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칼럼] 제주 아트섬 만들기, 정지(整地)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류를 타고 세계 브랜드의 섬으로 비전 보여야 할 때

탁계석 | 기사입력 2021/11/08 [16:48]

[탁계석칼럼] 제주 아트섬 만들기, 정지(整地)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류를 타고 세계 브랜드의 섬으로 비전 보여야 할 때

탁계석 | 입력 : 2021/11/08 [16:48]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 있었다. 길거리. 버스, 다방, 식당, 심지어 갓난아이가 있는 안방에서도 거리낌 없이 연기를 뿜어냈다. 쓰레기 문제도 그렇지 않았는가. 자기 집 대문 앞은 물론 산이나 하천에 마구 버렸다. 민도가 낮을 땐 계몽을 통해 캠페인으로 개선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연구가 축적되어 변화가 되고 발전해 간다. 이중에는 가히 특허 수준의 고속도로 전용 차선제나 수원시에서 출발한 화장실 개선운동, 제주가 고향인 한 기자가 아이디어를 내놓은 ‘올레길’. 예술의 전당에서 첫 선을 보인 ‘포토존’은 이제 전국 어디서에도 쉽게 볼 수 있는 표준화된 프로젝트다.

 


지난 7월 UN 무역사업부가 대한민국을 개도국에서 선진국에의 진입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사회적 혼란 가운데서도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가 좋은 나라가 되었는가를 실감한다.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변혁의 선도적인 역할은 대중적 합의가 아닌 역발상을 하는 천재이거나 탁월한 창조력에서 발화한다.

 

문화 경쟁력 높이면 도시가 살고 주민 행복지수 오른다  

 

기업은 막대한 투자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지배한다.이제 우리 문화의 개인 역량과 독창성은 세계가 다 인정하고도 남는다. K-Pop, BTS ,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 K-뷰티, K-푸드, K-패션 등  한류 대박이 문화의 힘을 말해준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닌 그 분야의 달인의 경지에 있는 창작자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우리사회의 예술기관이나 공연장 역시 이에 발맞추어 전문성을 최고도로 높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뛰어 난 재능들을 죽이는게 각종 규제와 마인드 부재다. 여기엔 문화에 대한 엄청난 오해가 깔려 있다. '문화회관' 혹은 '아트센터'라 불리는 기관들에 대한 운영 방식과 총괄하는 직책의 직무성 평가나 인식의 결여다. 즉 극장을 건물 덩어리나 시설물로 보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관리쪽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라 할지 모르지만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입장에선 어불성설이다. 

▲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예전엔 예술행정이 없었고, 그래서 공무원들이 수고를 많이 했다지만, 이젠 그런 때가 훨씬 지났다. 예술의 특성과 성격에 고도의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하나의 예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혼과 열정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이걸 잘 모르는 잣대로 이래라 저래라 한다면 예술은 고사하고 만다. 그래서 나온 말이 '지원은 하되 간섭은 말라'는 명언이 아니던가. 

 

 예술극장은 폼 잡는 곳이 아니라 문화전투 전략기지다 

 

참다못해 1998년 필자가 나서서 세종문화회관 법인화를 주도해 성공시켰다. 이 때에 참여한 분들은 고(故) 조병화 시인(예술원 회장), 유민영(단국대 교수), 고(故) 이종덕( 예술의전당사장), 고(故) 김신환 서울시 오페라단장(세종문화회관 사장), 고(故) 김문환(한국문화정책개발원장), 손 숙(연극인,전 예술의 전당 이사장)이었고 필자가 간사를 맡아 일을 주도했다. 그러니까 벌써 20년이 훌쩍 지난 것이다. 그러다 엊그제 제주에서 들은 이야기는 시설쪽의 공무원이 극장장 인사(人事)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 아닌가. 철지난 외투를 입고 있듯 제주가 이렇게 해서는 어느 세월에 아트섬을 만들 수 있을까. 답답하고 안타까워지는 것이다.   

 

문외한 인사는 예술을 고사시키고 직원들의 스트레스 요인 

 

여기서 일화 하나. 어느 날 오케스트라의 단장인 부시장이 단원들의 고충을 들으면서 우리가 2nd(세컨드) 바이올린이 좀 부족하다고 하니까 ‘거, 내가 예산을 좀 더 줄 테니 세컨드(?) 하지 말고 모두 퍼스트로 하세요‘ 했다 한다. 무슨 세컨드?(ㅎㅎ~). TV가 막 나왔을 때 중계를 하면서 ‘심벌즈’ 했더니 구두를 벗어 들었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이처럼 공무원이 맡으면 이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런가 하면 이우환 작가의 돌에 값을 매겨 구입해야 하는 공무원은 기준과 근거가 없어 죽을 고생을 했다고 한다. 행정은 과거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고 예술은 없는 것을  보이게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기에 성격부터가 정반대인 것이다. 

 

그래서 사사건건 충돌이거나 대형사고가 난다. 악몽보다 무서운 실시간의 공포다. 문화의 힘을 근간에서부터 흔드는 변종 바이러스다. 시민세금의 효율성 입장에서도 낭비가 심하다. 때문에 이제는 예술가들도 강건너 불보듯 하지 말고 스스로의 '문화자치권’ 확립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문화가 성장하고  문화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세계적인 화가 이중섭은 있는데. 극장에 클래식도, 무용도 잘 모르는 이가 온다면 어찌되겠는가. 한 개인의 잘못된 욕심이 세상을 힘들게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으며, 큰 피해를 준다면, 결국 끝이 좋지 않음을 많이 보는 오늘의 세태다  

 

제주가 아트섬이 된다면 정말 세계 브랜드의 섬이 될 것 같다. 그러나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일은 사림이 한다. 어떤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가. 아트섬 설계 전에 그래서 정지(整地) 작업이 필요하다. 공무원은 자신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역할의 자리로 가고, 눈만 뜨면 막 저지러고 싶은 크리에티브 기획자들을  받아들이고 또 인재도 길러 내야 한다, 이런게 결국 임명권자의 안목이요 문화 도시를 만드는 실제의 동력이다. 그럼 왜 공무원이 축구나 야구감독은 하지 않는가. 

 

예술가도 공존의 생태 환경 가꾸는데 적극 동참을 

 

 

깊은 반성과 각성이 필요하다. 예술가들이 밥도 아니고 죽도 아니게 살아선 안된다. 이제 콩쿠르 따고 교수되고 하는 때도 지났다. 예술과 사회, 철학으로 개념과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생존은 벼랑끝을 향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문화 자치권' 확보가 시급하다. 전문가란 그 분야의 인맥 네트워크와 오랜 노하우를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이런 사람들이 극장 운영을 하는 것이다. 

 

 제주 아트섬 건설은 제주가 만들어 진 이후 가장 멋진 마스터 플랜이 되어야 한다. 겁먹지들 마시고 댓글 의견도 달고 톡으로 퍼나르며 분위기 조성을 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지 못하면 우리는 물론 후배들에게도 척박한 땅을 물려주고 만다. 제주 아트섬 개발로 예술가들이 살아서 가는 천국이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동참을 촉구한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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