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헨델 그리고 할레. 한국을 만나다' 공연을 마치며

한국의 예술, 독일을 감동시키다

김영길 | 기사입력 2021/11/22 [10:18]

독일에서 '헨델 그리고 할레. 한국을 만나다' 공연을 마치며

한국의 예술, 독일을 감동시키다

김영길 | 입력 : 2021/11/22 [10:18]

독일 베를린은 공연하는 날까지 3일 내내 햇볕이 사라진 우울하고 무거운 날씨였다. 독일문화원 건물 안 바닥에는 두개의 돌길로 된 분단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이곳 베를린에는 역사의 흐름 안에 떠도는 수많은 영혼의 진동을 느낄 수 있다. 

 

▲ 김영길 (아쟁연주자) ©문화저널21 DB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유럽의 학자들은 이 영혼의 정확한 부피와 밀도와 비상 속도를 계산해 낼 것만 같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 영혼을 위한 진혼굿을 행한다는 정숙한 마음 때문에 숙소 근처에 있는 티어 가르텐 공원을 산책하며 듣는 새소리마저도 "peace!.peace!" 하게 들렸다.

 

이들의 영혼이 과학에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예술로 그 영혼을 달래는 길이다.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꿈들이 전쟁과 감옥을 만드는데. 이미 쓰이고 있었고 아직도 쓰이고 있지 않은가? 통일된지 31년된 독일의 모습을 보며 부러운 마음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교차했다.

 

 ©문화저널21 DB

 

2021년 11월 16일 주독일 한국 문화원(원장 이봉기)과 독일 할레시가 주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원장 임준희)이 주관한 독일통일 31주년 기념공연 “헨델 그리고 할레. 한국을 만나다 – 평화통일을 바라본다 ”는 통독 31주년을 기념하고 우리의 통일 염원이 담긴 내용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었다. 

 

베를린으로부터 버스로 두시간 거리에 있는 옛 동독지역의 할레라는 도시에서 열렸다. 특히 이곳은 작곡가 헨델의 출생지로 그의 생가와 기념관이 있다 한다. 공연장은 콘체르트 할레 울리히키르헤 (콘서트홀 울리히 교회)라라는 곳이었는데 교회를 중심으로 유럽의 중심가가 발전했듯이 공연장 또한 할레 시내 한 복판에 있고, 지금은 이름에서 보듯이 연주홀로만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높은 층고와 넓게 갇혀진 빈 공간. 그리고 울림, 그 안에 역사와 더불어 수많은 기도소리와 염원도 함께 떠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문화저널21 DB


공연이 시작되며 첫 인트로로는 생소병주 '수룡음‘이 연주됐다. 무대 뒤에는 장중한 파이트 오르간이 있었는데 동양에서는 그 큰 악기를 손에 들고 다닌다니... 생황이 바로 그런 악기었다. 생황(이재득)의 끊이지 않는 소리의 흐름 뒤에 청아한 단소(김승겸) 소리가 결을 달리하여 마치 비단을 직조하듯, 소리로써 허공에 영상을 그려 나아갔다.

 

그 다음 공연은 헨델의 고향인 만큼 그의 대표적인 오페라 '리날도'의 2막중 적군의 여왕 아르마다에 사로잡힌 알미레나가 자유를 염원하며 "나를 울게 내버려두소서. 비참한 나의 운영이며. 나의 잃어버린 자유에 난 한탄하네~"하면서 부른 '울게 하소서' 와 오페라 '세르세' 중 페르시아의 왕 세르세가 풍요로운 그늘을 드리운 뜰의 나무를 보면서 "내 이만큼 나무 그늘에서 사랑스럽고 유쾌한 적은 없었노라" 고 찬양하는 내용의 '라르고.~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 두곡을 피아노와 국악기의 편곡(김상욱 편곡)으로 같이 연주하였다. 처음에 이 곡을 받고 연습하면서 뭔가 낮설다 라는 느낌을 받았다. 연습 도중에 자꾸 고은 시민의 '순간의 꽃' 시중 이런 싯구가 생각났다. "방금 도끼에 쪼개어진 장작, 속살에 싸락눈이 뿌린다. 서로 낯설다"

 

하지만 싸락눈 뿌려진 흰 속살의 장작도 추위를 녹이는 그 누군가를 위해 싸락눈과 함께 기꺼이 자기 몸을 불태우듯이, 자유의 억압에 한탄하는 알미레나의 소리와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의 당신 생을 송두리채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자기 자신의 잃어버린 자유에 한탄하며 읊조리는 낮은 남도 선율, 한의 소리와 닮아 있었다.

