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헨델 그리고 할레, 한국을 만나다

노유경 | 기사입력 2021/11/26 [09:21]

[인터뷰] 헨델 그리고 할레, 한국을 만나다

노유경 | 입력 : 2021/11/26 [09:21]

한글의 자음 중 열네 번째 글자인 히읗. 웃음을 연상하는 ㅎㅎ, 독일 할레 (Halle) 도시에 히읗 네 개가 모였다. 헨델-할레-한국-한식 (ㅎㅎㅎㅎ) 이다.

 

2021년 11월 16일 구 동독 도시 할레에서 한국 전통문화 행사가 개최되었다. 한국 전통 및 현대 문화예술을 독일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키는 주 독일 한국 문화원은 독일 통일 31주년 기념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을 기원하는 행사를 할레에서 주관했다. 이번 문화 행사의 모토는 „평화 통일을 바라본다 (Ersehnte friedliche Widervereinigung)“였다.

 

2021년 11월 16일 독일 할레  (Halle) 울리히 교회에서 (Konzerthalle Ulrichskirche) 한국 전통문화행사

    

독일 할레 (Halle)는 적어도 음악도에게는 그리 낯선 도시가 아니다. 바흐, 멘델스존, 슈만의 흔적을 따라 라이프치히를 방문한다면 그곳에서 지하철로 20분 소요되는 마틴  루터와 헨델의 도시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영국인에게 추앙받고 영국 국왕마저 감동시킨 작곡가 헨델은 독일인이다. 그는 1685년 독일 할레 시에서 태어났다.

 

1339년 건축 초석을 세우고 1510년에 완공된 할레 시 울리히 교회는 관광객이 상상하는 화려하고 기교스러운 교회가 아니다. 171년간 지어진 울리히 교회는, 지독히 검소한 건축 양식 때문에 기존에 유행했던 고딕과 바로크 시대 건축 스타일을 비켜나갔다. 울리히 교회는 교회 건물로서 독일에 몇 되지 않는 음악 전문 공연장이다. 1976년부터 본격적으로 콘서트를 위해 문을 활짝 열었다.  합창을 중심으로 재즈와 가스펠 등 여러 장르를 이곳에서 청취할 수 있다.

 

한국 음악인들은 코로나를 뚫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원장 임준희)을 통하여 할레에 도착했다. 전통예술원 원장 임준희 교수를 베를린에서 만났다.

 

노유경: "코로나 시기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할레 시에서 개최되었던 한국 전통문화 행사에 관하여 간단히 리뷰해 주세요.“  

 

임준희: "너무나 감동스러웠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었지만 음악회를 끝나고 보니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는 이 행사의 모토 '평화 통일을 바라본다'를 고려하여 우리 쪽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프로그램을 계획했습니다. 연주할 때 공연장에서 숨소리 하나 나지 않았어요. 청중의 태도와 초집중하는 모멘트에 감동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아트로 이해해 주셨던 청중들의 감동이 그대로 연주자에게 전해졌어요."

 

노유경: "생황과 단소의 듀엣으로 연주되는 수룡음으로 오프닝을 하셨어요. 고려시대 송나라에서 수입되어 조선시대까지 궁중음악으로 사용된 당악곡인데 여기 할레시 울리히 교회가 세워진 연대와 얼추 비슷한 시기입니다. 수룡음으로 오프닝을 장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임준희: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 교회 안에서 우리 악기 생황을 듣는 경험은 매우 인상 적이었습니다. 관악기 생황은 한국 전통 악기 중에 유일한 화음 악기이죠.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 소리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오르간이 있는 교회 안에서 생황과 단소의 매치에 관하여 이미 상상을 했었지만 상상보다 훨씬 더 좋았습니다. 청중 앞에 보이는 파이프 오르간 앞에서 연주되는 이재득과 김승겸의 생황과 단소의 정취는 매우 신비로웠어요. 단소와 생황의 어우러짐과 교회 천정으로 뻗어나가는 음의 퍼짐은 한국 전통음악을 전혀 접해 보지 않은 독일인들에게 낯설지만 친근한 음색으로 다가갔습니다.“

 

노유경: "전통 무용 살풀이와 승무 또한 관객에게 엄청난 호응을 받았지요. 교수님께서는 어떠셨나요?“

 

임준희: "아시다시피 살풀이는 춤을 통해 액을 푼다는 의미가 있잖아요. 이번 우리가 푼 액은 분단된 조국의 슬픔이죠. 통일을 바라보는 염원을 향하여 무용가 권효진은 액을 풀었습니다. 건물마다 기가 있나 봐요. 권효진 씨는 울리히 공연장의 기가 세다고 했어요. 그리고 공연 전에 공연장 구석구석을 밟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공연때에는 권효진씨의 춤이 공연장과 어우러져 매우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청중을 압도할 수 있었습니다. (웃음)“

