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커피 향은 바다와 배를 타고 흐른다

윤학배 | 기사입력 2023/05/23 [07:01]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커피 향은 바다와 배를 타고 흐른다

윤학배 | 입력 : 2023/05/23 [07:01]

모카 커피는 항구의 이름

 

요즘 주위에서 가장 흔하게 보이는 것이 카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사랑은 대단하다. 1인당 연간 350잔 이상을 마신다고 하니 하루 한 잔 정도인 셈이어서 세계 평균의 세배 이상이다. 이렇게 우리 일상의 필수품이 된 커피의 원산지가 아프리카 동부 에티오피아의 카파(Kappa)라 불리는 고원지대라는 것이 정설이다. 커피가 신대륙이나 동남아에서 플란테이션을 통해 대량 재배되기 시작한 18세기 까지는 워낙 귀하고 값비싼 것이었다. 이 귀한 커피가 에티오피아에서 당시 세계 교역로의 축을 담당하던 홍해 바다를 건너가 먼저 중동의 예멘으로 전파되었고 이슬람 세계에서 음용되었다. 

 

우리에게도 인기 있는 모카 커피는 바로 예멘에서 커피를 수출입하는 항만의 이름인 모카항(Port of Mocha)에서 나왔다. 모카항에서 쓴 커피에 설탕이나 향신료를 넣어 유행하던 커피이기에 바로 모카 커피로 불리우게 되었다. 이전에 서울 근교를 여행하다가 우연히 만난 카페 이름이 바로 ‘Port of Mocha’ 였다. 모카 커피의 유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카페 주인이다.  

 

▲ 우리에게는 흰 고래 즉 백경(白鯨)으로 알려진 멜빌(Melville)의 소설 ‘모비딕(Moby Dick)’에 나오는 고래잡이 포경선박인 피쿼드 호의 1등 항해사 이름이 바로 스타벅(starbuck)이다. / 스타벅스 로고 이미지

 

스타벅스는 포경선의 항해사이다

 

스타벅스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커피 전문 브랜드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스타벅스라는 브랜드가 바로 고래잡이 배에서 나왔다. 우리에게는 흰 고래 즉 백경(白鯨)으로 알려진 멜빌(Melville)의 소설 ‘모비딕(Moby Dick)’에 나오는 고래잡이 포경선박인 피쿼드 호의 1등 항해사 이름이 바로 스타벅(starbuck)인 것이다. 스타벅스 1호점이 1971년 항구 도시인 미국 시애틀 바닷가에 그것도 수산물 시장터에 처음 문을 연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스타벅스의 로고는 그동안 많이 변화된 것으로 초기의 갈색으로 된 스타벅스의 상징은 시애틀에 있는 1호점에 아직 남아있다. 이 로고는 그리스 인근 지중해의 에게해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항해하는 선원들을 유혹해서 선박을 침몰하게 만들었던 사악한 인어?이자 바다요정인 사이렌(Siren)을 형상화한 것이다. 물론 지금의 상표는 많이 부드러워 졌지만 아직도 초기의 그 모습이 남아있다. 이 시애틀의 1호점 스타벅스 매장은 그동안 몇 차례 스타벅스의 로고가 바뀌었음에도 1971년 문을 열 당시의 상표인 좀 험악한 모습의 오리지널 상표를 그대로 부착하고 있어서 1호점으로서 위상과 자부심을 나타내고 있다.  

 

▲ 소방차에서 울리는 '사이렌' 명칭은 바다의 요성 사이렌에서 유례됐다. / 문화저널21 DB

 

소방차 사이렌이 바다에서 나왔다

 

불이 나서 소방차가 출동하거나 경찰차가 긴급 출동할 때 삐뽀 삐뽀하면서 울리는 시끄럽고 멀리서도 잘 들리는 소리가 바로 사이렌이다. 이 사이렌은 1819년 프랑스의 한 발명가가 처음으로 초보적인 사이렌을 만들었는데 무엇이라 부를까 고민하다가 에게해 바다요정 사이렌을 떠올리게 되었다. 창의적으로 만들 수 없으니 저 옛날 바다 전설에서 기가 막히게 모방을 한 것인데 모방도 이 정도면 창조에 버금간다. 사실 바다의 요정 사이렌이 부르는 노래는 선원들에게 바다를 두려워하고 조심하라는 경보였던 셈이다. 지중해 동쪽 에게해에서 요정 사이렌이 울렸던 바다의 경보가 이제는 육지의 소방차와 경찰차가 울리는 사이렌이 되어 많은 생명과 재산을 구하고 있으니 절묘한 변신이다. 

 

이제 에게해에서 들리던 요정 사이렌의 노래 소리는 사라졌지만 그 사이렌의 이야기는 커피 한잔에 남아 있다. 진한 모카커피의 향을 타고 사이렌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갑자기 동해안 양양 서피비치의 파도와 커피 한잔이 생각난다.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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