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나의 본적本籍 / 김종삼

서대선 | 기사입력 2021/12/20 [07:01]

[이 아침의 시] 나의 본적本籍 / 김종삼

서대선 | 입력 : 2021/12/20 [07:01]

나의 본적本籍

 

나의 본적本籍은 늦가을 햇볕 쪼이는 마른

잎이다. 밟으면 깨지는 소리가 난다.

나의 본적本籍은 거대한 계곡이다.

나무 잎새다.

나의 본적本籍은 푸른 눈을 가진 한 여인의

영원히 맑은 거울이다.

나의 본적本籍은 차원을 넘어 다니지 못하는

독수리다.

나의 본적本籍은

몇 사람밖에 안 되는 고장

겨울이 온 敎會堂 한 모퉁이다.

나의 본적本籍은 人類의 짚신이고 맨발이다.

 

# ‘기저질환은 있나요? 긴장하지 마세요. 우리 몸은 이미 수많은 바이러스의 “본적本籍” 이거든요’ 올봄 이석증과 감기몸살로 코로나 백신 접종 시기가 순연 되었다. 늦여름에 접종하러 들린 동네 병원 의사는 긴장한 모습의 나를 보며, 우리 인간은 이미 수십 만년 역사 속에서 셀 수 없는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몸속에도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고 했다.

 

내 몸속에 뻐꾸기 같은 바이러스를 키울 수 있는 숙주의 기능이 있다니. 인간의 몸속에 잠재 되어 있는 바이러스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울산과학기술원에서 피험자의 혈액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하였다. 유전 정보가 들어있는 혈액 속에 정말 바이러스가 들어있었을까? DNA 중 54%는 정크 DNA이고, 45%는 바이러스와 비슷한 구조를 지닌 DNA 였으며, 그 중 8%는 바이러스 게놈이라는 걸 밝혔다. 거슬러 올라간다면 인간의 초기 모습은 바이러스와 유사한 형태의 생명체로 존재했었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호모사피엔스의 모습으로 살면서 뻐꾸기 새끼를 길러내는 오목눈이처럼 바이러스를 키워내는 숙주의 역할도 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유전자 속에는 이미 바이러스의 “본적本籍”이 존재 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바이러스는 기생하는 존재다. 기생이란 숙주 없이는 스스로 생존하거나 번식할 수 없다. 바이러스가 기생하는 조건은 기생하기 적합한 ‘수용체(receptor)’와 ‘접촉接觸’이다. 인간의 DNA 45%정도가 바이러스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원시시대 인간은 사냥을 통해 야생의 생명체들을 먹고 만짐으로써 바이러스와 접촉했던 것이리라. 야생의 생명체와 직접 접촉이 없는 현대에서 이처럼 바이러스가 극성을 떠는 이유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인구 밀집과 교통의 발달로 접촉의 기회가 늘어난 것이다. 또한 산업화와 대량화된 가축 산업과 작물 재배로 인해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바이러스 전파의 위험성도 높아졌다. 여기에 기후 변화도 바이러스 출현에 영향을 준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된다면, 수만 년 동안 빙하 속에 보존되어 있던 바이러스가 해빙 후 노출되어 부활할 수도 있다. 아직은 지구 없이 인간이 살아갈 수 없다. 인간의 무분별한 욕망과 활동이 계속된다면, 인간 자체가 지구에 기생하며 지구를 파멸시키는 변종 바이러스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왼팔을 걷어 올리고 코로나 예방 접종을 하고, 마스크를 쓰고 대기실에 앉아서 특이증상 여부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바이러스의 본적本籍’이 아니라 “나의 본적本籍은 늦가을 햇볕 쪼이는 마른/잎이”고 싶었고, “거대한 계곡”이고, “영원히 맑은 거울이”며 “人類의 짚신이고 맨발” 이고 싶었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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