 

노유경: "김영길 명인의 절제된 아쟁 반주는 마치 누군가 옆에서 같이 울어주는 듯합니다. 한국인의 심성과 기질 그리고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살풀이 수건의 공중 사위는 부드러우면서 날카로웠죠. 나쁜 액을 다 쫓고 나서 승무를 하셨군요.“

 

임준희: "예 맞습니다. 아쟁 반주와 함께 한을 다 푼 듯 합니다. 불교 색채가 강한 승무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속춤이죠. 동양적 종교와 서양 종교의 만남이었습니다. 고깔을 쓴 무용수는 마치 성모 마리아가 내려온 듯했습니다. 관객들도 아마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요? 영성이라고 하죠. Spirituality 적인 내공의 길과 내적 세계를 넘나드는 순간이었습니다.“

 

11월 16일 독일 할레(Halle) 울리히 교회에서 (Konzerthalle Ulrichskirche) 한국 전통문화행사 / 승무        

 

노유경: "음량이 풍부하여 독주 악기로 자주 등장하는 대금이 청성자진한잎을 김승겸씨가 연주하셨지요. 굵직한 관대를 울려 의젓한 기풍을 바탕색으로 하고 그 위에 죽관 특유의 유순한 질감과 현묘한 가락이 어우러졌어요.“

 

임준희: "여운은 분명 세간의 소리가 아니라 선계의 소리였습니다. 울리히 교회 전체로 대나무 소리가 날아다녔어요. 이런 경험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죠. 맑고 높은 대금 청송곡은 교회 꼭대기 천정으로 비행했습니다. 독일 통일 31주년 기념과 한반도의 통일을 우리의 전통 죽관 악기로 기도한 것이죠.“

 

노유경: "헨델의 곡을 우리 악기로 반주하셨어요. '울게 하소서'와 '라르고'는 한국인도 무척 좋아해 성악인들이 자주 부르죠. 이번9월에 쾰른에서 열린 음악회에서도 베토벤 곡을 편곡하셔서 연주하셨어요. 특히 독일 청중들이 감격했지요. 이번에도 역시 할레 시민과 울리히 교회를 꽉 찬 독일인들이 매우 감격했지요?“

 

임준희: "헨델 곡을 헨델의 도시에서 우리 나라 전통 악기로 반주하는데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작곡가 김상욱 씨의 편곡이었습니다. 노 박사님도 아시다시피 올해 9월에 저희가 쾰른에서 연주했었잖아요. 베토벤의 도시 본과 가까운 쾰른에서 베토벤 교향곡 전원을 작곡가 배주희가 편곡하여 저희 국악기로 연주했었지요. 앞으로 자주 이런 계기로 국악기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청중들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저도 경험했고 저희도 참 좋았습니다.“

 

임준희원장, 에센 폴크방 대학의 Gunter Steinke, Thomas Neuhaus, 이정일 주독일 한국문화원 실장  


노유경: "이번 공연 이외에 다른 계획을 가지고 독일에 오셨잖아요. 한예종 전통예술원과 독일 에센 폴크방 대학교의 결연이라고 하셨는데 미팅은 성공적이셨나요?“

 

임준희: "예. 독일 에센 폴크방 대학교에 계시는 학장님과 귄터 슈타인케 교수님을 에센에서 만나 결연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에센 폴크방 대학 교류를 체결했으니 한국으로 돌아가면 내년과 내 후년의 공연 사업에 관하여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침체했던 공연활동들이 다시 원활하게 추진되길 기원합니다.“

 

노유경: "짧은 여정에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런 공연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함은 누군가 뒤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는 소리지요.  지면에 성함을 적습니다. 연주자로 오셨던 (호칭은 생략합니다) 김영길, 김승겸, 이재득, 김은지, 권효진, 할레의 박기현, 김주연, 율리아 프로이슬러, 베를린 문화원 이봉기, 이정일, 전우림,  한예종 전통예술원 임준희, 이거희 선생님들의 노고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내년에 또 뵈어요.“

 

  ▲ 2021년  11월 19일 베를린/ 임준희, 노유경 

 

2021년 깊은 가을, 청중이 꽉 찬 울리히 교회에서 청아한 만파식적이 울렸다. 정치적 불안이나, 국난이 진정되고 태평성대가 오기를 통일 신라는 염원했던가? 통일 한반도의 평화 정착 또한 대나무의 청음으로 또 한 번 기원되었다. 독일의 500년과 한국의 500년 세월은 각기 다르다. 그러나 인간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염원의 근원은 유사하지 않을까?

 

노유경 음악학박사: Dr Yookyung Nho-von Blumröder

K-Classic 독일 쾰른 지회장, 한국예술비평가협회, 쾰른대학/아헨대학 강의, 현재 독일 쾰른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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