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아침 茶卓 / 이건청

서대선 | 기사입력 2022/01/10 [08:54]

[이 아침의 시] 아침 茶卓 / 이건청

서대선 | 입력 : 2022/01/10 [08:54]

 

아침 茶卓

 

밤새 흰 눈이 내렸습니다.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송이들이

바람에 흩날려 떨어져 내리고

양촌리 앞 들판이

하이얗게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카악, 카악 까치 한 마리

환한 산등성이로 날아가

상수리나무 가지에 앉습니다.

햇살에 눈이 시립니다. 창호에

다사로움이 가득합니다.

새해 새 아침, 마주 앉은 茶卓에

햇살이 밝습니다. 문풍지도

낮은 소리로, 낮은 소리로 울다가

입을 다뭅니다. 茶卓 속에

햇살 밝은 아침입니다.

 

# 산국화 두 송이 찻잔 속에 넣고 따끈한 물을 따릅니다. 산국화 향이 은은히 피어오릅니다. 지난가을 뒷산에서 갈무리해둔 산국화 향기가 찻잔 속을 채우는 동안, 마주 앉아 서로의 건강을 헤아리며 산등성이 위로 솟아오르는 오늘의 태양을 맞이합니다. 동향인 거실에 가득 햇살이 퍼집니다. 산국화 향기가 아침 햇살 속으로 섞입니다.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송이들이/바람에 흩날려 떨어져 내리고”, 반가운 손님이라도 오시려는지, “카악, 카악 까치 한 마리” “상수리나무 가지에 앉습니다.” “새해 새 아침, 마주 앉은 茶卓에/햇살이 밝습니다.” 산국화 향 가득한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찻잔 속에 떠 있는 두 송이의 산국화를 바라보며, 산국화 뿌리를 생각합니다. 어두운 땅속에서 꼼지락거리며 땅속의 자양분을 거두어 이파리를 먹이고, 줄기를 먹이고, 꽃을 피우기 위해 봄, 여름, 가을의 모든 날들을 축축하고 어두운 곳에서 쉬지 않고 일했을 뿌리를 생각합니다. 뿌리에서 받은 자양분과 햇빛을 섞어 탄소동화 작용으로 줄기를 먹이고 꽃을 깨우던 산국화 이파리의 노동을 생각합니다. 햇살 가득한 거실에 앉아 마주한 찻잔 속 산국화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했던 산국화의 노동과 자연의 운행을 생각합니다. 

 

 탁자 위에 놓인 새 달력을 바라보며, 지난했던 시간들을 건너 새로운 달력의 새 날들을 채워 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새로운 시간으로 가는 길목에서, 산국화처럼 저의 뿌리가 되고 줄기가 되고 이파리가 되어준 분들의 사랑과 헌신을 생각합니다. 지금도 제 삶에 도움을 주시는 보이지 않는 모든 이들의 노동에 감사하며, 자연이 주는 가르침 속에서 더욱 넓고 깊은 삶의 향기를 품고 올 한해를 건너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새해 새 아침, 마주 앉은 茶卓에/햇살이 밝습니다.” 상수리나무 위에 앉아 울던 까치가 어디선가 나뭇가지를 물고 와, 지난해 새끼를 키웠던 둥지를 보수(補修)하고 있습니다. 올봄 새로 낳을 새끼를 위해 어떤 자연의 풍파도 견디며 새끼를 키우기 위해, 새해 새 아침부터 둥지를 보수하고 있습니다. 저도 산국화 차를 마시고 나면, 올해를 강건하게 건너기 위해 마음을 보수해야겠습니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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