식 중단을 호소하고 있으나 당사자는 계속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의 단식 출구(끝)는 어디이며, 단식정치의 득실(전리품 등)은 무엇인지를 짚어본다.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고 시작한 이재명 

단식정치의 노림수는? 

 

단식은 정치적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종종 결행하는 정치인들의 전유물이다. 한국현대정치사에서 가장 유명한 단식은 1983. 5. 18일 광주민주항쟁 3주년을 맞이하여 직선제 개헌 등 5개항을 내걸고 결행된 YS(김영삼)의 단식으로 23일간 지속되었으며, 서울대병원 후송 며칠 후 중단하였다. 그 외 시대별로 갖가지 조건 등을 내걸고 상당수 정치인이 단식정치를 하였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생파괴 및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입장 천명 및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쇄신 및 개각 단행 등을 내걸고, “이것(단식)아니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면서 (무기한)단식을 시작했다.

 

이러한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정부·여당 핵심관계자들은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한 꼼수단식에 불과하다’고 폄하하면서 반응조차 보지 않았다. 검찰출석을 앞두고 단식을 결행하였기에 여론 또한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이런 복잡한 상황 등으로 지난 9일 및 12일 연속적으로 수원지검에 출석하여 대북송금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단식이 시작된 1주일 후부터 야권인사들이 방문하여 건강을 염려하거나 단식 중단을 권유하기 시작했고, 10일이 지나가자 ‘건강이 상한다, 말려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여론 등으로 민주당 자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권양숙 여사를 위시한 야권인사들이 위로전화를 하거나 찾아와 단식중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도리어 이 대표는 13일 단식 장소를 국회광장 천막에서 당 대표실로 옮기면서 단식을 지속할 것을 알렸다. 향후 10여일 이상 단식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며, 현재로선 언제 어떤 명문으로 단식을 풀는지 출구가 보여 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가 아무리 단식을 한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의 요구조건이 관철될 리 없다. 또한 단식을 한다 해도 수사 등이 중지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이재명 대표가 모를 리 절대 없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단식을 시작하였으며 단식의 진정한 노림수는 무엇일까? 비록 단식이후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장관의 교체가 발표되었으나 단식과는 상관없는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대통령의 결단일 뿐이다. 

 

▲ 이재명 당대표가 단식중이던 지난 4일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최고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재명의 단식정치

체포동의안 부결환경 조성 및 지도력 확보 노린다

병원 후송 후 문재인 저 대통령 방문 시나리오

 

단식의 장기화 따라 정치권(특히 야권)이 술렁거리기 시작하고 있다. 또한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연일 건강을 걱정하는 메시지 등을 발산하고 있는 중이며, 상당수 국민은 언제 어떤 명문으로 단식을 중단할런지와, 단식으로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어떻게 변모할지 등에 대해 관심을 집중시켜 나가고 있다. 

 

단식 보름째인 오늘까지 단식 지속의 강한 의지를 내비추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단식중단의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갑자기 체력이 저하되어 병원으로 후송되는 돌발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예상되는 체포동의안 표결시점(25일)을 넘어 추석(29일)까지는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 시점이면 단식을 시작한지 30일째이며, 상당히 긴 기간이다. 물론 이 과정에 병원으로 후송될 가능성이 상당하며, 병원 후송 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방문해 단식중단을 권유(호소)하면서 단식을 중단하는 시나리오가 여의도 정가에 퍼져가고 있는 중이다.

 

병원에서의 문 전 대통령 중단 권유는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일 뿐 실행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나, 건강 및 정치적 장래를 위해서도 너무 오래지 않은 시간에 병원 등지에서 어떤 (중단) 명분을 내세워서라도 중단할 것은 일종의 정해진 코스이다.

 

3개 항의 요구사항 및 검찰수사 중지 등이 관철될 리도 없고, 그렇다고 생명을 던지는 무기한 단식도 아니고, 불가피하게 건강을 상당히 훼손시킬 수밖에 없는 단식을 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처리 및 비명계 의원들의 이재명 대표 비토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월의 체포동의안 표결 시 169명의 당내 의원 중 31명이 찬성, 기권 무효표를 던져 이 대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으며, 이후에도 줄 곳 이 대표 사퇴 등 요구하면서 이 대표의 발목을 잡아 왔다. 

 

현재 168명의 의원 중 20〜23%(33〜40명 내외) 정도가 비명계 의원으로 이들이 똘똘 뭉쳐 찬성표를 던진다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도 있다. 목전으로 다가온 이런 현실적인 상황 및 시도 때도 없이 불거져 나오는 사퇴목소리를 잠재우기위해 이 대표가 단식카드를 꺼낸 것으로 정가소식통들은 추론하고 있다.

 

실제 단식으로 당내평정을 이루어 가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우선 비명계 의원들의 체포동의안 찬성표결 목소리가 눈에 띄게 작아지고 있으며, 퇴진 목소리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수시로 불거진 자신의 10월 퇴진설(언론기사) 등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턱도 없는 소리다. 나의 책임하에 총선을 치르겠다’면서 퇴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단식 장기화에 퇴진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이 전개되는 등 단식이 이재명 대표의 지도력을 한층 강화시켜주는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는 중이다.

 

체포동의안 표결 및 난마처럼 얽혀 있는 당내 혼란 상황을 정리하게 위해 던진 단식카드가 이제 종점(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끝이 병원행이라면 이 대표로선 건강을 일부 손상시키는 대가에 반해 야권지도자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공하게 다지는 정치적 전리품을 쟁취할 것이다.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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