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어깨 / 김초혜

서대선 | 기사입력 2022/05/09 [09:10]

[이 아침의 시] 어깨 / 김초혜

서대선 | 입력 : 2022/05/09 [09:10]

어깨

 

어머니의 어깨는

기대고 기대어도

포근한 어깨

아버지의 어깨는

기대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어깨

 

# ‘쟤 좀 보세요. 어깨에 마구 힘을 주며, 자기과시를 하네요.’ 누구에게 배운 걸까? 얼마 전 친구가 맡긴 잉꼬 한 마리가 외로워 보여 암컷을 구해 새장 안에 넣어 주었다. 새장 속에서 먼저 살던 잉꼬는 새로 들어온 잉꼬 주변을 몇 번 돌더니 보란 듯이 어깨를 힘껏 부풀리며, 이 새장 안은 자신의 영역임을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것이 아닌가. 사람의 경우도 상대보다 힘이 세거나 권력이 높은 사람들은 잉꼬 새처럼 어깨를 과도하게 펴고 몸을 부풀려 ‘확대자세’를 취하며 공간을 상대보다 더 많이 차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어깨”는 남성적 매력의 포인트 중 하나라고 여긴다. 어깨는 위엄과 권력의 상징이고, 책임감을 나타내며, 반듯하게 똑바로 편 어깨의 모습에서 당당함과 자신감을 드러낸다고 보았다. 어깨를 으쓱거리는 것은 자신의 위엄을 보이기 위한 행동이고, 어깨를 낮춘다는 것은 상대를 높여 섬기거나 굽실거리는 것을 의미한다. 타인과 어깨를 부딪치면 불쾌한 표정을 짓거나 시비를 거는 것도 어깨를 남성의 상징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성끼리 상대의 어깨에 손을 짚는다는 건 동료의식의 표현이며, 친밀감의 표시로 촉각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다. 여성의 경우도 둥근 어깨의 곡선미는 여성적 매력 중의 하나라고 여긴다. 또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의 증대를 보여 주는 하나의 메시지로 여성의 상의 어깨에 심을 많이 넣어 어깨를 과장하는 의상이 유행되기도 했다. 

 

어른의 경우 하루 동안 약 4000번 정도 어깨관절을 사용하며, 유일하게 360도로 돌아가는 관절을 지닌 “어깨(shoulder)”는 팔과 몸통을 이어지게 하는 팔 관절을 기점으로 쇄골, 견갑골, 상완골로 이루어진 복합체이다. “어깨”의 균형은 전거근(앞톱니근 Serratus anterior)이 잡아 주며, 몸통으로 이어주는 견갑골의 위치에 따라 변화가 일어난다. 반듯한 어깨는 얼굴의 조화와 균형에 영향을 미친다. 견갑골(scapula)은 얼굴 중앙에서 중심을 이루는 위턱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 위턱뼈는 패기(覇氣)와 의지(意志)를 나타내는 곳으로 어깨가 구부정하면 광대뼈도 약해져 의욕이 없고, 빈약해 보인다. 특히 어깨는 숨 쉬는 입구를 관장하기 때문에 어깨가 쳐지거나 좁은 어깨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되어 패기가 부족해질 수 있다.

 

HPT test (House Person Tree test)는 자신의 문제를 말로 전달할 수 있는 어휘력이 완전하게 발달하지 못한 유아나 선택적 함묵증을 보이거나, 자폐적인 아동들을 대상으로 숨겨진 문제점을 파악하는 그림검사이다. 그 중 ‘사람’ 그림에서 “어깨”를 너무 과장해서 크게 그린 경우는 유아가 지나치게 ‘힘’에 의지하고 있거나, 힘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본다. 어깨를 각이 지고 날카롭게 그렸다면, 유아가 위축된 상태로 주변 사람의 접근을 경계하고 있거나 성격이 모나고 원만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만약 지나치게 어깨를 축 처지게 그렸다면 자신감이 결려 된 상태이다. 부모를 그렸을 때, 유아나 아동의 아버지나 어머니의 어깨를 그린 모습을 통해서 가정에서 부모의 역학적 힘의 불균형상태를 파악할 수 있으며, 유아나 아동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문제점을 유추할 수 있다고 보았다. 뇌 과학자 캐롤라인 징크(Caroline F. Zink) 연구팀의 보고에 의하면, 뇌에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계산하는 영역이 있어서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대우하는지 관찰하면서 본인의 서열점수를 매긴다고 보았다. 점수가 낮아질수록 패배자의 뇌 상태가 되어 자신감이 사라지고,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면서 몸을 작게 만들게 된다. 이때 구부린 몸의 자세만큼 마음도 구부러지고 의욕을 잃고 우울해지고 비관적으로 된다고 하였다. 

 

지금 자신의 자세를 살펴보자. 기존의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잉꼬 새처럼 과도하게 어깨를 부풀리며 자기과시를 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영역에 들어온 새처럼 어깨를 움츠리고 위축되어 땅만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거친 세상을 강건하게 건너기 위해서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어머니의 어깨”도 필요하지만, “아버지의 어깨는” 무조건 “기대면 안 된다고/가르치는 어깨”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는 몸의 자세가 중요하다. 바른 몸에서 바른 생각도 나온다. 당당한 자세는 긍정적인 생각을 불러들이고, 자신감을 갖게 되어 어려운 과제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기상을 갖게 한다. ‘비관론자는 모든 기회 속에서 어려움을 찾아내고, 낙관론자는 모든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찾아낸다’는 처칠(Winston Churchill, 1874-1965)의 말처럼, 겸손하되 어깨를 똑바로 펴고 현실을 마주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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