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바다 없는 요르단, 볼리비아, 몽골의 바다사랑

윤학배 | 기사입력 2023/05/03 [07:01]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바다 없는 요르단, 볼리비아, 몽골의 바다사랑

윤학배 | 입력 : 2023/05/03 [07:01]

요르단, 내륙국에서 해양국가로 “바다를 주세요”

 

중동의 요르단은 2차 대전 이후 내륙국으로 독립하였다. 그러나 내륙국가의 한계를 절감한 요르단은 1965년 이웃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상을 벌여 서울 면적의 10배에 해당하는 내륙의 땅 6천km2를 내주고 대신에 홍해의 동쪽 끝에 위치한 아카바(Aqaba)만 해안 26km를 확보하게 된다. 그런데 요르단이 사우디에 넘겨준 내륙의 땅에서 나중에 유전이 발견되는 바람에 현재도 요르단은 중동에 있지만 산유국가가 아니다.

 

우리의 경우라면 아마도 이러한 영토협상에 대해 후회를 하고 그 협상 당사자들을 사후에라도 문책을 하고 책임을 물었을 터이다. 그러나 요르단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26km의 아카바 해안은 요르단 국민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휴양지이자 소중한 국민해변으로 버킷 리스트 1번이다. 또한 요르단의 유일한 항구가 있는 곳으로 요르단 경제의 숨통을 틔워주는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한다.

 

석유가 나는 서울 면적 10배의 땅보다 26km의 해안과 바다가 더 중요한 요르단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우리의 해안선은 15,000km가 넘는다. 26km의 해안을 소중하게 여기고 잘 활용하는 요르단은 진정한 해양 국가이다. ‘무엇이 중헌디’라는 말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요르단의 바다사랑 이야기이다. 

 

내륙국가 볼리비아의 바다의 날은 공휴일

 

남미에 볼리비아라는 내륙국가가 있다. 그런데 이 바다 없는 볼리비아에는 바다의 날이 있다. 3.23일인데 그것도 소위 빨간 날인 공휴일이다. 이 날에는 대통령부터 일반 국민들까지 거리로 나와 바다의 날을 성대?하게 기념 한다. 심지어는 해외에 있는 대사관에서도 바다의 날 기념행사를 하기도 한다. 아니 내륙국에 바다의 날 그것도 공휴일이라니 무슨 곡절이 있는 것일까? 볼리비아는 당초 태평양에 인접한 바다를 가진 연안 국가였다. 그런데 19세기 말에 이웃 칠레와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태평양 연안의 땅을 빼앗기고 그만 바다 없는 내륙국가가 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한때 남미의 강자였던 볼리비아는 쇠퇴의 길에 접어들게 되어 지금도 남미에서 못사는 나라중의 하나이다. 

 

바다가 있다가 없어졌기에 지금도 볼리비아는 바다를 반드시 되찾아 국가발전의 활로로 삼겠다는 다짐을 한다. 바다의 중요성을 절절히 느끼고 언제든 반드시 바다를 되찾을 것이라고 다짐을 하는 것이다. 말로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볼리비아에 있는 남미 최대의 호수 ‘티티카카’호에 수십 척의 해군 함정과 수천 명의 해군과 해병대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바다로 진출하고자 항상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한때 연안 국가였다가 지금은 바다 없는 내륙국이 된 볼리비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준다. 비록 바다는 한 뼘도 없지만 바다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 내륙호수에 해군함정과 해군을 운용하며 바다진출을 꿈꾸고 있는 나라 볼리비아는 바다가 있는 어느 국가보다 더 바다를 사랑하고 열정을 가진 진정한 해양국가임에 틀림없다. 

 

몽골, 물고기가 국기에 들어 있는 나라

 

몽골사람들은 징기스칸에서 시작해서 징기스칸으로 끝난다. 그런데 놀랍게도 ‘징기스’ 라는 말이 바로 대양(ocean), 사해(四海) 라는 뜻이다. 곧 징기스칸은 바다의 왕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아시아에서 유럽에 이르는 대륙을 정복하고 지배했던 초원의 국가 지배자가 바다의 왕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또한 몽골의 종교는 티벳에서 유래된 라마불교인데 라마불교의 최고승은 바로 달라이 라마이다.

 

이 ‘달라이’라는 의미가 바로 바다(sea)라는 뜻이다. 곧 달라이 라마는 바다의 스승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몽골의 국기에는 ‘소욤보’라는 몽골 문양이 들어 있는 데 여기에 바로 물고기 두 마리가 들어 있다. 물고기 두 마리가 눈 동그랗게 뜨고 포개져 있는 형상이다. 물고기가 들어있는 국기를 가진 나라를 본 일이 있는가? 이렇듯 현실의 정치와 정신세계 종교의 최고 지도자의 호칭이 모두 바다와 맞닿아 있는 나라, 국가 상징인 국기에 물고기가 있는 나라 몽골을 해양국가라 불러야 하지 않겠는가. 

 

물리적으로 바다가 없다고 하여 해양국가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바다가 넘치게 있어도 바다 귀한 줄도 모르고 소홀히 하는 국가는  무늬만 바다국가일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2015년 12월 해양수산부 차관시절 몽골을 방문하여 몽골 교통부 장관과 해운분야의 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바다 없는 몽골과 삼면이 바다인 우리가 해운협력이라니 뜬금없이 들릴지 모르나 몽골의 바다를 향한 꿈과 열정은 징기스칸과 달라이 라마에서 보듯이 어느 해양국가보다도 뜨겁고 강했다.

 

2015년 겨울 몽골 울란바토르는 영하 30도의 혹한으로 코가 얼 만큼 엄청 추웠지만 몽골인 들의 바다를 향한 열정과 의지는 그 추위를 녹이고도 남을 만큼 뜨거웠다. 물고기가 국기에 있는 나라 몽골은 바다 없어도 해양 국가이다.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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