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우리는 수산(水産)민국이다

윤학배 | 기사입력 2023/06/13 [08:52]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우리는 수산(水産)민국이다

윤학배 | 입력 : 2023/06/13 [08:52]

  © 문화저널21 DB

 

우리 주식은 수산물

 

우리 국민들의 수산물 사랑은 참으로 대단하다. 1년에 우리 국민 한사람이 소비하는 수산물은 70kg에 육박한다. 이는 수산물을 가장 많이 소비한다고 알려진 일본이나 노르웨이의 55kg과 비교해서도 휠씬 많이 소비하는 것이다. 아마도 올림픽에 수산물 소비라는 종목이 있다면 금메달은 우리가 따 놓은 당상이다. 더욱이 수산물 소비 추세를 보면 우리나라의 수산물 사랑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 틀림없다. 이에 비해 중국은 30kg정도이고 세계 평균이 20kg 수준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수산물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의 주식은 다 아는 것처럼 쌀이다. 그런데 이 쌀 소비량은 1980년 130kg에서 2020년에는 57.7kg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서 수산물보다 더 적고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육류 소비도 60kg정도로 수산물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국민의 수산물 사랑은 대단하다는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산물 소비량은 1999년 39.3키로에서 2001년 42, 2006년 54키로, 2018년 61키로 2020년 65kg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수요가 수산물로 몰리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물론 우리의 수산물 소비량이 많은 것은 서양과는 수산물 소비 패턴이 좀 다른 것에도 그 이유가 있기는 하다. 서양 사람들은 주로 생선뼈를 발라낸 후 살 위주로 튀기거나 구워서 먹는다. 반면 우리는 생선은 물론 해조류와 젓갈, 가공품등 거의 모든 수산물을 생으로도 먹고 삶고 볶고 조리고 탕으로 먹는 등 다양하게 이용하기에 실제로 소비하는 양은 통계수치 보다 더 많다고 보여 진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주식(主食)은 이제 쌀이 아니라 수산물이다. 

 

슬로우 푸드 수산물 젖갈

 

요즘은 서양 생활과 문화의 영향으로 한편에서는 패스트 푸드가 인기이고 빠른 것이 좋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슬로우 라이프와 슬로우 푸드가 또 다른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우 시티로 선정된 청산도에도 슬로우 라이프와 함께 슬로우 푸드인 수산물이 있기에 더 의미가 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우리 전통 생활이 곧 슬로우 라이프이고 우리네 음식이 곧 슬로우 푸드이다. 유럽 등이나 초원 민족과 달리 우리는 전형적인 정주 민족으로 농사를 생활기반으로 하는 민족이다.

 

여기에서 우리 음식을 슬로우 푸드의 특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숙성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김치가 대표적이고 수산물에서는 젓갈이 대표적이다. 즉 발효음식 이야말로 슬로우 푸드의 대표 선수이다. 이동성이 강한 서양에서는 딱딱한 바게뜨 빵이나 햄버거, 샌드위치 등 간단하게 가지고 다니면서 손으로 먹는 패스트 푸드형 음식이 발달하였는데 유목민족인 몽골 등에서 육포 등이 발달한 이유와 동일한 이유다.

 

반면에 우리는 한곳에서 진득하게 버티면서 익혀 먹는 발효음식인 김치나 젓갈류가 발달하였다. 정주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이동해야 하는 곳에서 어떻게 젓갈문화와 김치문화가 나올 수 있겠는가? 약간은 답답해 보일수도 있으나 한 자리에서 기다릴 줄 아는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속에서 그 기다림과 인내보다 더 값진 시간이라는 맛이 스며들어 절묘한 발효음식 젓갈이 탄생한 것이다. 슬로우 라이프시대에 더욱 각광받는 우리 수산물이다. 요즘은 새롭고 빠른 것을 찾는 젊은이들도 슬로우 라이프에 관심이 많고 또 즐기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젊은 세대들이 슬로우 라이프와 더불어 슬로우 푸드의 대명사인 수산물도 함께 더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 

 

요즘 어민들은 수산자원 부족과 어획량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산물 사랑으로 어민과 수산인들도 도와주고 건강도 챙기는 일석 삼조의 기쁨과 행복을 누려보자. 

 

우리 주식은 수산물이고 우리 대한민국은 수산민국이다.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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