 

 ©문화저널21 DB


이런 동서양의 한의 감정을 고스란히 몸으로 표현하는 한국무용 '살풀이'가 다음을 장식했다. 단출하게 아쟁(김영길)과 장구(김은지)의 반주로만 추어진 살풀이는 이곳 과학자들이, 정치가들이 아픈 상처의 영혼들을 부피와 밀도와 비상속도로 계산해서 후손들에게 보상가를 책정했던 그런 위로가 아니라 진정 손짓 하나 발딛음 하나 하나에 혼을 쏟아서 그들의 영혼과 조우하는, 그래서 정말 아팠겠노라고, 정말 힘들었겠노라고 쓰다듬어 주는 그런 몸짓과 표정이었다. 춤꾼은 권효진...

 

다음 공연은 '청성, 자즌 한잎' 일명 '청성곡'이었다. 이 청성곡은 은은한 달빛이 흐르는 정자에 앉아 들으면 제격인데, 이곳 넓은 교회 공간에서 듣는 청성곡 또한 일품이었다. 천상의 소리로써 공간을 꽉 채웠고 금방이라도 날개 짓하는 천사들이 하강할 것만 같았다. 연주가 끝났을 때 그 여운마저도 즐기려는 관객들의 박수소리는 조심스러웠다. 바로 비움 – 울림 – 차오름, 그 감동이었다. 대금 연주는 김승겸..

 

 ©문화저널21 DB


다음 공연은 한영숙류 '승무' 였는데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교회와 절에서 추어진 승무. 뭔가 서로 낯설다. 하지만 곧 동화 되었다. 앞서 추었던 살풀이는 아픈 영혼을 달래는 것이었다면 이번 승무는 '헨델 그리고 할레. 한국을 만나다' 라는 공연의 타이틀처럼 평화 통일을 바라보고 염원하는 힘차고도 장중한 몸짓이었다. 두손으로 펼치는 긴 장삼 자락은 빈 허공을 정말 아름답게 수놓았다. 허공에 그리는 장삼의 궤도는 한컷 한컷. 정지된 화면으로 깊이 각인 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법고소리는 ’이제 슬퍼하지도 아파하지도 말라~ 우리는 항상 당신 영혼들을 그리고 위로하고 있으니 이제 그만 편한 곳에서 행복하시라'는 메세지와 함께 서로 얼싸안고 춤추게 하는 그런 울림을 전해주었다. 춤꾼 역시 권효진....

 

마지막 공연은 박기현 바리톤과 현지 소프라노 율리아 프라이슬러가 열심히 한국어를 배워 중창으로 부른 우리가곡 '그리운 금강산' 이었다. 역시 반주는 피아노(김주연)와 국악기. 언제쯤 남과 북이 손에 손 잡고 그 금강산에서 목청껏 이 노래를 부를 날이 올지.... 통일된 독일을 보며 우리의 염원이 하늘에 닿으면 너무나도 쉽고 편하게 스르르 장벽이 열릴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가지며 공연을 마쳤다.

 

 ©문화저널21 DB

 

박수는 계속 이어지고 설장구와 시나위 그리고 황해도 지역의 해주 아리랑, 강원도 아리랑, 마지막엔 바리톤 박기현과 더불어 피리잽이 이재득군의 낭랑한 목소리로 리드하는 경기 아리랑까지 합창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제 다시 공연장은 깊은 침묵에 들어갔고, 우리가 남긴 오늘의 흔적은 소리 접기로 접히고 살풀이 수건과 장삼 자락에 접혀 한 마리의 평화의 새로 탄생되리라. 그 힘찬 평화의 날개짓을 염원한다. 2021. 11.18 독일 베를린에서

 

김영길 아쟁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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