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MZ)가 해달라는데 같이 한번 해보자”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하라” “모든 정책을 MZ세대 관점에서 볼 필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MZ세대 사랑은 유별나다.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이 역풍을 맞자 곧바로 MZ세대의 의견을 제대로 청취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이고, 아예 모든 정책을 MZ세대의 관점에서 보라며 참모진들을 닦달하고 나섰다. MZ세대 공무원들과 대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통령은 대권주자 시절에도 온라인 캠페인 MZ세대 머릿글자를 따 의인화한 이름 ‘민지’를 내세운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는데, 영상에서 윤 대통령은 “야 민지가 해달라는데 한번 좀 해보자”고 말하기도 했다.
MZ세대를 사랑하는 대통령의 움직임에 발맞추기 위함일까.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도 MZ 챙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대표인 김기현 대표가 경희대를 찾아 1000원 학식을 먹으며 대학생들을 만나고, 최고위원들은 MZ노조로 입소문을 탄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와 ‘치맥회동’을 진행했다.
말끝마다 ‘MZ’를 외치며 청년 마음 사로잡기에 나선 정부여당이지만, 막상 MZ세대로 불리는 이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세대의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것이 그 반증이다.
보여주기식 MZ팔이, 청년들에 안 먹혀 ‘우리도 이준석 처럼 이용만 하고 버릴건가’
윤석열 정부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으로 불리는 이들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탄생했다. 속칭 ‘페미정권’이라 불린 문재인 정부에 반발해 떠돌던 이대남의 마음을 이준석 전 대표가 사로잡아 세력화에 성공했고 ‘여가부 폐지’나 ‘멸공’ 등의 이슈를 지렛대 삼아 곧바로 표심으로 연결시켰다.
하지만 지금 와서 이대남들은 “이용당했다”, “한번 속지 두번은 안 속는다”고 말한다. 민주당과는 다를 것이라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별반 다를 것 없더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사실 최근 논란이 됐던 주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논쟁은 하나의 ‘계기’였을 뿐, 그 이전부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젊은 세대의 외면은 현실이 되고 있었다. 정부여당에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사실 이준석 전 대표를 찍어낸 것이 컸다.
여당 내에서는 여전히 이준석을 찍어내는 것이 이대남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왜 이대남이 그렇게까지 이준석에 목을 메느냐며 당최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혀를 차는 이들도 많다.
멀어지는 이대남을 잡으려 부랴부랴 ‘이준석 세력’인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에 러브콜을 보내고, 이준석 전 대표 때 도입했던 청년 대변인 공개 선발 제도 역시 검토하고 있지만 이대남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정부여당 관계자들이 계속 MZ 노래를 부르는 것도 이렇다할 반응이 없는 것에 대한 조급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반페미‧일베충‧펨코충이라고 낙인 찍지 않고 우리 목소리를 그나마 제대로 들어준 것은 이준석 뿐이었다”는 이대남들의 말을 흘려들으면 안 된다. 사실 이대남들은 윤석열이라는 사람이 좋아서 찍어줬다기 보단 문재인이 싫어서, 크게는 우리 말을 들어준 이준석이 미는 사람이니까 찍어준 것이 컸다. 적어도 이재명 보다는 우리 편에 서주겠지 하는 기대감과 함께.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자마자 ‘성상납 논란’ 등을 문제 삼아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를 가혹하게 잘라냈고, 약속했던 ‘여가부 폐지’ 역시 언제 이뤄지는지 모를 정도로 백지화 상태에 놓였다.
여기에 더해 민노총‧한노총 시위에 참여하지 않는 젊은층을 보고 “MZ가 새 물결”이라며 추켜세우더니 ‘MZ세대는 일을 몰아서 하고 몰아서 쉬는 것은 더 좋아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며 주 69시간 노동시간 개편안을 꺼내들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요새 MZ세대는 사장 나오라고 하는 등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망언까지 했다.
‘이준석을 이용만 하고 버렸던 윤석열 정부, 우리도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겠구나’ 이대남이 갖고 있는 저변의 공포는 이것이다. 말끝마다 MZ세대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정작 정부여당은 MZ세대를 1도 모른다는 점을 MZ세대는 무섭도록 잘 알고 있다.
최근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대자보가 하나 붙었다. 진짜 MZ세대들은 “자기들 입맛대로 MZ 갖다 붙이지 좀 마라”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정부여당에서 계속해서 MZ를 언급하다보니 다른 세대에서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는 일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당원은 전통적으로 보수 진영에 머물며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것은 5060인데 뜨네기인 2030만 챙긴다며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이 진짜로 2030세대를 ‘우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세대갈등’을 촉발시키는 MZ팔이만 하기 보다 MZ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천하람 위원장이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진짜 하고 싶은 젊은층의 이야기들을 언급한 바 있다.
“저를 만나자고 하는 근저에는 ‘이준석과 선을 그으면 우리랑 잘 지낼 수 있어’라는 것인데, 제가 이준석 전 대표와 선을 긋고 주류의 손을 잡는 모습을 보이면 2030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저를 만나려는 노력보다는 2030 세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만한 본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나오는 메시지는 ‘소신 있고 젊은층이 어필할 수 있는 느낌은 좀 내주되 주류가 불편할 만한 얘기는 하지마’, ‘대통령이 들으시면 불쾌하실 만한 얘기는 하지마’라는 것이다.”
이미 정부여당에서 귀담아 들어야할 진짜 MZ들의 목소리는 곳곳에 나와 있는 상태다. MZ가 하라는대로 하겠다며 MZ팔이에만 열을 올릴 일은 아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홈페이지 하단 메뉴 참조 (ad@mhj21.com / master@mhj21.com)
댓글
끼적끼적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