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도시와 시골, 육지와 바다 어디에 있던 인터넷은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이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시간만 나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하루 한시도 인터넷과 떨어져 살 수 없기에 네티즌이라 한다. 그런데 이 인터넷을 바다 없이는 이야기 할 수 없다.
로그인과 로그아웃이 항해일지 로그북에서
우리가 인터넷 상에서 무엇을 구매하거나 게임을 위해서는 반드시 어느 사이트엔가 로그인(login)해야 한다. 이 로그인의 반대 즉 해당 사이트에서 나오는 것이 당연히 로그아웃(logout)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로그(log)의 사전적 의미는 통나무란 뜻이다. 갑자기 인터넷에 웬 통나무인가 의아해 할 것이다.
과거에 통나무(log)는 배를 만드는 주재료였기에 이를 적당하게 엮거나 다듬고 파서 만들어 강이나 호수 그리고 더 나아가 바다로 진출하였다. 그런 이유로 지금도 선박에서 선장이나 항해사들이 항해중에 기록하는 업무일지인 항해일지를 로그북(logbook)이라 한다. 로그인은 로그북을 열어서 내용을 기재하는 것이고 반대로 로그아웃은 마무리 하는 것이다.
파워 블로거는 항해일지를 쓰는 선장이다
과거 대항해 시대에 해적선 선장이나 노예무역선 선장이 있었듯이 나쁜 선장도 있고 좋은 선장도 있다. 요즘 시대에 파워 블로거는 과거 항해시대의 선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파워 블로거는 작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십만 명이라는 수많은 승객을 배에 태우고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의 선장이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 항구로 순항할 수 있도록 승객인 팔로워들에게 좋은 항로(fair way)를 인도하는 훌륭한 파워 블로거 선장을 기대한다.
다운로드와 업로드가 항만의 하역작업?
인터넷은 상호소통의 공간이고 또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에 다양한 글이나 사진과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내려 받기도 한다. 이렇게 ‘내려 받기’를 다운로드(down load)라 하고 올리기는 것이 업로드(up load)라는 건 다 안다. 혹시 이것도 배나 바다에서? 바로 다운로드는 선박에서 항구로 물건을 내리는 하역(荷役)을 말하고, 업로드는 반대로 물건을 항구에서 배에 싣는 상역(上役)인 것이다.
또한 우리가 필요한 자료나 동영상을 찾고자 이런 저런 사이트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것이 곧 웹 서핑(surfing)이다. 하와이 등에서 파도와 바다를 즐기는 젊은이의 스포츠 서핑 바로 그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고 서핑 한다고 하지 않는가!
미국에서 최초로 인터넷의 기본 틀을 구상하고 대중화 하면서 가장 고민 했던 것은 그 용어들 이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머릿속에 떠 올린 것이 미지의 신대륙을 탐험하기 위해 통나무로 만든 선박에 돛을 단 범선으로 항해를 시작한 초기의 용감한 바다 사나이들, 바로 대항해가들 이었다.
그러고 보면 참으로 바다의 항해는 지식과 정보 항해와 아주 흡사하게 닮아 있다. 초기 인터넷 개발자들에게 바다는 그야말로 어둠속에 빛나는 등대의 한 줄기 불빛이었다. 바다는 인터넷이고 통나무 선박은 컴퓨터였으며 이용자인 우리들은 항해가이자 선장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바다는 우리가 인식하건 모르건 우리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호흡하며 한 순간도 뗄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바다는 인터넷의 어머니이고 바다 없으면 인터넷도 없다.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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