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거미줄 / 한광구

서대선 | 기사입력 2022/08/01 [09:01]

[이 아침의 시] 거미줄 / 한광구

서대선 | 입력 : 2022/08/01 [09:01]

거미줄

 

바람에 나부끼는

햇살이

반짝거리며 내린다.

투명하다.

저 하늘에서 내려오며

한 매듭 

한 매듭 

엮어지던 인연들이

허공에 출렁이며

꿈같던 삶이

오늘은

내 절집 소나무 가지에

슬며시 걸리는

거미줄 같구나

 

# ‘거미야, 너도 오늘은 바쁘고 고단하겠구나.’ 장대비가 멈추고 “햇살이/반짝거리”는 아침나절, 삽을 들고 집 뒤 둔덕 수로를 살피러 가다가, 매실나무 사이에 멋지고 커다란 “거미줄”을 만났다. 거미줄에는 탄성이 절로 터질 정도로 아름다운 물방울 구슬들이 햇빛에 빛나고 있었다. 두리번거리며 거미줄 끝을 살폈더니 매실나무 아래쪽 끝에 자그만 거미가 웅크리고 있었다. 탄성을 지르는 것도 잠시, 거미를 보는 순간 가벼운 한숨이 나왔다. 거미줄에 매달린 저 영롱한 물방울들이 내 눈에는 어느 설치 예술가의 작품보다 아름답게 보였지만, 거미에게는 여덟 개의 다리가 욱신욱신 쑤시도록 거미줄 칸마다 들려 털어내야 하는 일거리일 뿐이다, 거미줄에 매달린 물방울들은 거미줄의 끈끈함을 약화시켜 먹이 사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나도 손에 든 삽을 고쳐 잡고, 둔덕의 수로를 막고 있을 나뭇잎이나 돌덩어리, 흙덩어리들을 살피러 발걸음을 옮겼다. 

 

거미는 어떻게 거미줄을 칠까? 거미는 나뭇잎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부드러운 바람이 불 때, 집짓기를 시작한다. 거미는 집을 지을 때, 먼저 나뭇가지의 맨 끝으로 가서 자신이 지으려는 집의 위치가 곤충들이 잘 걸려드는 지역인가를 살핀 다음, 자신의 몸에서 뽑아낸 기다란 거미줄을 ‘낚싯줄 던지듯’ 바람의 방향을 따라 힘껏 날린다. 첫 번째 줄인 ‘기초 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목표지점에 줄이 달라붙을 때까지 몇 번이고 끈질긴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지점에 첫 번째 줄이 달라붙으면, 조심조심 건너가 줄을 꽉 잡아맨 후에 이 ‘기초 줄’을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 세로줄과 가로줄을 만든다고 한다. 먼저 거미는 자전거 바큇살 모양의 살을 만든다. 틀이 만들어지면 중심으로 같은 간격으로 돌면서 나선 모양으로 거미줄을 친다고 한다. 거미줄은 건조한 세로줄과 끈끈한 가로줄을 만든다. 건조한 거미줄은 이동하거나 휴식을 취할 때 사용하고, 끈끈한 거미줄은 먹이를 사냥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줄의 간격도 너무 성글면 먹잇감들이 빠져나가고, 너무 촘촘하면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기에 줄의 간격도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그런데, 거미들은 가끔 자신의 삶의 공간인 거미줄을 흔들어 준다고 한다. 그 이유는 거미줄을 흔들면 손상되어 구멍 뚫린 거미줄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미는 재빨리 구멍 뚫린 부분으로 가서 뚫어진 부분의 거미줄을 떼어 삼키곤, 새로운 거미줄을 내어 튼튼하게 보수한다. 또한 거미줄을 흔들면서 먼지가 잔뜩 묻었거나 바람에 날려 온 다른 부유물들이 붙어 있는 거미줄들을 점검한다고 한다. 먼지가 많이 붙어 있거나 다른 부유물이 붙어 있으면 먹잇감이 걸려들었을 때, 진동 감지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거미에게 거미줄은 삶의 중심 공간이다. 거미줄에 구멍이 나거나 더러운 먼지가 끼거나 다른 부유물들이 달라붙은 채 내버려 둔다면, 자신의 삶을 제대로 영위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사회적 존재인 우리도 삶의 목적과 삶의 양상에 따라 형성된 관계의 줄 속에서 살아간다. 거미에게서 배운다면, 언제, 어느 곳에 자신의 삶의 관계를 확장 시킬 ‘기초 줄’을 잘 치는가다. 거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지점에 ‘기초 줄’을 붙일 때까지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생활과 휴식을 위한 길과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길을 구분하고, 너무 성글지도 않고 너무 촘촘해서 지치지도 않게 관계의 망을 만든다고 한다. 그리곤 수시로 기존 관계의 망을 흔들어 보며, 어디에 구멍이 뚫렸는지, 어느 곳에 먼지가 쌓였는지, 불순물들이 끼어 막혀있는지를 점검하고, 보수하여 낡지 않도록, 중요한 관계망을 살핀다고 한다. 우리도 거미처럼 자신이 만든 기존 삶의 관계망을 가끔 흔들어 보자. “한 매듭/한 매듭 /엮어지던 인연들” 어디에 구멍이 뚫려있고, 어디에 먼지가 수북이 쌓여있으며, 어느 곳에 쓸데없는 것들이 적체되어 우리의 삶을 낡고, 무너지게 하는지....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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