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배의 바다이야기] 바다가 있어야만 해양 국가인가?

윤학배 | 기사입력 2023/04/27 [09:06]

[윤학배의 바다이야기] 바다가 있어야만 해양 국가인가?

윤학배 | 입력 : 2023/04/27 [09:06]

바다 있는 국가와 바다 없는 국가

 

세계를 보는 기준은 참으로 다양하다. 바다를 기준으로 세계를 보면 바다 있는 국가와 바다 없는 국가로 나뉘어 진다. UN회원국 195개 국가중 바다 없는 내륙국이 45개국이고 바다 있는 국가가 150개국인데 이중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는 50개국이다. 100개국이 우리처럼 반도국이거나 바다를 접하고 있다. 물론 바다가 있다 해도 중동의 요르단처럼 해안선이 26km에 불과해 아주 작은 면적의 바다만 있는 경우도 있는 등 국가마다 그 여건은 매우 다르다. 

 

다 아는 것처럼 우리는 삼면이 바다이다. 그래서 바다로 진출하기에 아주 좋은 여건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해방이후에 바다를 통한 국가발전 전략을 통해서 역사상 중국을 추월해보는 첫 세대가 되었다. 이렇듯 바다가 있으면 우리처럼 내수 시장이 작은 경우에도 무역을 통해 국부 창출과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17세기 해양세력을 확장하여 전 세계 무역을 장악했던 네덜란드가 그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시 네덜란드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소국이었지만 바다와 조선기술 그리고 유능한 항해인력을 잘 활용하여 작은 국가도 강한 국가와 부국이 되는 선례를 보여주었다. 물론 그 전성기가 영국과 해양패권을 두고 벌인 영란(英蘭)전쟁에서 패하면서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못하였지만 지금도 당시의 네덜란드가 남긴 유산은 여러 곳에 남아 있다. 미국 뉴욕의 원래 지명이 뉴암스테르담 이었으며 공해(公海)에서의 항해 자유의 원칙(freedom of navigation)이나 영해 3해리 등이 모두 네덜란드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뿐인가 우리가 선원을 부를 때 사용하는 ‘마도로스’는 선원을 의미하는 네덜란드어 matroos(마트루스)에서 유래 했고 무게를 나타내는 톤(ton)은 네덜란드 배에서 물이나 와인을 담던 나무통에서 유래하였던 것이다. 

 

무늬만 해양국가 vs 진정한 해양국가

 

그런데 지리적으로 바다가 있다고 모두 해양 국가인가?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이면서도 해양으로 진출하지 못한 국가도 상당한 데 이런 나라들은 그저 바다를 가지고 있는 무늬만 해양국가라 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바다는 없지만 해양국가라 불러야 하는 나라들이 있다. 스위스는 알프스의 작은 산악 국가이다. 지금이야 다르지만 스위스는 근대에 이르기까지 국토는 작고 농업도 시원찮은 가난한 약소국이었다. 그러기에 로마 교황청 근위병들은 근대이후 일자리를 찾아 교황청에 용병으로 고용된 스위스 청년들이 도맡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스위스는 전혀 다르다, 스위스 제네바에는 세계 1위의 컨테이너 선사이자 유럽 최대의 크루즈 운영선사인 MSC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 다국적 물류검증회사로 전 세계 10만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SGS의 본사도 제네바에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바다가 한 뼘 없는 스위스가 세계에서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의 하나인 아메리카스(Americas) 컵 요트 대회를 2003년, 2007년 연속으로 우승했다는 사실이다.

 

이 대회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올림픽과 축구 월드컵에 맞먹는 10조 정도의 경제적 유발 효과를 지닌 4년마다 열리는 세계 3대 스포츠 행사이다. 스위스가 이 대회에서 우승하자 당시 스위스 대통령은 “스위스가 산악뿐만 아니라 바다에서도 활로를 찾았다”고 말하였는데 바다 없는 스위스가 해양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말이 아닌가 한다. 바다 없는 스위스는 이태리 제노아 항구를 빌리는 지혜와 바다를 향한 열정으로 바다가 없어도 해양강국이 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보여주는 성공사례이다. 바다 없는 내륙국임에도 해양을 통해 국부를 창출하고 해양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스위스 사람들의 인식과 의지야 말로 참된 해양강국의 원천이자 모습이 아닐까 한다. 

 

우리를 돌아보면 삼면이 바다에다 해안선은 15,000km이며 섬은 3,500개가 넘는다. 또한 동.서.남해는 바다가 보여줄 수 있는 각각의 특성을 모두 보여주는 참으로 복이 넘치는 나라이다. 이러한 바다를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고 잘 가꾸어 우리가 바다의 혜택을 누린 만큼 우리 후손들도 누릴 수 있도록 물려주어야 한다. 우리 세대의 최소한의 시대적 책무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는 진정한 해양국민이고 해양 국가인가, 아니면 마음속 문을 꽁꽁 닫아 건 ‘무늬만 해양 국가’ 아닌지 다시 한 번 자문해 본다!  

 

윤학배

1961년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 댐의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면서 물속으로 사라져 버린 강원도 춘성군 동면의 산비탈에 위치한 화전민 마을 붓당골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이후 춘천 근교로 이사를 한 후 춘천고를 나와 한양대(행정학과)에서 공부하였다. 

 

198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이듬해인 1986년 당시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하여 바다와 인연을 맺은 이래 정부의 부처개편에 따라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그리고 다시 해양수산부에서 근무를 하였다. 2013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2015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을 역임하였으며 2017년 해양수산부 차관을 마지막으로 31년여의 바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였다. 

 

공직 기간중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UN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영국 런던에 있는 우리나라 대사관에서 6년여를 근무하는 기회를 통해 서양의 문화, 특히 유럽인들의 바다에 대한 인식과 애정, 열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해양대학교 해양행정학과 석좌교수로 있으며 저서로는 “호모 씨피엔스 Homo Seapien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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