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과 존댓말의 어딘가 ‘평어’를 아시나요

최재원 기자 | 기사입력 2023/08/23 [15:11]

반말과 존댓말의 어딘가 ‘평어’를 아시나요

최재원 기자 | 입력 : 2023/08/23 [15:11]

 

[신간] 말 놓을 용기 (민음사)

(언어)문화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잃는 것들

어릴적 느꼈던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관계의 회복

 

한국어에는 반말 존댓말이 존재한다. 통상 반말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존댓말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하는 어법이다. 신간 ‘말 놓을 용기’ 저자 이성민은 평어를 ‘이름 호칭+반말’의 형태를 갖춘 상호 존중의 언어로 보고 이를 독려한다.

 

사실 한국사회에는 나이와 경력에 따른 수많은 호칭과 직함이 존재하며, 수직적 관계 구조를 타파하고 수평적 소통을 이뤄 보려는 숱한 시도들이 있었다. 직함 대신 영어 이름을 부르는 기업 문화가 유행하고, 착한 반말이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 언어로 활용되는 현상은 한국 사회에 수평적 소통을 향한 열망을 반증한다.

 

대표적으로 해당 책을 출간한 민음사는 잡지 ‘릿터’를 경유한 ‘회사에서 평어 쓰기’를 지속해 나가고 있으며,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김진해 교수는 ‘강의실에서 평어 쓰기’를 시도해 ‘스브스뉴스’ 등 매체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인터뷰 미디어 ‘요즘 것들의 사생활’의 이혜민 디렉터는 삶 자체에 집중하는 인터뷰를 위해 ‘평어로 인터뷰하기’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여러 독서 모임, 학습 공동체 등에서 평어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세공되고 개발되며 구체적인 현재를 갖게 됐다.

 

신간 ‘말 놓을 용기’는 평어의 탄생과 실천, 그리고 평어가 가져다줄 새로운 미래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한국말의 현재에 깃든 근본적인 결핍을 마주하게 하는 진단서이자 한국말의 다음 단계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하는 안내서라고 소개된다.

 

말의 다음 단계’는 뚜렷한 형상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회사에서 평어로 대화하는 장면 속에 놓여 볼 수도,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상대와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맞추며 소통해 볼 수도, 평어로부터 피어날 새로운 농담을 주고받아 볼 수도, 그리고 평어로부터 개발된 은유를 갖춘 문학을 쓰거나 읽어 볼 수도 있다.

 

책은 한국인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처음 만난 사람끼리 서로 나이를 공유하고, 그에 걸맞는 호칭을 정리한 뒤 마땅한 예절을 갖추어 대화를 나누는 풍경, 즉 문화라는 착각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해 말한다.

 

철학자이기도 한 저자 이성민은 우리에게 익숙한 강고한 수직적 문화에는 문화적인 근거보다는 오히려 문화적인 결핍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가족 바깥의 관계에서도 한두 살 나이를 민감하게 따지며 호칭을 나누게 만드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정확한 문화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두 살 나이 차이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어린 시절의 또래 관계 속에서 우리는 더 자연스럽고 유연했으며, 그래서 자유로웠다고 설명한다. 누구나 경험한 적이 있을 이 또래 관계가 성인이 된 이후 소멸해 버리는 이유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문화’라는 벽 앞에서 시도되지 못했던 탓이라고 말한다.

 

어릴 적 또래 관계에서 누렸던 오래되고 익숙한 자연스러움을 회복하기 위해 이성민은 평어라는 이름의 용기를 낸다고 설명했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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